'PK 신드롬'은 아닐까

<목사 자녀 비전 투어> ⑲

한 분의 분석이 아주 예리했습니다.

"너희가 소개서에 쓴 꿈을 보니까 공통점이 있더라. 하나같이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살겠다는 거야. 참 기특하고 귀하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너희만 할 때 그런 생각을 못한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런데 그게 혹시 ‘PK 신드롬’은 아닐까?"

PK 신드롬? 처음 듣는 단어에 아이들은 갸우뚱합니다.

"왜 말이지, 목사 아들딸이니까 남을 섬겨야 한다, 봉사해야 한다,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런 강박관념이 장래 희망에 그대로 반영된 것은 아닌가 싶은 거야."

자기소개서에 쓴 희망 직업을 보면, 유치원 교사 3명, 음악과 상담이 각각 2명, 교사 1명, 간호사 1명, 작가 1명, 경제 관료 1명입니다(1명은 중복 대답). 직업을 통해서 장래 희망이나 꿈을 펼친다고 생각하면, 아이들이 원하는 직업을 통해서 장래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엿볼 수 있습니다. 한 분은, 나이도 어리고 제한된 주변 환경 탓에 롤 모델이 너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 차례입니다.

한 아이는, 자기 꿈이 너무 많고 수시로 변하는데, 한쪽으로 가다가 나중에 그게 아닌 것을 발견하게 될까 봐 두려워서, 결국 모든 일에 주저하게 된다고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다른 아이는, 음악이 너무 하고 싶은데 레슨을 받을 형편이 안 된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부모님한테는 연습하는 게 힘들어서 안 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경제적으로 부담을 드리는 게 미안해서 포기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한 아이는, 친구들은 비싼 과외를 해서 성적이 좋은데 나는 혼자서 열심히 해도 한계가 있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한 아이의 고백에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습니다. "자기소개서에도 꿈이 유치원 교사가 되어서 다문화 가정 아이를 돌보고 싶다고 썼고, 면접 때도 그렇게 말했어요. 사실은 전부 '개뻥'이에요. 진짜 꿈은 연극을 하면서 사는 것인데, 엄마가 너무 심하게 반대해서 여태 마음속에만 품고 지냈어요. 그건 엄마가 바라는 것이지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이번에 여행을 다니면서 여러 사람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제는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른들은 저마다 인생과 신앙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한마디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한 분은 "인생이 생각만큼 짧지 않단다. 지금 여러분에게는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 스스로 꿈을 제한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 보면 좋겠네" 하고 격려했습니다.

또 한 분은 "부모님은 사랑으로 말씀하시는 것이지만 그게 자녀들을 힘들게 할 수도 있어.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돌이켜 보니까 그렇더라고. 훗날 부모님이 알게 되면 미안하게 생각하고 사과하실 거야. 그리고 여러분 인생은 하나님이 다 책임지시니까, 마음 서두르지 말고 무엇이든지 열심히 해 보면 좋겠어" 하고 응원했습니다.

남자 권사님은 이렇게 격려하셨습니다.

"우리는 여러분만 할 때 꿈 같은 건 없었거든. 그런데 꿈이 참 구체적이어서 좋아. 하지만 지금 꿈만 고집하지 말고 가능성을 더 열어 놓으면 좋겠어. 하나 더 얘기하자면, 남을 섬기는 꿈도 좋지만 무엇을 하면 정말 행복한지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해 보면 좋겠어. 내가 고생해서 남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지만, 나의 행복을 남에게 나눠 줄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긴 이야기를 마치고 나니 성당에서 고해성사라도 한 것처럼 마음이 후련해진 듯한 표정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었고, 부모님이 자녀에게 하듯이 한 사람 한 사람 포옹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