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예장합동·기장 소속 여성 목회자와 교인들이 성평등 관점에서 2023년 총회를 모니터링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예장통합·예장합동·기장 소속 여성 목회자와 교인들이 성평등 관점에서 2023년 총회를 모니터링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반센·공동대표 방인성·박유미)가 성평등 관점에서 주요 장로교단 108회 총회를 평가했다. 10월 11일 서울 서대문구 공간 새길에서 열린 '교단 총회 성평등 모니터링 - 여성이 말한다'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의식 총회장),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전상건 총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오정호 총회장) 소속 여성 목회자·교인들이 참여해 교단별 총회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입법의회가 아직 열리지 않은 기독교대한감리회(이철 감독회장)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예장통합 총회에서 여성 총대는 전체 총대 1500명 중 41명(2.7%)에 불과했다. 정치부는 여성 총대 10% 의무 할당제를 청원했지만, 총회 석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목사 고시 응시자 및 목사 임직자에게 성범죄 경력 조회 및 범죄 경력 회보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조례 개정안을 청원한 고시위원회 보고 또한 다뤄지지 않았다. 

기독여민회 회장 여혜숙 장로(성문밖교회)는 "현재 여성 총대 할당제는 권고 사항에 불과해 노회는 굳이 지켜야 할 의무가 없다. 내가 속한 영등포노회에는 총대가 38명인데, 그중 여성이 한 명도 없다. 총회는 계속 '연구한다'는 말뿐,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여성위원회의) 노력 끝에 영등포노회에서는 2024년부터 여성 목사 1명, 여성 장로 1명을 총대로 보내는 결의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이것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여혜숙 장로는 "이번 총회를 지켜보며 총대들의 감수성과 총회 문화가 너무 가부장적이라고 느꼈다. 총회가 108회를 맞았다는 것은 100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왔다는 건데, 이를 변화시키는 게 가능할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겠나. 앞으로 여성들이 어떻게 더 연대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장 총회는 여성 총대 비율이 타 교단 대비 가장 높았지만, 전체 612명 중 68명(11.1%)에 그쳤다. 양성평등위원회는 여성 총대 비율을 15%로 확대하는 안건을 상정했지만 기각됐다. 반면, 비교적 의미 있는 결의도 있었다. 양성평등위원회가 올린 성범죄 및 아동 학대 범죄 경력 조회 동의서 의무 제출 건은 헌법위원회에서 연구·정리한 뒤 총회 실행위원회에서 보고해 시행하기로 했다. 교회 내에서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제7문서' 채택 건은 총회 임원회에서 검토 후 실행위원회가 다루기로 했다.

기장 전국여교역자회 성평등위원회 부위원장 김하나 목사(섬돌향린교회)는 매년 총회에서 진보적인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보수성이 짙다고 했다. 김 목사는 "총회 기간 동안 총대들 사이에서 여성 총대 할당제를 15%로 상향 조정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었다. 남성 총대와 달리 여성 총대가 발언할 때 야유와 조롱이 쏟아지는 일도 있었지만, 제지는 없었다. 기장 목사들이 가진 성 인지 감수성과 젠더 감수성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제7문서' 채택을 두고 "문서에 '소수자'와 '성적 지향'이라는 단어가 그대로 적용돼 총회에서 발화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장에서 쏟아진 혐오·차별 발언은 교회의 젠더 감수성이 거의 인권위원회에 제소할 만한 수준임을 확인시켜 줬다"고 말했다. 

김하나 목사는 총회가 여성 관련 정책을 만들고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과 인력은 제대로 편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회는 양성평등위원회와 성폭력대책위원회의 전체 예산으로 50만 원을 책정했고, 성폭력대책위원회 계속 사업 건에 46만 9000원을 부여했다. 수많은 위원회 중에서도 왜 성폭력대책위원회에만 자투리 예산을 배정했나. 이러한 모습이 기장의 현실을 보여 준다"면서 "총회는 여성·성폭력 관련 사업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예산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장합동 총회에는 여성 총대가 한 명도 없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예장합동 총회에는 여성 총대가 한 명도 없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여성 총대가 없는 예장합동 총회에서는 올해 이례적으로 여성에게 강도사 자격을 부여하기로 결의했지만, 회무 마지막 시간에 결정을 취소했다. 또 처음으로 성폭력 대응·처리 지침을 만들었지만, '성 윤리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이라는 황당한 이름의 문건을 채택했다. 이밖에도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를 도운 박성철 목사(인천새소망교회 임시당회장)를 면직한다는 재판국 판결을 그대로 받았다. 

전 총신대학교 강사 박유미 공동대표(기반센)는 "이번 합동 총회는 역사에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총회 기간 동안 결의가 뒤집힌 경우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예장합동은 여성 강도권을 번복하면서 여성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총회 안에 여성이 한 명도 없기 때문에 여성을 의식할 필요가 없고 무시할 수 있는 것이다. 총대들이 사안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데, 그럼 총대들이 무지하다고 인정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성 윤리 예방 및 대응 매뉴얼과 관련해서는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성 윤리라는 모호한 단어로 바꿔 문건 자체에 심각한 오류가 나타났다. 일례로 '성 윤리는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우리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범죄입니다'라는 문장이 있다. 앞에서는 성 윤리가 '윤리'임을 강조했는데, 뒤에서는 심각한 범죄라고 이야기한다. 일관성도 없는 데다가, 어떻게 성 윤리를 '예방'하자는 것인가"라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예장합동이 성폭력 문제를 엄격히 처리할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성철 목사를 면직시킨 결정과 관련해 "그루밍 성폭행을 한 목사는 사직 상태로 교단 내에 남아 있는데, 오히려 성폭력 피해자를 도운 목사는 교단에서 쫓겨났다. 이는 피해자 곁에 선 목사를 면직시켜 본보기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총신신대원여동문회 이주연 회장은 여성 안수 운동을 이어 가겠다고 했다. 109회 총회까지 정기적으로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총신대 신대원생들과 의견을 교류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유미 대표도 "각 교단에서 (여성 안수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는 등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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