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 차기 총무에 단독 입후보한 김종생 목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교회협 안팎에서는 김 목사가 친명성교회 행보를 보여 왔기에 그를 총무로 선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회협 차기 총무에 단독 입후보한 김종생 목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교회협 안팎에서는 김 목사가 친명성교회 행보를 보여 왔기에 그를 총무로 선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교계 진보 연합 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가 차기 총무 선출을 놓고 시끄럽다. 전 총무 이홍정 목사가 중도 하차한 이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순창 총회장) 김종생 목사가 단독 입후보했는데, 김삼환 원로목사(명성교회)의 최측근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교회협이 명성교회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김종생 목사는 2005년 예장통합 사회봉사부 총무를 지냈다. 2008~2013년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 사무총장을, 2017년부터 빛과소금의집 상임이사를, 2018년부터 글로벌디아코니아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한교봉은 김삼환 목사가 명예총재로 있으면서 강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고, 빛과소금의집과 글로벌디아코니아는 명성교회가 설립했다. 빛과소금의집은 명성교회가 부자 세습 강행으로 지탄을 받자, 미자립교회 1000곳을 돕겠다며 황급히 50억 원을 출연해 설립한 단체이기도 하다.

'친명성'으로 분류되는 김종생 목사가 차기 총무 후보로 내정되자, 교회협 안팎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합총회세우기바로연대는 7월 14일 성명에서 "(교회협) 100주년을 눈앞에 두고 친명성 인물이 총무로 선출되는 것은 에큐메니컬 운동의 명백한 퇴보이며 교회와 사회 앞에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7월 20일 실행위원회에서 김종생 후보를 총무로 선출한다면 지난 100년간 민족과 함께하며 역사적 정통성을 이어 온 한국교회 에큐메니컬 운동의 전통은 송두리째 무너지게 된다"고 했다.

교회협 청년위원회도 7월 17일 성명에서 "세습 문제로 한국 사회의 지탄을 받은 명성교회와 깊이 연루돼 있는 김종생 목사가 총무로 선출된다면, 교단과 지역교회협의회, 에큐메니컬 사회 선교 기관들과의 소통과 협력, 일치를 근간으로 하는 교회협에 내부적 혼란이 불가피하며, 교회협이 줄기차게 비판해 온 교회의 사유화 문제에 관해서 더 이상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에큐메니컬 진영 청년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한 반대 성명도 나오고 있다. 투표권이 있는 김정현·윤대엽·이은재·이종화·추은지 실행위원을 비롯해 교회협 산하 위원회 위원들과 청년 활동가들은 7월 18일 "명성교회는 교회협이 명확히 반대하는 부자 세습을 사수하기 위해 돈을 살포하고, 노회와 교단을 분열시키는 것을 넘어 이제는 교회 일치의 정신까지도 침탈하려 하고 있다. 그 옆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로 교회 분열을 주도해 온 사람을 교회 연합 기구의 수장으로 세울 수는 없다. 에큐메니컬 정신은 돈으로 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종생 목사(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명성교회가 설립한 빛과소금의집 상임이사를 지냈다. 사진은 2020년 2월 명성교회와 아산시기독교연합회가 아산시에 마스크를 전달하는 장면.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종생 목사(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명성교회가 설립한 빛과소금의집 상임이사를 지냈다. 사진은 2020년 2월 명성교회와 아산시기독교연합회가 아산시에 마스크를 전달하는 장면.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회협은 7월 20일 실행위원회에서 차기 총무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한다. 실행위는 회원 교단인 예장통합(13명)을 비롯해 기독교대한감리회(12명), 한국기독교장로회(7명), 구세군대한본영(6명), 대한성공회(5명), 기독교대한복음교회(4명), 한국정교회(4명),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6명), 기독교한국루터회(4명) 교단 대표와 CBS, 대한기독교서회, YMCA, YWCA, KSCF 등 연합기관(13명) 대표, 지역 교회협 대표(3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 목사가 총무 후보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재적 77명 중 과반수인 39표를 얻어야 한다. 만일 투표를 통과하면 실행위는 오는 10월 교회협 총회에 정식으로 총무 선출을 제청한다.

김종생 목사는 실행위원들을 접촉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김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친명성 행보에 대한 우려와 각종 반대 성명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그는 "지금은 답변하기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실행위 때 소견을 발표할 수 있는 계기가 있다면 그때 하겠다"며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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