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사실 교회 재판의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재판을 맡은 사람들이 문제다. 법조문이 허술해도 재판위원들이 전문성·독립성을 갖추고 있다면, 기본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거나 상식과 크게 동떨어진 판단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교회 재판의 현주소는 구멍이 숭숭 뚫린 규정을 전문성·독립성 없는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상황이다.

이것이 교회 재판을 경험한 사람들이 올바른 판결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다. 교회 재판을 불신한다는 말은 곧 재판위원들을 불신한다는 말과 같다. 이번 기사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교회 재판을 담당하게 되는지, 그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전문성'과 '독립성'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본다.

재판위원의 자격

법도 '기술'이다. 법조인들은 현대사회에서 고도로 체계화한 '법'이라는 전문 지식을 공부한 사람들이다. 물론 교회 재판은 민·형사재판처럼 복잡하지 않고, 재판위원들이 굳이 법조인처럼 전문적으로 법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때로는 '법치'라는 개념을 알고 있는지 의심될 정도로 법에 대한 감각이 없는 사람들이 재판위원이 되기도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재판위원이 되는 데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 헌법에 명시한 재판국원의 자격은 교단 소속 '목사' 혹은 '장로'라는 것밖에 없다. 노회 재판국이든 총회 재판국이든 목사·장로로 구성하고, 항상 장로보다 목사를 1명 더 많이 선임하게 돼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예장백석)은 헌법 권징편에 "재판국원은 본 교단 소속 20년 이상인 자로 법률에 전문 지식이 있거나 경험 있는 자를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놨다. 재판국원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지만 "법률에 전문 지식 있거나 경험 있는 자"가 명확히 어떤 자격을 요하는지는 따로 설명돼 있지 않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은 노회 재판국을 구성할 때 "재판국원 1명 이상은 법학사 학위를 가진 자 중에 선임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으나 "학위 소지자가 없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해 사실상 실효성은 없다. 단, 총회 재판국을 구성할 때는 "재판국원 15명 중 2명은 법학사 학위를 가진 자 중에 공천위원회 공천으로 선임한다"고 규정했다. 여기에는 예외 규정이 없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의 경우 장로 정치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재판위원회는 교역자와 평신도로 구성된다. 감리회는 연회 재판위원회부터 '법 전문인' 혹은 '법조인'을 의무적으로 선임하게 돼 있다. 연회 재판위원회는 12명 중 법 전문인 2명, 총회 재판위원회는 15명 중 법조인 2명, 총회 특별재판위원회는 15명 중 법조인 3명을 선임하도록 교리와장정에 규정해 놨다.

재판위원들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건을 넣어 둔 교단들이 있지만, 이 정도로 전문성이 확보된다고 볼 수는 없다. 예장백석의 경우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예장통합이 정한 '법학사 학위를 가진 자'는 법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감리회 연회 재판위원회에 포함되는 '법 전문인'을 법학사 이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법조인이 포함되더라도 15명 중 2~3명으로는 재판위원회가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별다른 자격 조건은 없는데 권한은 크다. 재판위원회는 재판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교회에 중대하고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재판위원회는 교단에서 '요직'으로 통한다. 법적 지식이나 감각이 없어도, 그냥 교단 정치를 오래 하면 재판위원이 될 수 있다.

올해 9월 13일 열린 예장합동 106회 정기총회에서는 이례적으로 총회 재판국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헌의가 있었다. 동대전제일노회가 "총회 재판국원을 위한 교육과정을 신설해 이수한 자에게 재판국원 자격을 부여하자"고 헌의한 것이다. 하지만 총회 헌의부는 이를 기각한다고 보고했고, 총대들은 별다른 논의 없이 보고를 그대로 통과시켰다.  

재판위원회의 비전문성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예가 교회 재판 판결이 사회 법정에서 뒤집히는 경우다. 다음 기사에서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겠지만, 사회 법이 교회 재판 결과를 뒤집는 경우는 기본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사회 법정은 종교 기관의 자치 규범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교단 헌법 내용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지 않고, 재판위원회가 그 헌법대로 실행했는지 아닌지를 주로 판단한다. 교회 재판 결과가 사회 법으로 뒤집혔다는 것은 재판위원 중 기본 절차조차 확인한 사람이 없었다는 뜻이다.

맡은 사건 관련 지식도 없어

법에 대한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재판위원회는 여러 사건을 맡는 만큼 사건 자체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요할 때도 있다.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감리회 경기연회에서 정직 2년을 선고받은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 사건이 그 예다. 이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성소수자와 관련한 재판이면 적어도 그에 대한 신학적 입장들을 공부해 봐야 하지 않나. 그런데 재판위원들은 '성소수자'가 뭔지도 정확히 몰랐다. 그러니 우리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동성애는 죄잖아' 이렇게 나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성폭력 사건에서는 재판을 맡은 이들의 성 인지 감수성이 중요하다. 성폭력 피해자, 특히 믿고 의지했던 목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신도들이 어떤 상태가 되는지 이해하는 것은 필수다. 하지만 교회 재판위원들에게 이런 감수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예장합동 평양노회가 2016년 1월 전병욱 목사(홍대새교회) 성추행 사건을 재판할 때, 재판국원들의 낮은 성 인지 감수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직접 들어야겠다며 가해자인 전병욱 목사와 피해자,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가 참여하는 삼자대면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이미 이전 노회 재판국에 출석해 증언했고 피해자 진술을 녹음한 파일도 있었으나, 평양노회 재판국은 이를 피해자 진술로 인정하지 않았다.

장로교단에서는 성폭력 피해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교회 재판 변호인으로 선임하기도 힘들다. 예장합동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변호인의 자격을 교단 목사·장로로 제한하고 있다. 예장통합은 교단 직원(항존직·임시직 포함), 예장백석은 교단 세례 교인을 변호인으로 선임할 수 있다.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반성폭력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기관 상담사나 직원이 그 교단 사람이 아닌 이상 교회 재판에 동석할 수 없게 돼 있는 것이다.

예장합동 소속 ㅍ교회 최 아무개 목사의 성추행 사건을 처리하는 ㄱ노회가 딱 이런 꼴이다. 피해자들은 2019년 11월 최 목사를 노회에 고소했는데, 노회는 재판국을 구성하지 않고 조사처리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들을 조사할 때는 재판 시 적용하는 권징조례를 칼같이 적용했다. 변호인 자격을 교단 목사·장로로 한정한 것이다. 애초에 교단 목사·장로들을 잘 알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노회가 성폭력 피해와 상처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박신원 팀장은 "기소위원회나 재판국원 대부분이 50~60대 남성이고 여성은 한 명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는 더욱 신뢰 관계에 있는 조력자의 동석을 요구한다. 우리 센터에서도 동석을 많이 요구했는데 한 번도 가 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성폭력 재판이 진행할 때는 피해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하는데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쓰는 교단이 없다"고 말했다.

기피 신청 거절, 이유는 "모두가 선후배"
오정현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을 징계하는 재판을 맡게 된 김광석 목사(사진 빨간 원)가, 오 목사가 제공하는 식사 자리에 참여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오정현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을 징계하는 재판을 맡게 된 김광석 목사(사진 빨간 원)가, 오 목사가 제공하는 식사 자리에 참여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재판부가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민주 사회에서 당연한 이야기다. 사회 법에서는 법관이 재판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척·회피·기피 절차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교회 재판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헌법에 제척 사유를 명시하지 않은 교단도 있고, 제척 사유를 명시했다 하더라도 범위가 너무 좁아 현실적으로 '인맥 재판'을 막을 수가 없다.

교단 목사들은 학연과 지연으로 촘촘하게 얽혀 있다. 노회나 지방회·연회 등은 기본적으로 지역에 따라 분할돼 있다. 교단 규모에 따라 신학교 개수는 차이가 있지만, 많아도 7개(예장통합)를 넘지 않는다. 노회·지방회·연회는 신학교 선후배와 같은 동네 목회자들의 모임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부의 독립성을 지키려면 제척 사유를 더욱 엄격하게 규정해야 한다.

하지만 예장합동의 경우 재판국원 제척 기준이 없다. 예장합동 동서울노회가 2016년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 교인들을 재판했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오정현 목사가 제공한 식사 모임에 재판국장으로 선임된 김광석 목사(송파동교회)가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 재판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이다. 갱신위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재판은 그대로 진행됐다. 결국 동서울노회 재판국은 2016년 2월 갱신위 교인 13명을 징계했다.

위에서 언급한 예장합동 평양노회의 전병욱 목사 재판에서도 충분히 제척될 만한 인물이 재판국원으로 선임됐다. 홍대새교회의 평양노회 가입 감사 예배에서 "홍대새교회는 평양노회가 지킨다"고 말한 김진하 목사(예수사랑교회)가 재판국원에 포함된 것이다. 평양노회 재판국은 2016년 1월, 전 목사에게 '공직 정지 2년', '설교 중지 2개월' 판결을 내려,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김진하 목사 본인도 재판국에서 제척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노회원들이 말리자 그는 재판국원 자리를 받아들였다. 홍대새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김진하 목사 본인도 재판국에서 제척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노회원들이 말리자 그는 재판국원 자리를 받아들였다. 홍대새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담임목사에게 성추행당한 피해자들이 고소했지만 재판국이 아니라 조사처리위원회를 구성한 예장합동 ㄱ노회는, 피해자들의 기피 신청도 무시했다. 가해 목사와 조사처리위에 선정된 한 위원의 친분이 두텁다는 걸 알게 된 피해자들은 기피 신청을 했는데, 조사처리위는 "모든 회원이 선후배 관계로 친분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장통합과 감리회는 재판국·재판위원회 제척·기피 사유를 간략하게 명시해 놨다. △재판위원이 고소·고발 대상인 경우 △피해자와 가족 관계일 경우 △사건 관계자 혹은 증인일 경우다. 하지만 학연과 지연으로 얽히고설킨 교단 상황에서, 이 정도 미약한 기준은 실효성이 별로 없다.

감리회에서 연회·총회 재판을 받은 이동환 목사의 경우, 총회 재판위원장 조남일 목사가 이 목사를 고발한 경기연회 자격심사위원회 위원이었다. 그러면서도 조 목사는 재판을 열었고, 이 목사가 괜찮다고 하면 자신이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동환 목사와 변호인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조 목사 본인이 제척 사유인 것을 알면서도 미리 알리지 않고 재판을 진행하려 했다. 우리는 조 목사가 경기연회 자격심사위원회 위원이었던 것은 알지 못했고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들만의 '동업자 의식'

학연과 지연은 강고한 동업자 의식을 형성한다. <뉴스앤조이>가 그간 취재해 온 교회 재판 중에는, 겉으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만 동업자 의식이 아니면 설명되지 않는 모습이 많았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중범죄를 저지른 목회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행태로 나타난다.

감리회 경기연회는 2014년경, 중학생 교인들을 성추행해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정 아무개 목사에게 정직 6개월 판결을 내렸다. 예장통합 서울강북노회도 2018년 11월, 여성 교인을 성추행해 징역 6개월을 살고 나온 이 아무개 목사에게 정직 1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기장 서울동노회는 2019년 1월, 친족 강간 미수 및 무고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박승렬 목사에게 정직 판결을 내렸다. 박 목사에 대한 판결은 교단 구성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그는 재심 끝에 면직·출교됐다.

성폭력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목사에게 노회가 정직 판결을 내리자 교단 구성원들은 반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성폭력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목사에게 노회가 정직 판결을 내리자 교단 구성원들은 반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예장합동 평양노회는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사실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은 채, 그에게 공직 정지 2년, 설교 중지 2개월이라는 하나 마나 한 징계를 내렸다. 삼일교회는 총회에 상소했지만, 총회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범죄할 수 있다"며 상소를 기각했다. 이후 삼일교회가 전병욱 목사에게 제기한 전별금 반환 소송에서 전 목사의 성추행이 인정됐지만, 노회와 총회는 "이미 끝난 일"이라며 전 목사 사건을 다시 다루지 않았다.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노회에 목사 면직을 요구하며 고소·고발했을 때, 노회가 고소·고발장을 받고도 목사를 치리하지 않고 단순 사임 처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예장통합 경기노회는 2018년 4월, 복수의 여성 교인을 성추행한 송 아무개 목사를 사직 처리했다. 피해자가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였는데도 "송 목사는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고 임원회에서 수리했기 때문에 경기노회와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라며 재판을 진행하지 않았다.

죄를 지은 목사보다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에게 가혹한 경우도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예장대신) 한성노회는 2016년 6월, 미성년자를 성추행하고 헌금 횡령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김 아무개 목사가 아니라, 김 목사에게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교인을 제명·출교했다. 김 목사는 사회 법으로도 몇 번이나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노회는 그에게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예장합동 관서노회는 청빙 시 자신이 약속한 재신임을 받지 못했는데도 담임 자리에 눌러앉아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을 내쫓은 ㅅ교회 주 아무개 목사도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다. 교인들은 올해 4월 주 목사를 징계해 달라는 고소장을 노회에 제출했으나, 노회는 고소장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불분명한 이유로 고소를 각하했다.

이런 사례를 모두 나열하려면 지면이 부족하다. 다른 말로 하면, 억울해서 교회 재판 문을 두드렸다가 더 억울해진 사람이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이다. 재판위원회가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피해자와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이 확인하게 되는 것은 결국 '가재는 게 편'이라는 사실밖에 없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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