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노회 분위기는 최 목사 옹호 일색이었다. 징계해야 한다는 발언은 일절 나오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경기북노회 분위기는 최 목사 옹호 일색이었다. 징계해야 한다는 발언은 일절 나오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교회 청년 다수를 추행해 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ㅍ교회 최 아무개 목사(65)에 대해, 노회에서는 아무런 징계 없이 넘어가기로 했다. 10월 11일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권순웅 총회장) 경기북노회(최형화 노회장) 정기회에서는 가해자 최 목사를 옹호하는 발언이 많이 나왔다.

감옥에 있는 최 목사는 이번 정기회에 자신이 제출한 사임서를 철회해 달라고 청원했다. 최 목사는 2019년 12월 사건이 교회에 알려지자 사임서를 제출했는데, 노회가 이를 보류한 바 있다. 사임서 철회 청원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를 계속 ㅍ교회 당회장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경기북노회는 최 목사의 청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경기북노회는 2019년 12월 피해자들의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서류 미비'라는 이유로 반려하고 자체적으로 조사처리위원회를 만들었다. 이후로 계속해서 최 목사의 징계를 미뤘다. 최 목사가 2021년 11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는데도 노회는 그를 징계하지 않았다. 2021년 12월 7일 경기북노회 임원회 회의록을 보면 "항소심 재판 결과를 보고 교회를 위해 은혜롭게 마무리짓도록 기도하기로 하다"라고 나와 있다. 2022년 1월 4일 회의록에는 "항소심 재판 결과를 보고 대처하기로 하다"라고 나온다. 

최 목사는 2022년 5월 17일 2심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았고, 7월 26일 3심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경기북노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판결 확정 후 노회 서기 김광균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아직 징계할 계획이 없다"며 "아마 10월 정기회에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경기북노회 정기회에 최 목사와 관련한 안건은 최 목사의 시무 사임 철회 하나였다. 정치부가 이를 허락해 달라고 보고하자, 노회장 최형화 목사가 발언권을 신청했다. 그는 "최 목사님의 사임서를 받았을 때, 이 사건은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난 후 진행하기로 결의됐다. 사임서가 유보돼 있는 상태였는데, 최 목사님 본인이 교회 부동산 관련한 대출 문제로 사임하기 어렵다는 의사와 함께 사임서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서를 보내왔다"며 청원이 올라온 경위를 설명했다. 

최형화 목사는 "지금 이 문제로 우리가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사임서를 반려하면 (최 목사의) 당회장권이 살아 있는 상태가 된다. 우리가 일정 부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목사님이 출소할 때까지 휴직을 권고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징계가 아니라 휴직을 권고하자는 제안에도 노회원들은 반발하기 시작했다. 

경기북노회 노회원들의 발언은 성범죄자 처리에 있어 교단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피해자는 철저하게 배제하고 가해자만 철석같이 믿는 것이다. 최 목사는 교회 여성 청년 최소 5명을 강제 추행했다. 단둘이 만나 백화점에 가서 피해자들이 원하지도 않는 선물을 사 주고 뽀뽀를 요구했다. 손을 주물럭거리고 팔짱을 끼고 강제로 입을 맞추기도 했다. 이런 성범죄자를 동료 목사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들의 발언을 최대한 그대로 옮긴다.

"이 일은 어느 목사라도 누군가 눈을 부라리고 바라보면 다 걸릴 수 있는 일이다. (중략) 우리가 아이들과 어깨, 허리, 손, 팔짱 끼는 것이 자연스럽듯이, 이들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누구든지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을 우리 노회에서 한번 처리를 했는데, 그때 최 목사와 장로와 모든 증인은 왔다. 그러나 고발했던 사람들은 오지 않았다. 그들이 오지 않았으므로, 사실은 최 목사가 정당하다는 증거를 다 들었고 그 사건에 대한 모든 자료가 있었기 때문에, 조사처리위에서 보자면 '최 목사는 죄가 없다'고 가결할 수도 있었다. (중략)

 

그 교회는 이 일로 풍비박산이 됐다. 그때 고발했던 분들은 이미 교회를 떠나 버려서 이제 교인이 아니다. 남아 있는 분들은 최 목사님이 나와서 모든 문제를 정리할 때까지 그분을 당회장으로 모시고 있는 거다. 지금 통장이나 모든 것은 최 목사의 도장이 찍혀야 해결되는 거다. 이런 모든 일을 현재 계신 장로님이나 교인들은 최 목사님과 같이하기를 원하고 있다. 만약 여기서 우리가 잘못 결정하면 그분들은 노회를 떠날 수도 있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최 목사는 벌써 충분히 (형을) 다 살았다. 곧 있으면 (감옥을) 나온다. 나와서 은혜롭게 잘 정리해서 좋게 은퇴하는 방식으로 해 줘야 한다. 우리가 다 아는 일이니까, 조금 더 기다렸다가 잘 마무리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또 새로운 사람이 올 것이다. 최 목사가 더 이상 목회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까. 현재 머물러 있는 교인들이 편안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서재운 목사(의정부제일교회)

"우리 노회 모든 목사님 장로님들이 부러워했던 모범 교회가 산산조각이 났다. 완전히 큰 나무가 톱에 잘리고 도끼가 찍혀서 그루터기밖에 남아 있지 않다. 현재 모이는 신도들도 장년이 한 20여 명, 아이까지 하면 한 45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살리라고, 우리는 최 목사한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ㅍ교회에 초점을 맞춰서, ㅍ교회가 다시 회복하고 소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최 목사님을 안 지가 20년이 넘어가는데, 그 양반이 목회를 계속하실 분이 아니다. ㅍ교회 장로님하고 성도들 얘기를 들어 보니까, 출소하셔서 후임자를 찾을 때까지 최 목사가 당회장으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지금 남아 있는 성도들은 오직 최 목사님을 원하지, 다른 사람이 들어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방법은 없다.

 

우리 노회가 저 그루터기밖에 남지 않은 ㅍ교회를 같이 살리고 ㅍ교회가 원하는 바대로 행정적으로 뒷받침해 주면 다시 소생하고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재판을 받고 뉴스에도 보도되고 했지만, 이미 우리 창피당할 거 다 당했으니까 조금만 더 참아 주셔서 최 목사님 나와서 후임자 세울 때까지 좀 유예를 해 줬으면 한다." - 신부식 목사(산곡동교회)

노회장 최형화 목사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회원들은 일단 청원은 받아들이고, 할 이야기가 남아 있다면 새 안건 토의 시간에 하자고 했다. 하지만 점심시간 정회 후 새 안건 토의 시간에도 최 목사 사건은 더 이야기되지 않았다. 노회원들은 재론 자체를 원천 봉쇄했다. 

"임원회에서 최 목사에 대한 사건까지 잔무로 여기고 임의로 처리할까 봐 이야기한다. 어떤 분은 우리 노회가 계속해서 욕을 얻어먹는다고 그러는데, 욕 얻어먹을 대로 다 얻어먹었다. 최 목사 본인도 죽을 대로 다 죽었다. 그분은 다시 나와서 목회 안 한다. 그럼 목사도 다 죽는 거다. 이왕 죽은 분, 우리가 아무리 불효자라도 죽을 때 유언은 그 자녀들이 받아들여서 행한다. (최 목사에 대한 안건은) 잔무로 남겨 두지 말고 (사임서를) 반려하는 것으로 다른 재론이 없게 해 달라." - 박성춘 목사(연천교회)

최형화 목사는 계속 논의를 이어 가려 했으나, 노회원들은 "정식 절차를 거쳐 올라온 안건이 아니다"라며 회의를 끝내자고 했다. 결국 경기북노회는 최 목사의 ㅍ교회 당회장권을 인정하고, 그를 징계하지 않았으며, 재론조차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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