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완 윌리엄스와의 대화 - 정의와 사랑에 관하여> / 로완 윌리엄스·메리 저나지 지음 / 강성윤·민경찬 옮김 / 비아 펴냄 / 280쪽 / 1만 6000원
<로완 윌리엄스와의 대화 - 정의와 사랑에 관하여> / 로완 윌리엄스·메리 저나지 지음 / 강성윤·민경찬 옮김 / 비아 펴냄 / 280쪽 / 1만 6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간사] 영국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를 지낸 저명한 신학자 로완 윌리엄스와, 영화감독이자 철학자인 메리 저나지가 현대사회 다양한 문제를 소재 삼아 정의와 사랑, 종교의 의미 등에 관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에 걸쳐 나눈 대화를 엮은 대담집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정의와 사랑의 관계를 함께 탐구해 보자고, 또 정의에 관한 언어를 풍부하게 만들어 줄 신학적, 철학적 기반을 다져 보자고"(29~30쪽) 제안한 메리 저나지에게 로완 윌리엄스가 응답하면서 성사됐다. 일곱 번의 대화에서 두 사람은 시몬 베유, 아이리스 머독, 메를로 퐁티 등 현대 철학자들과,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폰투스의 에바그리우스와 같은 고대 그리스도교 신학자들, 셰익스피어, 도스토옙스키, 플래너리 오코너 등 문학가들이 남긴 사유의 흔적을 소환하며 정의가 무엇인지, 정의가 사랑을 비롯한 삶의 다양한 덕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함께 묻고 답을 찾아간다. 시리아 난민 위기, 파리 폭탄 테러, ISIS의 공격, 브렉시트, 미국 대선과 총선, 환경문제 등 전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언급하며 불의와 갈등, 부패와 폭력이 우리 일상을 고통과 비극으로 몰고 가는 사회 속에서 사랑에 기반한 정의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차분하게 탐색해 나간다.

"제가 아주 좋아하고 자주 인용하는, 3세기 그리스도교 작가가 남긴 구절이 있는데요.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이 지닌 가장 독특한 점은, 자신과 본성상 같은 점이 없는 대상을 향한 사랑이라는 점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자신과 너무나 다른 것을 향한 사랑이기 때문에 위대한 신비이지요. 물론 이 작가는 인간이 하느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졌다는 교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이 우리든, 다른 피조물이든 피조물에게 적대적이거나 무관심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느님은 무한한 자유, 무한한 기쁨, 무한한 지성이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그런데도 우리는 하느님에게 무한히 풍요로운 어떤 것인 듯 사랑받고 있음을 말하려 했던 것이지요. 이 사랑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비범하고 믿기 힘들 정도의 밀접한 관계를, 무한자와 유한자의 관계를 낳는 사랑이지요." (제5장 '증언하기', 179쪽)

"이러한 맥락에서 살과 피를 지닌 정의, 그렇기에 온전한 정의는 타자가 어디에 있고, 무엇이며, 누구인지, 그리하여 자신이 어디에 있고, 무엇이며, 누구인지를 올바로 보는 것입니다. 이는 곧 타자와의 경쟁, 타자의 위협이라는 드라마를 내려놓고 벗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교 용어를 빌려 말하면 하느님의 형상이라는 우리의 공통된 피조성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물론 우리의 자아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단련됩니다. 그리고 교육받습니다. 이러한 삶의 장에서 우리의 자아는 경쟁과 위협이라는 이야기에서 벗어나라는 요청을 받으며, 그렇게 되도록 도움을 받습니다. 정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일어납니다. 이때 정의는 억압, 상처, 혹은 어떤 상황에 응답하는 정의인 만큼이나 적절한 행동으로서의 정의, 진실하게 보는 것으로서의 정의, 예술로서의 정의, 더 나아가서는 기도로서의 정의일 것입니다." (나가며, 267~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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