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9월은 장로교단들이 총회를 여는 달이다. 주요 교단들의 총회 일정은 다음과 같다.

일반 신자들은 총회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지만, 총회는 교단의 최고 의사 결정 회의이자 연중 가장 큰 행사다. 총회 결의에 따라 교단의 방향이 결정된다. 사실 그간 각 교단의 총회는 신자·비신자를 막론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많았다. 교단마다 점점 더 보수화하는 경향이 강했고, 세상과 소통하려 하기보다 담을 쌓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 총회는 어떨까. 주요 교단들이 총회에서 다루게 될 내용 중 주목할 만한 것들을 정리했다.

통합, 수년간 발목 잡는 명성교회 세습
지난해 9월 예장통합 106회 총회.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번 예장통합 107회 총회에서 눈여겨봐야 할 사항은 역시 '명성교회 세습' 문제다. 제주노회·안양노회·경기노회·전북노회·군산노회·대전노회가 명성교회 불법 세습을 용인한 104회 총회 '수습안'을 철회해 달라고 헌의했다.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하고 교단을 탈퇴한 여수은파교회를 겨냥한 듯, 세습을 이유로 교단을 탈퇴하려는 지교회 결의를 무효화하고 교단 탈퇴 방지책을 세워 달라는 내용도 있다.

예장통합 총회는 지난해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이유로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의 이단성 연구·조사 헌의를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에 맡겼다. 이에 따라 이번 총회에서 김 교수에 대한 이대위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루고 미룬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에 대한 이단성 연구 보고서도 나올 예정이다. 전 목사의 이단성을 조사해 달라는 헌의는 이번 총회에도 올라왔다.

이외에도 전남노회는 여성 목회자가 위축되지 않고 원활히 목회할 수 있도록 총회 여성위원회를 부활시켜 달라고 헌의했다. 총회 국내선교부는 목회자들의 성범죄 예방 실효를 높이기 위해, 목사 고시 때 범죄 경력 자료와 이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동의서를 함께 제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헌의했다. 서울노회는 교단 헌법에 다문화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조항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합동, 때아닌 개혁연대·브리지임팩트 조사

예장합동 107회 총회에 단일 안건으로 가장 많이 올라온 헌의는 '정년 연장'이었다. △항존직을 종신직으로 환원 △목회자 정년 폐지 △목사 정년을 만 75세로 연장하되, 만 70세 이후 대외 활동 금지 △목사·장로 시무 정년을 만 73세로 연장하되, 만 70세 이후 대외 활동 금지 △목사·장로의 정년을 75세로 연장 등 조금씩 다른 5건이 올라왔지만, 모두 목사·장로 정년을 늘리자는 내용이다.

뜬금없고 악의적인 안건도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남오성·윤선주·임왕성·최갑주)와 청소년 사역 단체 브리지임팩트사역원(브리지임팩트·정평진 대표)의 '반기독교적' 사역을 조사해 달라는 헌의다. 두 단체는 조사할 만한 문제점도 드러난 바 없고, 두 단체의 공통점이라고 할 만한 것도 별로 없어, 이 안건이 어디서·왜 올라왔는지 의문을 자아낸다. 예장합동 헌의부는 이 안건이 올라온 경위를 밝히지 않았다.

이외에도 이번 총회에는 목회자 이중직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위원회 혹은 협의체를 설치해 달라는 안건이 올라왔다. 예장합동 총회는 2018년 103회 총회에서 목회자 이중직을 금지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단, '생계형' 이중직은 예외로 정했다.

고신, 다시 여성 안수 다루나
김근주 교수 조사, 이번엔 합신에서

이번 예장고신 72회 총회에는 '여성 안수' 안건이 올라왔다. 총회 미래정책연구위원회(손현보 위원장)가 여성 안수 문제를 연구해 달라고 청원했다. 위원장 손현보 목사(부산 세계로교회)는 9월 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여성 안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성경적 근거가 부족하다. (여성 안수를 주지 않는다면) 고신 교단에 있는 여성 사역자들이 여기 계속 있을 이유가 없다. 여성 군목도 나오는 시대다. 성경적으로 강한 근거가 있다면 시대가 변해도 지키겠지만, 여성 안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미래정책연구위원회는 예장고신 소속 캠퍼스 선교 단체 SFC(학생신앙운동)를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도 내놨다. SFC가 교단 예산을 지원받는 만큼 전도를 하지 못하고 있고, 교단 방침과 다른 성향의 신학적·대사회적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다. 이는 논란이 예상되는 안건이다. 현재 예장고신 교단지 <기독교보> 등에서 찬반 지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예장고신 이단대책위원회는 인터콥선교회(인터콥·최바울 본부장)에 대한 총회 결의를 잘 준수할 것을 헌의했다. 예장고신은 66회 총회 때 인터콥을 불건전 단체로 규정하고 참여·교류 금지를 결의했고, 이를 지난해 71회 총회 때 재확인했다. 이외에도 목사 고시 때 건강검진 진단서(정신과 포함)를 제출하게 하자는 헌의가 있다.

한편, 예장합신 107회 총회에는 "김근주 목사와 그가 속한 기독연구원느헤미야에서 가르치고 주장하는 신학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연구·조사 의뢰의 건"이 올라왔다. 김근주 교수는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는 것은 성경 본문에 입각할 때 부당하다'는 내용의 연구서를 내놓고 강연을 했다는 이유로, 2019년 예장합동 교단 내 교회 강의를 금지당했고 예장통합에서도 이단 시비에 휘말린 바 있다. 이외에도 예장합신 총회에는 "정부의 코로나 방역 조치(예배 제한)에 따른 예배의 자유를 회복하기 위한 총회의 정책 제안"이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기장, 성폭력 피해자 권리 지킨다
지난해 기장 106회 총회.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번 기장 107회 총회에는 교회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헌법 개정안이 올라왔다. 최근 몇 년 사이 한신대학교 교수들이 성폭력을 저지른 사건이 두 건이나 드러났는데, 이 사건들을 교단 차원에서 처리하면서 현재 법 조항에 한계를 느낀 것이다. 총회 양성평등위원회와 서울노회는 △소송 제기 전이나 재판 중 유인물을 배포하면 기소하지 않거나 기각할 수 있다는 조항에서 성범죄 피해자 예외 △성범죄에 한해 고소·고발 시한 10년으로 연장 △피해자 대리인 선임 가능 △피해자 재판비용 또는 공탁금 면제를 골자로 하는 헌법 개정을 청원했다.

또 양성평등위원회는 '교단 내 성평등 문화 확산과 개선을 위한 기장 여성 인권 실태 조사'를 헌의했다. 양성평등위원회는 2010년 양성평등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배부한 바 있다. 이들은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교단 내 성차별과 성폭력 사건들을 겪으면서 여성들의 인권 의식, 인권 상황 평가,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인권침해와 차별 경험 등 실태 조사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이재호 위원장)는 중증 장애인 목사 후보생 및 목회자에 대한 제도적 보완점을 계속 연구하게 해 달라고 청원했다. 기장 총회는 지난해 106회 총회에서, 중증 장애인도 목회자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기로 결의했는데, 이 연구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교회와사회위원회는 2018년부터 설치·운영된 성소수자목회연구위원회도 존속할 수 있도록 헌의했다.

기후 위기 관련 위원회 설치 헌의도
반동성애 헌의는 줄어

이번 주요 장로교단 총회에는 '기후 위기'에 대한 내용도 더러 있다. 한국교회총연합(류영모 대표회장)은 올해 상임회장단 회의에서, 소속 교단들이 각각 총회 차원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해야 한다고 결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예장합동·예장합신·예장백석 등 보수 교단에서 기후 위기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안건이 올라왔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이지만,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비해 이제야 위원회를 만든다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그나마 구체적인 방안이 총회 안건으로 올라온 곳은 기장이다. 기장 교회와사회위원회는 총회 상임위원회로 '기후정의위원회'를 설치하고, 탄소 중립 교단 로드맵을 채택하며, 기후 정의 교육을 의무 실시하자는 안건을 올렸다. 이외에도 디지털총회를위한연구특별위원회가 '전자문서보관소' 설치, 전자 문서 게시판 신설에 따른 홈페이지 개편 등을 헌의했다.

한편, 지난 수년간 교단 총회들을 잠식했던 '반동성애' 헌의는 이번에는 별로 없었다. 예장통합에는 동성애대책및양성평등위원회를 '동성애및젠더주의대책위원회'로 환원해 재설치해 달라는 헌의가, 예장합동에는 차별금지법 폐기 헌의가, 기장에서는 동성애·동성혼이 교단 헌법 신앙고백서에 위배되는지 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헌의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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