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이 70회 총회를 열고 이홍정 총무의 연임을 결정했다. 선임 논의에 앞서 노태우 국가장 참석에 관한 회원들의 사과 요구가 이어졌고, 이 총무는 수차례 사과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회협이 70회 총회를 열고 이홍정 총무의 연임을 결정했다. 선임 논의에 앞서 노태우 국가장 참석에 관한 회원들의 사과 요구가 이어졌고, 이 총무는 수차례 사과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참석'으로 논란을 빚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이홍정 총무가 무기명투표까지 간 끝에 연임에 성공했다. 교회협은 11월 22일 오후 서울 문래동 구세군영등포교회에서 제70회 정기총회를 열고, 신임 장만희 회장(구세군) 취임 및 이홍정 총무 선임 등 주요 안건을 의결했다.

본래 이 총무는 단독 후보로 추천받아 '박수 추대'로 재선임이 유력했지만, 연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노태우 국가장에 참석해 5·18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사과를 종용하는 듯한 기도를 하면서 교회협 안팎에서 거센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홍정 총무는 논란이 일자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를 숙였지만, 에큐메니컬 진영 일각에서는 이 총무의 사퇴·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정기총회가 열린 구세군영등포교회 앞에서는 이 총무의 사퇴를 요구하는 2030 에큐메니컬 청년들의 침묵 피켓 시위가 벌어졌고, 회의 중에도 이 총무를 질타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총대로 참석한 청년 이은재 씨는 "이홍정 총무는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2030 활동가 성명서 발표와 시위를 주도했던 그는 발언권을 얻어 "사죄 없이 떠난 노태우 씨 국가장 참석을 강행하고 그곳에서 5·18 유족을 도구 삼아 용서·화해를 운운하며 기도한 일은 이미 역사에 기록됐다. 이 총무가 노태우를 용서한 일은 돌이킬 수 없다. 5·18 광주와 에큐메니컬 운동 역사의 엄중함 앞에, 총무직에서 물러나는 것 외에는 책임질 수 있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대 박상규 목사는 "나는 5·18 유가족이자 구속자다. 목회자가 되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살려고 하지만, 비만 오면 몸이 아파 상처가 도진다. 오늘 교회협 총회에 참석한다니 많은 사람이 '꼭 가서 교회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전해 달라'고 하더라. 사과는 피해자에게 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모 당의 후보가 망언을 해서 광주에 찾아와 극렬한 반대에도 나름대로 사과했다. 이홍정 총무도 그 정도 성의는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국기독청년협의회 하성웅 총무도 "당시 이 총무의 '사퇴'가 아니라 '사과'를 요구했던 것은, 사퇴 이후 일어날 갈등과 혼란이 교회협과 에큐메니컬 운동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2030 세대를 만나 다시 한번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정기적으로 플랫폼을 만들어서 역사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삼아 달라. 그렇게 하는 게 어렵다면 사퇴하는 게 옳다"고 발언했다.

이홍정 총무 선임 안건으로 무기명투표가 진행됐다. 임보라 목사는 박수 추대 대신 회원들의 뜻을 정식으로 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홍정 총무 선임 안건으로 무기명투표가 진행됐다. 임보라 목사는 박수 추대 대신 회원들의 뜻을 정식으로 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홍정 총무는 사퇴와 사과를 요구하는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단상에서 내려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년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의사소통 구조 등을 개선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광주에 왜 내려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사과문 발표 이후 5·18 유가족 단체와 이의를 제기한 단체들에게 공문 형식으로 사과문을 전달했다. 광주 방문도 계획하고 그 주간 수요일에 내려가려 했으나, 마침 윤석열 후보가 그날 광주를 찾았다"고 해명했다.

왜 사퇴하지 않고 '거취를 총회에 일임한다'는 식의 입장을 내놓았냐는 지적에 이 총무는 "내 개인의 성격으로는 벌써 사퇴를 표명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인선 절차가 막바지에 와 있는 상황에서 사적 반성의 표시로 사퇴를 표명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한 일으로 보일 것 같았다. 사퇴를 표명하면 실제로 사퇴하지 (정치적인) 쇼로 하지 않는다. 이후 발생할 더 많은 혼란을 막기 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정 총무에 대한 비판적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대 임보라 목사는 총무 선임을 규정대로 하자고 제안했다. 임 목사는 "이 총무가 사과와 성찰을 이야기했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2030 젊은 활동가들과의 소통 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명확히 답해 달라. 아울러 이번 총무 선임을 관례라면서 박수로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임 목사 제안 이후 이홍정 총무의 연임을 묻는 무기명투표가 현장에서 열렸다. 투표에 참석한 127명 중 찬성 96표, 반대 31표가 나와 75.6%의 찬성으로 연임이 확정됐다. 이로써 이홍정 총무는 2025년까지 두 번째 임기를 이어 가게 됐다. 이홍정 총무는 취임사에서 "교회협을 위해 비판적 지지와 적극적 참여를 부탁드린다"면서도 국가장과 관련한 언급은 별도로 하지 않았다.

2030 에큐메니컬 활동가들은 교회협 총회가 열리는 구세군영등포교회 앞에서 이홍정 총무의 사과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2030 에큐메니컬 활동가들은 교회협 총회가 열리는 구세군영등포교회 앞에서 이홍정 총무의 사과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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