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대면으로 진행되는 모금 강의에 다녀왔어요.

저희 회사는 후원자 관리 프로그램으로 '휴먼소프트웨어'의 'MRM'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모금 활동 단계에 대한 개괄 강의를 시작으로, 후원자와의 소통을 위해 어떻게 MRM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지, 모금 컨설팅을 받은 단체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상 깊었던 내용 중 하나는, 후원자에게 보내는 안부 문자도 때마다 내용을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비영리단체는 사회적 감수성과 공감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문자 하나에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녹여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였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메시지 한 통을 통해서도 단체의 색깔과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고, 후원자의 마음에 조금은 더 가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심으로 소통하려는 의지와 세심한 관찰을 바탕으로, 독자·후원자님들과 좀 더 창의적이고 신뢰 있는 관계를 맺어 가야겠다는 다짐을 해 보게 되었네요. 얼마 남지 않은 한 해, 오늘도 있는 자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모두 한 주도 수고 많으셨고, 쉼이 있는 주말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사역기획국 세향

처치독 리포트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번 '거룩한 범죄자들' 기획을 맡은 최승현 기자입니다. 다큐 영상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번 기획은 '왜 교회 성폭력은 반복되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했습니다.

매번 이 교회 저 교회에서 벌어지는 목회자들의 성폭력 기사가 많았는데요. 분노하시기도 하지만, 피로감을 느낀 분들도 적지 않을 줄로 압니다.

이번 기사는 교회에서 성폭력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다뤘습니다. 

· 피해자의 97.4%가 여성이라는 점
· 절반이 미성년자라는 점.
· 범죄자 대부분이 교단으로부터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으며,
· 신원 조회도 비켜 간다는 점들을요. 

저도 교회 성폭력 기사를 많이 썼지만, 이렇게 한번에 모아 보니 '구조적 문제'라는 게 확실히 느껴지더군요. 개별 사건에 분노하는 것도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반복되는 성폭력을 막기 위해, 또 안전하고 믿음 가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합니다.

편집국 승현


교회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자들에게 교단의 대응에 대해 물었습니다. 잘 대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정말 이 정도 수준일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양 한 마리를 버리고 목회자를 세운 꼴이다."

한 피해자의 말이 가슴을 후벼 파더군요.

교단의 대응은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문제가 있었고, 그것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피해자의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를 고치지 않는 한, 교단은 계속해서 어린양을 버리는 죄를 쌓게 될 것입니다.

편집국 권효


목회자 성폭력과 교단의 책임

교단이 목회자 성폭력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 눈으로 숫자를 확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10년 동안의 판결문 300여 건을 분석하고 130여 명의 거취를 추적한 결과, 교단에서는 사건 절반을 모르고 있었고, 알았다고 하더라도 37% 정도만 징계했으니까요.

취재 과정에서 이제라도 징계할 테니 사건을 자세히 알려 달라고 요청한 교단 관계자는 손에 꼽혔습니다(실제로는 보도 직전에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은 후 재판을 열어 면직시켰다고 알려 온 노회가 딱 한 곳 있었습니다).

그보다는 징계 계획이 없다거나 시간이 흘렀으니 덮고 넘어가야 한다는 반응이 더 많았습니다. 너무나도 명료한 숫자에 비해, 뻔뻔한 동료 목사들의 태도를 보니 허탈했습니다. 법이 없어 처벌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에, 우리보다 훨씬 먼저 목회자 성폭력 관련 정책과 시스템을 마련한 해외 교단을 서면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목회자 성폭력은 교단의 책임"이라는 말입니다(한국과 달리 해외 교단에서는 이 말을 정책에 명문화하거나 성폭력 예방, 피해 보상 제도 등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너무 당위적으로도 들리지만, 사회(정당, 학교, 회사 등)에서 구성원이 성폭력을 저질렀을 때 그 소속 집단에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일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한국교회와 교단이 그동안 이 책임에서 비켜나 있었을 뿐이죠.

기획을 내놓고 나서도 매일같이 목회자 성폭력 소식이 들려옵니다.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적어도 교단의 책임을 직면하는 변화부터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편집국 수진


뉘우쳐도 모자랄 판에

저는 이번 기획 취재에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강단에 서는 목사들'을 만나러 다녔습니다.

'아니, 다른 것도 아니고 성범죄를 저질렀는데 어떻게 목회를 계속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물론 저희 기자들도 같은 생각인데, 가해 목회자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더군요.

"기도하면 하나님이 용서해 준다고 하신다."

"사회 법으로 처벌받았기 때문에 교회법으로 또 처벌받는 건 부당하다. 이중 처벌로 생각한다."

"원래 목회를 안 하려고 했지만 교인들이 붙잡아서 하고 있다."

뉘우쳐도 모자랄 판에, 되지도 않는 황당한 소리를 해 대더군요. 개인적으로 취재하면서 절망감을 맛보긴 했으나, '교회 개혁'의 필요성도 강하게 느꼈습니다. 기본이 되는 요소들부터 바로잡아야만 한국교회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국 용필


선배가 왜 거기서 나와

취재를 위해 성범죄 목회자들의 판결문을 정리해 놓은 엑셀 시트를 살펴보다가 어느 날 흠칫했습니다. 목록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거든요.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저와 신학대학교를 같이 다녔던, 꽤나 친분이 있는 선배였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에 취재에 착수했는데, 제가 아는 그 사람이 맞더군요….

심지어 아무런 제재 없이 목사 안수를 받고 지금도 목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유튜브에 설교 영상도 꾸준히 올라오더라고요. 교회도, 교단도 그 선배의 범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죠.

저희는 이번 기획 취재의 일환으로 '한국교회 목회자 성폭력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 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응답자 중 97.9%가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경력 조회 제도' 도입에 찬성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교단이 소속 목회자의 성범죄 경력을 조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성범죄자 취업 제한 시설인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교회'가 포함되지 않거든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교회가 성범죄 경력 조회를 시행하고 있었다면, 전도사 시절 범행을 저질렀던 그 선배는 목사가 될 수 없었겠죠. 그 편이 본인에게나 교회에게나 더 좋았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성폭력을 저지르고도 목회를 이어 갈 수 있는 한국교회의 구멍 난 현실이 여러모로 안타깝습니다.

편집국 운송

※ 처치독 지난 호 보기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