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읽기 전 알아야 하는 7가지 사실> / 마이클 F. 버드 지음 / 이철민 옮김 / 성서유니온 펴냄 / 270쪽 / 1만 5000원
<성경을 읽기 전 알아야 하는 7가지 사실> / 마이클 F. 버드 지음 / 이철민 옮김 / 성서유니온 펴냄 / 270쪽 / 1만 5000원

[뉴스앤조이-박요셉 간사] 아직까지 여성 안수를 허용하지 않는 교단에서 나고 자란 내가 <뉴스앤조이>라는 매체에 몸담게 된 건 일종의 '사건'이었다. 이곳에서 온갖 교계 사건과 여러 신학 이론들을 처음 접할 때마다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 약을 먹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성경 어디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말할 줄만 알았지, 따지고 보면 그 성경을 누가 어떤 배경에서 작성했는지, 어떤 해석과 평가가 뒤따르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물론 지금도 성경 지식이 미천하긴 하지만, 적어도 모세가 오경 전체를 전부 기록하지 않았고, 이사야서가 세 번에 걸쳐서 작성됐고, 복음서 중에 서로 상반된 내용이 있다는 말에 금식하며 기도하진 않는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읽기 전 짚고 넘어가야 할 7가지 개념을 다룬다. △성경의 기원(정경·외경 등) △영감 및 무오성 논쟁 △권위 △과거성 △성경 해석 △목적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 등 모두가 흥미로우면서 긴장감을 주는 주제들이다. 저자는 이 주제들에 관한 다양한 이론을 서술하며 자신의 입장을 개진한다. 각 장 제목이 그의 견해를 잘 나타낸다.

1장 성경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2장 성경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고, 사람이 저술한 것이다
3장 성경은 규범적이며, 타협은 불가능하다
4장 성경은 우리 시대를 위한 것이지, 우리 시대에 관한 것이 아니다
5장 성경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항상 문자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6장 성경의 목적은 지식, 믿음 ,사랑, 소망이다
7장 성경의 중심은 그리스도다

네오의 빨간 약이 매운맛이었다면, 이 책은 순한 맛이다. 저자는 성경에 대해 보수적이고 신중한 입장을 취한다. 그렇다고 성경 모든 내용이 문자 그대로 무조건 '참'이고, 해석이나 비평은 금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성경은 고대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기록됐다. 대상 독자도 고대 사람들이다. 하지만 성경은 우리를 위해 쓰이기도 했다. 저자는 "상당한 역사적 간극을 뛰어넘어 우리 자신의 문화와 더불어 고대 문화를 해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새해를 맞아 성경 통독을 시작하는 무리들을 쉽게 본다. 이 책을 함께 읽어 보는 건 어떨까. 성경 읽기 그 자체도 유익한 경험이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면 성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각 장마다 추천 도서 목록이 수록돼 있어, 관심 있는 주제를 깊이 탐구할 수도 있다.

"성경은 단지 신적 계시의 기록만이 아니다(물론 그것도 맞지만). 성경은 단지 하나님과 그분의 목적에 관한 깨달음으로 우리 생각을 조명하는 어떤 것만도 아니다(물론 그것 역시 맞지만). 성경 자체가 곧 계시다. 신적으로 주어진 메시지를 기록하기 위해 성령의 영향력에 의해 감동받은 인간 대리인(subjects) 속으로 하나님이 자신의 말씀을 불어넣으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사람들 안에 고취되고 그 뒤에 책장 위에 기록된, 진리에 관한 신적 증언으로 구성된다. 이것이 바로 성경의 영감을 논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바다." (2장 '성경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고, 사람이 저술한 것이다', 76쪽)

"설득력 있고 신중한 무오성 정의로 무장한 건전한 성경 교리는, 명백한 애매모호함을 부정하지 않아야 하고 누군가의 끈질긴 질문을 침묵시키지도 않아야 한다. 고대의 세계관에 맞추시는 신적인 조율과 고대 문학 장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복음서 저자들이 여리고에서 예수님이 맹인을 치유하신 이야기를 손질하는 따위의) 이해한다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오류도 존재한다. 이런 사실을 인정해도 성경의 진실성과 권위는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 (2장 '성경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고, 사람이 저술한 것이다', 98쪽)

"그렇다면 의미는 어디에 머무는가? 저자인가, 텍스트인가, 아니면 독자인가? 내 생각에 - 우리가 지칭하는 의미에 근접한 - 해석은 세 가지 모든 지평의 전체적 융합과 관련 있다. 우리는 저자의 의도와 텍스트 안의 역동, 독자들의 이해를 고려하고, 우리가 지칭하는 '의미'는 이 세 가지 모든 것의 융합에서 발생한다. 궁극적으로 의미는 텍스트 배후에 있는 세계(저자의 지평)와 텍스트 안의 세계(문학적 지평),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텍스트 앞의 세계(독자의 지평) 모두와 우리가 형성하는 연관 관계의 그물망이다. 우리가 더 많은 연관 관계를 만들고 이 관계가 더 두터울수록, 텍스트에 부여된 특정한 의미는 더 바람직한 것이 된다." (5장 '성경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항상 문자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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