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는 10월 25일부터 2박 3일간 교리와장정 개정을 논의하는 입법의회를 연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감리회는 10월 25일부터 2박 3일간 교리와장정 개정을 논의하는 입법의회를 연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가 제35회 총회 입법의회에 앞서 교단 헌법인 교리와장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여타 장로교단과 달리, 감리회는 총회를 2년에 한 번 열고, 총회가 없는 해에는 헌법 개정만을 논의하는 입법의회를 연다. 

감리회 장정개정위원회(장개위·고신일 위원장)가 10월 13일 발표한 개정안을 살펴보면, 먼저 올해도 성평등 및 여성 참여 확대를 염두에 둔 개정안이 여러 가지 올라와 있다. 장개위는 목회자와 교인으로 구성되는 총회 대표 중 각각 15%를 여성 및 50세 미만으로 선출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종전까지는 교인 대표에 한해서만 '여성 15%'를 규정해 왔다. 다만 "자격자가 없어 선출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한 감리회 본부 산하 각 위원회와 이사회에 여성 참여를 확대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각 연회가 교역자 1명, 교인 1명을 파송하는 '연회 선출위원' 중 여성 위원이 없으면, 감독회장이 교역자와 교인 각 1명씩 여성위원을 지명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든 것이다.

수련목회자 등 진급 과정 중인 여성 교역자들에 대한 생리휴가 및 출산휴가 보장 규정을 신설하고, 임신·출산 중인 여성 교역자가 진급 과정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규정도 신설했다. 장개위는 "여성 교역자 수급 및 여성에 대한 국가 제도와 정책 발전에 따라 현실화 필요성이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재판법 중에서는 성범죄 규정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범과의 종류에 성추행과 위력에 의한 성관계를 추가해 "부적절한 결혼 또는 성관계(동성 간 성관계와 결혼을 포함)를 하거나 간음, 성폭력, 성추행 등 유사 성행위를 하였을 때와 상하 관계를 이용한 부적절한 성관계가 드러났을 때"로 규정하자는 안을 내놨다. 

한편, 반동성애 관련 입법도 빠지지 않았다. 감리회 장로 및 준회원(목사 안수를 받기 전 과정), 정회원(목사 안수를 받은 이후 과정) 진급 및 연수 과정에서 '성경에 근거한 동성애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기존 규정은 '양성평등 및 성폭력 예방 교육'이었는데, 이 조항이 통과되면 "성경에 근거한 동성애 관련 교육, 양성평등 및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밖에 교세 감소와 고령화, 목회 현장의 변화 등을 염두에 둔 개정안도 있다. 교회를 구성하는 교인 수를 12명에서 5명으로 줄였다. 장개위는 "실제로 개척할 때 교인이 없어 법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법 취지를 밝혔다. 또한 최근 일선 교회들이 시행 중인 '공동 목회'를 법제화하는 안건도 올라왔다.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감리회 계열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를 취득하면 협동목사 지위를 주자는 안건도 있다.

수련목회자를 둘 수 있는 조건도 완화했다. 기존 규정은 입교인(18세 이상 세례 교인) 80명 이상의 교회에 수련목회자 1명을 파송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번 개정안은 이 규정을 50명으로 완화했다. 수련목회자 조항을 2019년 100명에서 80명으로 완화한 데 이어, 또 한 번 규정을 완화하자는 것이다.

갈수록 고갈하는 은급 기금 재원 마련을 위해, 각 교회가 매년 결산액의 2%를 은급 부담금으로 내던 것을 2.2%로 상향했다. 다만 교회들의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1%씩 부담하던 본부 부담금은 0.8%로 조정하는 안을 내놨다. 감리회는 2021년 입법의회에서 "지금 상태가 지속되면 2027년께 은급 기금 자금이 고갈되고 이후 515억 원씩 매년 적자가 난다"고 밝힌 바 있다. 감리회는 2030년이면 은급 제도 운영이 아예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신규 목회자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 의무제를 도입했다. 

이외 감리회 목회자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연회 축소 및 재편은 또다시 연기될 전망이다. 교세가 축소하면서 현재 연회 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장개위는 연회 재편 시점을 2025년 입법의회로 연기하고 2026년부터 시행하자는 개정안을 내놨다. 원래 규정은 이번 2023년 입법의회에서 연회 재편을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감리교신학대학교·목원대학교·협성대학교 신학대학원을 하나로 통합해 '웨슬리신학대학원'을 설립하는 안건도 3개 신학교 교수들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못했다. 장개위는 2024년 12월 31일까지 최종 결정해 2025년 3월부터 운영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반동성애 성향 목회자와 교인들을 중심으로 교회협 탈퇴 목소리가 거세지는 가운데, 이번 입법의회에도 교회협 탈퇴를 염두에 둔 개정안이 올라올 뻔했다. 장개위가 안건을 상정했으나 감독회장의 재결의 요구로 상정이 철회됐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반동성애 성향 목회자와 교인들을 중심으로 교회협 탈퇴 목소리가 거세지는 가운데, 이번 입법의회에도 교회협 탈퇴를 염두에 둔 개정안이 올라올 뻔했다. 장개위가 안건을 상정했으나 감독회장의 재결의 요구로 상정이 철회됐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장개위는 감리회 목회자들이 요청했던 각종 개혁 입법안을 상당수 부결시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안건이 '사회선교사' 제도다. 감리회 선교국이 주관하는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고 감리회 목회자로서 여러 현장에서 사역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자는 안건이었지만, 장개위는 이 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부결 소식이 전해지자, 박경양 목사(평화의교회)는 "심사 과정에서 (고신일) 위원장은 사회선교사 제도가 동성애를 지지하는 진보적인 제도라고 말하는 등 부결에 앞장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장개위가 감리회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존 웨슬리의 정신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감리회 목회자들은 성평등 관련 입법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감리회 양성평등위원회 총무 최소영 목사는 1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감독회장이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성폭력특별재판위원회' 설치가 장개위에서 부결됐다. 현장에서 발의해 이 안건을 다루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또한 "현재 규정에 따르면 실형 선고를 받은 사람은 교단 심사위원회에 고발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이들도 일정 기간을 두거나 관련 교육 등을 이수하는 등 소정의 절차를 밟아야만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성 총대 15%를 선출하거나 각 위원회·이사회에 여성 대표를 선출할 수 있는 규정 역시 임의 규정(할 수 있다)에서 강행 규정(해야 한다)으로 바꾸는 수정 동의안도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종생 총무) 탈퇴를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거세다. 장개위는 당초 "외부 단체나 기관에 대해서는 10년마다 총회에서 재가입 결의를 해야 한다"는 조항을 상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세계교회협의회가 공산주의와 동성애를 옹호하고 있다'는 허위 선전에 휘말린 총회 대표들이 교회협 탈퇴에 찬성할 것이란 우려도 잇따랐다. 그러나 이철 감독회장이 재결의를 요청했고, 결국 이 조항은 장개위에서 부결됐다.

이번 입법의회에는 2024년 감독회장 선거를 앞두고 예상 후보군을 둘러싼 선거법 개정 논란도 치열할 전망이다. 유력 후보로 언급되는 김상현 목사(부광교회)는 "3월 말 기준으로 70세가 된 교역자는 당해 연도 연회에서 은퇴한다"는 현행 규정에 걸려 차기 선거에 출마하지 못한다. 1957년 10월생인 김상현 목사는 2028년 3월 연회에서 은퇴해야 하고, 2028년 10월까지가 임기인 감독회장에 출마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김 목사 측은 '3월 말 기준 70세를 마친 교역자'로 개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규정이 개정되면 김 목사의 은퇴가 2029년 3월로 1년 늘어나 감독회장에 출마할 수 있다. 그러나 장개위는 이 안을 부결시켰다.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김정석 목사(광림교회)는 "감독회장은 임기를 마친 후에 은퇴한다"는 조항 때문에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61년생인 김정석 목사는 임기를 마치고도 2년간 목회를 더 할 수 있으나, 감독회장에 당선된다면 조기 은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개위에서 이 조항을 삭제하자는 안도 논의됐으나 역시 부결됐다.

감리회는 10월 25~27일 강원 고성 델피노리조트에서 2박 3일간 개정안을 논의한다. 감리회 일부 목회자는 장개위가 부결한 몇몇 법안에 대해 현장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감리회는 입법의회 재적 회원 중 1/3이상(이번 입법의회 기준 159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현장에서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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