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이 7월 20일 실행위원회를 열어 총무 선거에 단독 입후보한 김종생 목사를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회협이 7월 20일 실행위원회를 열어 총무 선거에 단독 입후보한 김종생 목사를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 최측근인 김종생 목사(빛과소금의집 상임이사)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실행위원회(실행위) 총무 선거를 통과했다. 교회협은 7월 20일 서울 한국기독교회관에서 71회기 3차 실행위를 열고, 단독 입후보한 김종생 목사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김 목사는 찬성 46표, 반대 16표, 무효 1표로 재적 과반수의 동의를 얻었다. 

김종생 목사는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 사무총장, 빛과소금의집 상임이사 등 김삼환 목사나 명성교회와 깊이 연관된 단체들에서 활동해 왔다. 이 때문에 김 목사가 교회협 총무가 되면 명성교회가 교회협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교회협이 교회 세습을 비판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에큐메니컬 정신이 대형 교회 하나 때문에 흔들릴 것이라는 성명도 잇따랐다. 교회협 일부 실행위원을 비롯해 교회협 청년위원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등 에큐메니컬 진영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연달아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20일 실행위 시작 전 기자회견과 피켓 시위를 진행하면서 김종생 목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실행위가 열리는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은 방청객과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통상 여름에 열리는 교회협 실행위는 의사정족수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날은 재적 실행위원 78명 중 63명이 참석했다. 앞서 일부 회원 교단은 회의에 참석 가능한 이들로 실행위원을 교체하기도 했다.

김종생 목사가 선거에 앞서 소견을 발표했다. 그는 "저에 대한 우려와 염려, 그리고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며 성찰해 가겠다. 에큐메니컬 청년 운동의 경험과 교회 일치와 연합의 경력을 바탕으로, 에큐메니컬의 허리와도 진배없는 교회협을 섬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교회협 강연홍 회장은 "이미 인선위원회에서 토론했다"며 현장에서 추가 의견을 받지 않고 투표를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일부 회원은 김 목사와 명성교회 간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추가 토론을 요구했다. 반발 끝에 결국 김종생 목사에게 명성교회에 대한 의견을 듣기로 했다.

김종생 목사는 자신이 총무가 되면 명성교회가 교회협의 부채를 해결해 준다는 소문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고 합의된 바도 없다. 나 역시 에큐메니컬 가치를 돈으로 사려는 시도에 반대한다. 삶의 궤적도 그렇지 않다. (김삼환 목사와는) 과거 교단 사회봉사부 총무로 섬기고 한교봉 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함께 사역했고, 용산 참사나 이태원 참사, 일본군위안부 쉼터 제공 때 명성교회 재산을 가져다 쓴 일은 있다. 그런 일을 하면서 영혼을 팔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 의견을 낸) 말씀들도 깊이 성찰하면서 에큐메니컬 가치와 정체성을 가진 교회협이 훼손되지 않도록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의 소명을 들은 실행위원들은 투표에 들어가 의결정족수인 40표를 겨우 넘은 46표로 후보 선정을 통과시켰다. 

김종생 목사는 명성교회와의 관계에 대해 소명하라는 요구에 대해 "돈으로 영혼을 팔지 않았다"며, 자신이 총무가 되더라도 명성교회 재정으로 교회협 부채를 해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김종생 목사는 명성교회와의 관계에 대해 소명하라는 요구에 대해 "돈으로 영혼을 팔지 않았다"며, 자신이 총무가 되더라도 명성교회 재정으로 교회협 부채를 해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예장통합 이순창 총회장은 교단 목사인 이홍정 전 총무의 사퇴로 벌어지는 이번 선거에 대해 회원 교단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예장통합 이순창 총회장은 교단 목사인 이홍정 전 총무의 사퇴로 벌어지는 이번 선거에 대해 회원 교단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한편 전임 이홍정 총무의 사퇴로 벌어진 이번 선거를 놓고,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 실행위원들은 이 전 총무와 김종생 목사의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순창 총회장)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선거 전부터 일부 감리회 위원 사이에서는 "이홍정 총무가 감리회 내 WCC 반대 세력을 핑계로 사퇴해서 벌어지는 선거인데, 또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람을 후보로 선출하느냐"면서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홍정 총무가 사표를 제출하면서 감리회 이철 감독회장에게 보낸 탄원서에 "감리회의 WCC·교회협 탈퇴 논의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밝힌다는 표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20일 회의 시간에도 감리회 실행위원 남재영 목사, 엄상현 목사, 최병천 장로가 발언을 이어 가며 김종생 목사에게 소명을 직접 듣자고 말했다. 특히 최병천 장로는 "예장통합이 공식 사과하라"고도 말했다.

예장통합은 몸을 바짝 낮췄다. 이순창 총회장, 김의식 부총회장, 김보현 사무총장 등 실행위원 전원이 출석한 예장통합에서는 이순창 총회장이 직접 나와 사과했다. 이 총회장은 "진심으로 죄송하다. 여러 가지로 부족했다. 예장통합 총회장으로서 모든 회원과 한국교회 앞에 죄송하고 미안하다. 사과를 받아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허리를 숙였다. 예장통합과 김종생 목사는 실행위 전날까지도 이철 감독회장 등 감리회 실행위원들에게 지지와 이해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 감독회장은 일정상의 이유로 실행위에 불참했다. 

이순창 총회장은 '사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 <뉴스앤조이>의 질문에 "예장통합에서 믿고 보낸 우리 교단의 전 총무가 끝까지 (임기를) 완주하지 못한 데 대한 사과"라고 말했다. 감리회에 사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누군가 말을 잘못한 것 같다. 감리회가 (이 전 총무를) 긁어서 사퇴한 게 아니라 몸이 약해져서 사퇴한 것이다. 감리회와의 갈등이나 부담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아직 김종생 목사가 총무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교회협 헌장은 "인선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를 실행위원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선거하며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총회에 제청"하고 "실행위원회에서 제청한 후보를 총회에서 재석 과반수의 찬성으로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총회에서 김 목사에 대한 투표를 한 번 더 거쳐야 한다.

교회협 강연홍 회장은 오는 10월까지 총무를 공석으로 두기는 어렵다며, 8월 3일 임시 정기총회를 열어 김종생 목사를 총무로 제청하겠다고 밝혔다. 총회에서 인준을 받으면, 김종생 목사는 2025년까지 이홍정 전 총무의 잔여 임기를 수행한다.

실행위가 열리기 전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는 김종생 목사 총무 선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실행위가 열리기 전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는 김종생 목사 총무 선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에큐메니컬 청년 활동가들도 김종생 총무의 선임을 반대한다며 피켓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에큐메니컬 청년 활동가들도 김종생 총무의 선임을 반대한다며 피켓을 들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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