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 이홍정 총무가 4일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태우 국가장 참석에 대해 사과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회협 이홍정 총무가 4일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태우 국가장 참석에 대해 사과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에 참석해 기도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이홍정 총무가 논란이 불거진 지 5일만에 공개 사과했다. 이홍정 총무는 11월 4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광주의 마음 깊게 헤아리지 못한 잘못을 사과한다"고 말했다.

에큐메니컬 진영 여러 단체는,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 온 교회협의 수장이 5·18 광주 학살과 군사 쿠데타의 책임자를 조문하고, 화해를 종용하는 듯한 기도문을 낭독했으며, 내부 만류에도 협의 없이 참석을 강행한 점 등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과와 사퇴를 요구해 왔다.

이홍정 총무는 "공적으로 부여된 기회를 선용해 가해자의 죽음의 자리에서 시대를 향한 유의미한 메시지를 기도에 담아내려 한 것"이라고 국가장 참석 의도를 설명하면서도, "5·18 광주의 마음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지 못한 중대한 잘못이었고, 참여 자체가 역사의식의 본질로부터 이탈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말했다.

기도문 중 논란이 된 "고인이 남긴 사죄의 마음과 이 마음을 받은 5·18 유가족의 마음이, 우리의 역사를 궁극적으로 용서와 화해로 이끌어 가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구원 행동의 증표가 되게 하옵소서"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에큐메니컬 진영은 이 발언과 관련해 광주는 노태우를 용서한 적 없다며 이 총무가 화해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이홍정 총무는 "5·18 광주의 마음은 국가장에 반대하고 있고, 고인이 가족을 통해 남긴 사죄의 마음은 용서와 화해를 이끌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것이었다. 기도 속에 담긴 사회적 화합에 대한 바람은 진실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역사적 정당성과 현실성을 얻기에 부적절한 표현이었다"고 사과했다.

이 총무는 규탄 성명을 발표한 에큐메니컬 활동가들과 각 단체에도 사과한다고 말했다. "5·18 광주의 마음을 신앙적으로 해석하고 실천하며 희생적으로 민주화 운동에 참여해 온 모든 분들과, 이를 계승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2030 세대에게 깊이 사과한다. 교회협을 섬기는 동역자 여러분에게 마음에 큰 어려움을 드린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했다.

아울러 "향후 이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투철한 역사의식과 피해자 중심의 현실 인식을 가지고, 피해 당사자들, 지역 교회 지도자들과 현장의 활동가들, 2030 세대, 사무국 동역자들과 보다 긴밀히 소통하며, 5·18 광주의 진실 규명과 화해를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도 언급했다. 이홍정 총무는 올해로 총무 4년 임기를 마친다. 그는 이번 일로 사퇴 요구가 빗발친 데 대해 "나의 거취도 곧 열릴 정기총회 결정 앞에 사심 없이 겸허히 맡기겠다"고 언급했다. 교회협 정기총회는 11월 22일 열린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교계·일반 언론 취재진과 에큐메니컬 진영 활동가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취재진은 국가장 참석 계기, 주위 만류에도 참석을 강행한 이유, 총무 연임 등에 대해 물었지만, 그는 "질문에 대한 답은 사과문 내용에서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다"며 즉답하지 않고 퇴장했다.

다음은 사과문 전문.

5·18 광주의 마음을 깊게 헤아리지 못한 잘못을 사과드립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과 전두환·노태우 신군부 정권의 폭정에 맞서서, 이 땅에 고난받는 민중과 연대하며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인권의 보편화를 이루기 위해 희생적으로 참여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빛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과 유산을 재해석하며, 사회 선교 운동의 영성과 실천을 비추어 성찰하는 거울로 삼아 왔습니다.

이 같은 정신을 엄중하게 계승하고 실천해야 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로서, 가해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에 참여한 것은, 5·18 광주의 마음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지 못한 중대한 잘못이었습니다. 비록 저에게 공적으로 부여된 기회를 선용하여 가해자의 죽음의 자리에서 시대를 향한 유의미한 메시지를 기도에 담아내고자 하였지만,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 저의 참여 자체가 역사의식의 본질로부터 이탈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드립니다.

5·18 광주의 마음은 국가장에 반대하였고, 고인이 가족을 통해 남긴 사죄의 마음은 용서와 화해를 이끌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저의 기도 속에 담긴 사회적 화합에 대한 바람은 진실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역사적 정당성과 현실성을 얻기에 부적절한 표현이었습니다. 저의 국가장 참여는 전적으로 5·18 광주의 마음을 우선적으로 헤아리지 못한 저의 잘못입니다.

이로 인해 5·18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제 마음에 다시 새기며 그분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5·18 광주의 마음을 신앙적으로 해석하고 실천하며 희생적으로 민주화 운동에 참여해 온 모든 분들과, 이를 계승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2030 세대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섬기는 동역자 여러분에게 마음에 큰 어려움을 드린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향후 이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투철한 역사의식과 피해자 중심의 현실 인식을 가지고, 피해 당사자들, 지역 교회 지도자들과 현장의 활동가들, 2030 세대, 사무국 동역자들과 보다 긴밀히 소통하며, 5·18 광주의 진실 규명과 화해를 위해 더욱 힘쓰겠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총무로서 저의 거취도 이제 곧 열릴 정기총회의 결정 앞에 사심 없이 겸허히 맡기겠습니다.

2021년 11월 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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