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경기 의정부 ㅍ교회 최 아무개 목사는 작년 11월 12일, 여성 청년 3명을 강제 추행한 죄로 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피해 진술에 나선 사람은 3명이었지만, 최 목사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한 사람은 총 5명이다. 최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배광식 총회장) 경기북노회 노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교단 안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피해자들은 처음부터 사회 법으로 고소할 생각은 아니었다. 교단법으로 사건을 해결하고자 했다. 피해자들이 원한 건 △최 목사의 공개·개인적 사과 △즉각 사임 △피해자들 심리 치료 비용 지원이었다. 피해자들은 2019년 11월부터 당회·노회·총회에 차례로 호소했으나 사건을 제대로 처리해 주는 곳은 없었다. 소속 목사를 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는 노회는 오히려 피해자들의 고소장을 반려하고 자체적으로 조사처리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미 최 목사가 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임까지 발표했는데도, 당시 노회에서는 "법정 판결도 안 났는데 몰아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판결 후에도 경기북노회에서는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판결 한 달 후 12월 21일, 이 사건을 처음부터 지원한 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반센)는 노회에 공문을 보냈다. 기반센은 판결 내용을 언급하며 "목회자 성범죄는 목회자로서의 권위와 지위를 이용해 그를 믿고 따르는 성도를 성적 대상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범죄다.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교회 안에서 이 같은 범죄가 다시 자행되지 않도록 노회의 징계와 치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노회가 최 목사 징계에 대해 어떤 계획이 있는지 묻고, 답변을 피해자들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노회는 이 공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사건이 공론화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 목사는 2019년 12월 ㅍ교회 사임을 발표했다. 그러나 노회가 2021년 4월 올린 '조직 교회 현황'을 보면, ㅍ교회 담임목사는 여전히 최 목사로 나와 있다. 경기북노회 홈페이지 갈무리 
사건이 공론화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 목사는 2019년 12월 ㅍ교회 사임을 발표했다. 그러나 노회가 2021년 4월 올린 '조직 교회 현황'을 보면, ㅍ교회 담임목사는 여전히 최 목사로 나와 있다. 경기북노회 홈페이지 갈무리 

취재 결과, 노회는 최 목사 징계를 '보류'했다. 경기북노회 서기 김 아무개 목사는 1월 1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지금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임시노회를 열지 못한다. 4월 노회 때 이야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사처리위원회 결과는 어떻게 나왔느냐고 묻자 "판결 확정 시까지 기다리는 것으로 나왔다"고 답했다. 현재 최 목사가 항소한 상태이고 소송절차상 4월까지 항소심 판결이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4월 안에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이 나오더라도 최 목사가 대법원에 상고하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또다시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이에 대해 묻자 김 목사는 "내가 답변할 수가 없다. 그 이상은 나도 모른다"고 말했다.

게다가 노회는 최 목사의 ㅍ교회 담임목사 사임서도 아직까지 수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기북노회가 2021년 4월 홈페이지에 올린 '조직 교회 현황'을 보면, ㅍ교회 담임목사는 여전히 최 목사로 기록돼 있다. 이에 대해 노회 서기 김 목사와 ㅍ교회 김 아무개 장로에게 물었으나, 이들은 모두 취재를 거부했다. 노회장 박 아무개 목사는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모두 응답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경기북노회나 ㅍ교회에서 조사처리위원회 결과나 최 목사 거취에 대해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 피해자들은 <뉴스앤조이>에 "사법 고소 전 노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은 고사하고 2차 피해를 겪었다. 노회가 우리를 조사하겠다며 출석을 요구할 때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성 인지 감수성이 존재하지 않는 단체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었다. 지난한 과정을 겪고 난 후 교회와 노회에 대한 신뢰·기대는 '없다'. 최 목사 징계를 보류했다는 소식도 별로 놀랍지 않고, 그에 대한 별다른 생각도 '없다'. 노회가 또 노회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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