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은 몸> / 주원규 지음 / 뜰힘 펴냄 / 248면 / 1만 5000원
<벗은 몸> / 주원규 지음 / 뜰힘 펴냄 / 248쪽 / 1만 5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간사] 소설가와 극작가로 활동 중인 주원규 목사(동서말씀교회)의 장편소설. 중대형교회 부목사인 민태에게는 중증 자폐 증세를 가진 십대 후반의 아들 승민이 있다. 어느 날 8차선 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승민을 좇아가 보호하려던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이 일로 승민은 교회가 위탁 운영하는 발달 장애인 자립 센터에서 쫓겨나고, 민태도 교회에서 해고당한다. 한순간 사역지를 잃고 아내도 없이 자폐증을 앓는 아들을 키워야 하는 민태에게 누군가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자폐와 발달 장애를 앓는 장애인들을 위한 사역을 펼치며 국회의원까지 역임한 유형식 목사가 자신이 이끌던 '선한사랑공동체'에 들어와 차기 운영자가 되어 달라고 요청한 것. 승민 그리고 둘째 아들 강민과 함께 '선한사랑공동체'에 들어간 민태는 석연치 않은 상황을 거듭 마주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독자들로 하여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애인 가족의 일상을 한층 더 깊이 응시하게 만들고 고통과 슬픔, 정상과 비정상, 사랑과 용서와 같은 화두 앞에서 모순되고 뒤틀리는 종교와 인간의 '벗은 몸'을 드러낸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이 "종교적 정답의 모순에 관한 낯선 질문"과 "우리 사회의 편견과 정상성에 관한 질문", "사회적 통념과 모럴에 관한 첨예한 갈등을 일소하려는 종교의 획일적인 해법 제시에 관한 다소 도전적이고 솔직한 질문"을 담았다고 밝혔다.    

"대다수 교인이 시험에 빠졌어. 어떻게 목사 사모가 아들 때문에 죽을 수 있는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고 현장에 하나님은 과연 어디에 계셨는지…. 민감한 얘기지만 혹시 자네와 자네 가족의 신앙에 어떤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던 건 아닌지에 대한 혼란에 교인들의 신앙이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하더군." (1장, 25쪽)

"잘못 생각하셨어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요?

사랑받았다고 임의로 규정당한 당사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당사자라면…. 지은 선생이 그렇단 말인가요?

물론이에요.

….

반대로 물을게요. 목사님은 정말 이 사랑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세요? 살인자의 딸을 자신의 딸로 입양하는 행동이요.
적어도 용서의 행동이지 않나요?

아니요.

….

당사자가 용서받을 마음이 없는데, 어떻게 용서하죠? 그게 용서인가요?"
(10장, 7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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