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 안에는 감리교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사회 선교와 사회복지에 힘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입법 설명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감리회 안에는 감리교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사회 선교와 사회복지에 힘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입법 설명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가 '사회선교사' 제도를 논의하고 있다. 감리회 목회자 및 교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사회 선교 영역과 사회복지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일정 자격을 갖춘 이를 교단이 직접 파송하는 제도다. 

현재 감리회 장정개정위원회(장개위)에 사회선교사 제도 입법안이 올라가 있는 상태다. 입법안에 따르면, 사회선교사란 "감리회 본부 선교국에서 요구하는 모든 사회선교사 훈련 과정을 필한 후 사회선교사 자격 인준 심사를 통과한 자로서 감리회 소속 교회나 선교 단체에 소속되어 선교 활동비 또는 생활비를 지원받으며 한국 사회의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교단의 파송을 받은 자"를 말한다. 

사회선교사는 교역자 사회선교사와 평신도 사회선교사로 나뉜다. 입법안대로라면 감리회 목사가 되려는 이들은 교역자 사회선교사 제도를 통해서도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훈련 과정을 담당할 '사회선교훈련원'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사회선교훈련원에서 실시하는 교육은 해외 선교사와 같이 1년 과정에 3~6개월간 현장 실습을 포함할 예정이다. 봄 학기, 가을 학기 각 14주로 하는 커리큘럼 초안도 나온 상태다. 선교학과 영성, 사회 선교 및 사회복지 현장 이해를 골자로 한다. 인성 검사와 선교·후원 계획을 세우는 시간도 있다. 

사회선교사 제도에 관심이 있는 감리교인들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사회선교사 제도에 관심이 있는 감리교인들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감리회 본부 선교국(태동화 총무)은 8월 18일 서울 광화문 감리회 본부교회에서 '사회선교사 입법 설명회'를 열어, 사회선교사의 필요성과 그간 감리회 내에서 진행돼 온 사회선교사 파송 논의 등을 나눴다. 태풍으로 일정이 연기돼 많은 사람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사회선교사 제도에 관여하고 관심 있어 하는 다양한 연령의 감리교인들이 모였다. 

전남병 목사(고난함께 사무총장)가 사회선교사의 필요성에 대해 발제했다. 전 목사는 사회 선교 활동가로 살아가면서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투잡, 쓰리잡을 하는 후배들을 봐 왔다며, 가장 기초적인 신분보장으로서 사회선교사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선교사 파송을 △세상의 질문에 대한 교회의 책임과 응답 △신학생들의 진로 선택 △개교회의 새로운 선교에 대한 관점 제공 등의 측면에서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리회가 사회선교사 파송에 힘쓴다면 "교회가 사회에 지탄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신뢰의 대상, 사회의 안전망을 이끌어 나가는 주된 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남병 목사는 "지금도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농성장에서 밤을 새워 일한다.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다. 일이 많은 것도 문제가 아니다. 인정의 문제다. '잘했다'는 칭찬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고통받는 사람들 옆에서 그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고, 그들도 감리교회의 소중한 자산이다'라는 지지를 받고 싶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광수 목사(바나바평화선교회)는 감리회 내 사회선교훈련원 논의의 역사를 이야기했다. 진 목사는 사회선교훈련원에 대한 논의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고난함께에서 시작된 논의는 2017년 감리회 본부 선교국에까지 이르게 되고, '감리교사회선교정책협의회'를 거쳐 사회선교사 제도 입법안까지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안건은 장개위에서 기각됐다. 

이후 본부 담당자가 바뀌는 등의 이유로 2018년 이후 사회선교훈련원에 대한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다 올해 들어 사회선교사 파송과 사회선교훈련원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5월 9일 사회선교사 입법을 위한 첫 기획 모임을 시작으로 4차례 회의를 거친 끝에, 선교국을 통해 입법안을 장개위에 제출했다. 진 목사는 입법안이 장개위와 입법의회에서 통과되면, 당장 내년 봄 학기부터 사회선교훈련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훈 교수(목원대)는 사회 선교를 존 웨슬리의 신학적 관점에서 설명했다. 그는 웨슬리신학과 사회 선교가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면서도 "사회 선교는 웨슬리신학적으로 '육적인 자비의 행위'(선행)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며 "웨슬리의 후예 모두가 선교적 웨슬리안이 돼 동참해야 할 개인적이고 개교회적인 책무"라고 말했다. 그는 교단 차원에서 사회선교사를 파송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모두가 동참해야 할 사회 선교를 사회선교사들에게만 돌리는 핑곗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왼쪽부터 전남병 목사, 권오훈 교수, 진광수 목사. 뉴스앤조이 구권효
왼쪽부터 전남병 목사, 권오훈 교수, 진광수 목사. 뉴스앤조이 구권효

사회선교사 제도 입법안은 현재 장개위 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이후 장개위 전체 회의에서 통과되면 10월 25~27일 열리는 제35회 감리회 총회 입법의회 안건으로 상정된다. 입법의회에서 통과되면 진광수 목사의 말대로 당장 내년 봄부터 사회선교훈련원이 가동될 것이다. 사회선교사 제도 논의에 함께해 온 이들은 매년 10~20명이 사회선교사 훈련 과정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 사회를 본 이종건 전도사는 옥바라지선교센터 사무국장을 역임한 사회 선교 활동가다. 이 논의의 당사자이기도 한 그는 "사회 선교를 고민하면서 학부 때부터 10여 년간 나름대로 경력을 쌓고 고민하고 공부해 왔지만, 교단 안에서 어떤 전문 영역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끈질기게 교단에서 사회 선교적 영역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도적 미비함 때문에 이 길을 떠난 사람도 많이 봐 왔다. 그 안타까움을 해소하고 이제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교국 태동화 총무는 "사회선교사 파송은 오래전부터 필요성을 느껴 왔지만, 교단에 제도가 만들어져 있지 않아 안타까움이 컸다. 이번에 입법안을 잘 준비해서 올리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사회선교사 제도가 장정에 꼭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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