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여성 안수의 역사와 현재 의미를 짚는 기획 '비하인드 스토리 - 여성 안수 투쟁사' 특별 페이지를 제작했습니다. 특별 페이지에서는 1930년대 자료와 타임라인 등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강호숙 박사(60)는 쌓인 게 많았다. 인터뷰 내내 격정을 쏟아 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렸을 적 친구 따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에 소속한 교회를 다니고, 자연스럽게 총신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된 것이 이런 삶을 가져올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는 여성이라서 차별받고, 무시당했고, 외로웠다. 최근에도 슬럼프에 빠져 조금 힘들었다는 강 박사의 말이 시리게 다가왔다. 

예장합동 상황이 안타까운 것은, 현재 교단 내에서 여성 안수를 위해 노력하는 조직이 없다는 점이다. 고린도전서와 디모데전서 성경 구절을 문자적으로 해석해 총회 차원에서 '여성 안수 불가'를 '만고불변의 진리'로 천명하고, 여성 안수에 조금 열려 있는 입장을 취한 신학자들에게는 징계를 내렸으니, 누구라도 이런 분위기에서 여성 안수를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강호숙 박사는 예장합동 소속으로 여성 안수를 줄기차게 이야기해 온 사람이다. 2009년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교회 여성 리더십의 이론적 근거와 실천 방안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총신대에서 유일하게 '여성학' 관련 과목을 강의하며 지내다가, 2016년 초 부당 해고를 당했다. 학교 측은 전임 교원 충원으로 시간 강사를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여성 리더십과 여성 안수를 외치는 강 박사가 눈엣가시였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강호숙 박사.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강호숙 박사.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렇게 힘들게 공부했는데 '살살 하라'니… 

저는 중학교 때부터 예장합동 교단에 속한 교회를 다녔어요. 그 안에서 신앙생활 했으니, 신학을 배우겠다고 결심했을 때 당연히 그 교단에 속한 학교로 가는 게 일반적이지 않겠어요? 노회 추천서 같은 것이 필요하기도 했으니까, 제가 다니던 교회가 소속한 노회에서 받는 게 자연스럽잖아요. 또 한 가지는 그 당시만 해도 총신의 신학이 가장 성경적이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자부심을 가졌던 거예요.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거기서만 배웠으니까. 

순수하게 성경이 배우고 싶었어요. 신앙생활을 하면서 의문이 들 때 목사님들한테 물어보면 무조건 "믿으라"고만 하더라고요. 그게 성에 안 차니까 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제가 학부는 일반 대학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어요. 총신대 신대원에 가려고 했을 때 벌써 아이 둘이 있었죠. 고생 많이 했어요. 아이 둘 키우는 엄마가 뭘 하기가 어렵잖아요. 총신대 신대원에 합격하면 학기 시작 전부터 헬라어·히브리어를 배우는데, 그때부터 저는 매일 아침 아이들 유치원에 데려다 놓고 학교 가서 시험 보고 돌아와서 다시 공부하고 그랬어요. 원래는 기숙사 생활을 했어야 했는데 아이들 때문에 어려웠죠. 밤에는 아이들 재우고 12시부터 또 공부하고. 제가 이렇게 투쟁적으로 변한 이유 중 하나가 이거예요. 그렇게 힘들게 신학을 배웠으니까….

신대원 다니면서 교단과 학교에 좀 더 깊숙이 들어가서 보니까, 이 안에 가부장주의가 득세하는 걸 보게 됐어요. 제 아버지가 되게 가부장적이셨거든요. 근데 제가 딸이라서 받았던 차별들이 학교에서도 똑같이 보이더라고요. 그런 문제의식이 있어서 '여성 리더십'을 좀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교단이 여성 안수를 반대하지만, 그래도 여성이 전문성·달란트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하고자 했던 거죠. 

박사 과정에 들어갈까 고민했을 때 지금도 잊히지 않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신대원 여학생들과 당시 총신대 김의환 총장이 대화를 할 때가 있었어요. 그때 어떤 여학생이 여성 안수에 대한 석사 논문을 가져와서 "여성 안수에 대한 논문이 나왔다"고 했더니, 김의환 총장이 코웃음을 치는 거예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여성 안수를 반대하는 유수한 박사 논문이 엄청 많은데 고작 석사 논문을 들이대냐"는 식이었어요. 그 말을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박사 공부를 해야겠구나'고 다짐했던 거 같아요. '박사를 해야 무슨 말이라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그게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발단은 그 사건이었죠. 주변에서 많이 말렸어요. "왜 하필 그 주제를 쓰려고 하느냐", "왜 지도 교수를 힘들게 하느냐"면서. 

강호숙 박사(맨 오른쪽)는 총신대에서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진 제공 강호숙 

2009년 박사 학위를 받고 총신에서 강의를 시작했어요. 저는 일단 제가 전공한 걸 해야 하잖아요. 종교개혁 주간에 진행된 신대원 포럼에서 논문을 발제한 적이 있었어요. 근데 한 교수님이 저를 부르더라고요. 그분이 하는 말이, 어떤 교수가 제 발제를 듣더니 "갓 박사 된 사람이 뭘 저렇게 아는 척 떠드냐"면서 저를 강사에서 자르라고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한테 좀 살살 하라고 귀띔을 해주신 거죠. 저는 이걸로 박사 공부를 했고, 제가 이론적·학문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잖아요. 근데 살살 하라고 하니까 어이가 없었죠. 학생들은 좋아했어요. 여성에 대한 강의를 총신에서 처음 들어 봤다는 평이 많았죠. 

또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전병욱 목사(홍대새교회) 관련한 일인데요. 전 목사 성추행 사건이 터졌을 때 제가 교회2.0 목회자들과 평양노회 가서 피켓 들고 외치고 그랬어요. 그게 신문에도 나왔는데, 학교에서 한 여직원분이 저에게 "왜 이렇게 용감하세요" 그러는 거예요. 총신 안에 어느 누구도 전병욱 목사를 비판하지 않는데 제가 나서는 게 신기했대요. 교단에서는 쉬쉬하는 분위기였던 거죠. 당시에는 아무래도 전 목사가 잘나갔으니까. 저는 개의치 않았어요. 시위도 하고 글도 쓰고 했죠. 

여성의 전문성은 인정받지 못하고

여성이 목사가 되지 못하니까 생기는 문제가 커요. 목사가 못 된다는 얘기는 아무리 공부를 해도 신학교수가 못 된다는 거예요. 여성이 전문성이 있어도, 남성 목사들 사이에서는 기본적으로 여성을 깔보는 분위기가 있어요. 제가 교회 사역도 해 봤는데, 선배들은 물론 이제 막 신대원 졸업하고 사역 나온 한참 후배들도 여성 전도사들을 함부로 대하더라고요. 저같이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사람한테도 그랬어요. 제가 선배고 공부도 더 많이 했는데 '너는 내 말에 순종해야 한다'는 식으로 나오는 거예요. 되게 억울했죠. 교회는 이상하게도 사역으로 들어오면 남자들이 일단 여자들을 무시하게 돼 있는 구조이고 분위기였어요. 

한편으로는 여성 사역자들에게도 거리를 느꼈어요. 저는 어쨌든 열심히 신학을 공부했고 학문적으로 전문성이 있다고 볼 수 있잖아요. 그런데 학위 없이 교회에서 사역하게 된 여성 전도사들도 제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거예요. 어차피 교회 안에서는 다 '전도사'니까 너나 나나 똑같다는 거죠. 제 전문성과 능력은 남성 사역자들 사이에서도, 여성 사역자들 사이에서도 인정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상처도 더 많았죠. 저는 지금도 가끔씩 '차라리 사역을 하지 말걸' 후회가 들기도 해요. 사방이 다 적이었어요. 제가 슬럼프에 빠지면 항상 밑바닥부터 올라오는 게 '내 편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에요. 그게 저를 끝도 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빠뜨리더라고요.

어느 대형 교회에서 담임목사 비서도 하고 초등부 전도사로 사역한 적이 있었어요. 사역하면서 여러 한계를 느끼고 박사 공부를 하려고 사표를 냈어요. 그랬더니 한 장로님이 "강 전도사, 여자가 왜 이렇게 야망이 커!" 이러는 거예요.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데, 왜 이런 좋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냐는 거겠죠. 그 장로님 말고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 '여자가 왜 이렇게 야망이 많아, 욕심이 많아, 잘난 척해, 똑똑한 척해' 등등.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너무 가부장적으로 고착돼 있으니, 여자가 뭔가 뜻을 가지고 공부하겠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죠. 여자가 주체적으로 하나님 앞에서 소신 있게 나아가는 것들을 전혀 용납하지 않는 교회 분위기가 너무너무 싫었어요.

제가 남편이 장로로 있던 교회에 협동 전도사로 있던 때 이야기에요. 한 장로가 저한테 한다는 말이, 그냥 성가대원이나 하고 장로 부인 역할이나 하라는 거예요. 내가 장로 부인 되려고 신학을 한 것도 아니고,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대로 섬기고 싶은데 왜 교회는 이걸 용납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 교회를 떠났어요. 남편한테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나를 자꾸 짜여 있는 틀에 넣으려는 이런 곳에서 도저히 신앙생활 할 수가 없다"고 했죠. 남편도 교회에 얘기를 해 봤대요. "아내가 전문성이 있고 협동 전도사로 돼 있으니, 1년에 설교 한두 번이라도 하게 해 달라"고. 그랬더니 교회에서는 '너나 잘해라'는 식으로 나왔대요. 결국 남편도 그 교회를 나왔죠.

유일한 여성 관련 강의였는데 '부당 해고'

2015년 12월에 총신 여동문회 송년회 예배가 있었어요. 그때 김영우 당시 총신대 총장이 설교하기로 돼 있었거든요. 박유미 박사님이 예배 전에 저한테 먼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자기가 이번에 여성 안수를 위해서 기도할 거라고. 저는 소신 있게 하라고 얘기해 줬어요. 그런 다음 기도 시간에 실제로 박유미 박사가 "교단에서 여성 안수의 길을 열어 달라"고 기도했죠. 그랬더니 김영우 총장이 설교 시간에 "원래 다른 설교를 하려 했는데 이걸 해야겠다"면서, 디모데전서에 나오는 "여자는 남자를 다스리지 말라"는 구절을 가지고 설교한 거예요. 여성 안수 반대가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앉아 있는데 화가 나더라고요. 예배 끝나고 김영우 총장이 축도하는데, 저는 그런 사람 축도 받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나와 버렸어요. 그랬는데 몇 주 지나고 박유미 박사에게 전화가 왔어요. 총신에서 강의하기로 했는데 해고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며칠 뒤에 저한테도 연락이 오더군요. 저는 예배 참석만 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잘린 거예요. 학교에서는 대학 전임 교원을 늘려서 시간 강사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저는 당시 총신대뿐 아니라 평생교육원, 산학협력단에서도 각각 이력서를 내 한 과목씩 강의를 했거든요. 이걸 동시에 모두 자른다는 건 '표적 해고'라는 생각이 들었죠. 평소 여성 리더십을 주장하고 여성에 대해 강의하는 제가 싫었던 거예요.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이제 총신에서 강의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학교와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노무사를 찾아가 학교를 상대로 부당 해고 소송을 냈어요. 솔직히 이기려는 생각보다는 교단의 성차별적 현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 해고 판정을 받았고, 학교가 항소해서 중앙노동위원회에 갔는데 거기서도 부당 해고 판정을 받았죠. 아무리 시간 강사라 하더라도 해고하려면 사전에 서류로 통보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이유였어요. 저는 학교가 성차별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여학생들 진로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는데, 학교에서는 코웃음을 치더군요.  

저는 총신에서 '현대 사회와 여성', '한국 사회와 여성 문제', '칼빈주의와 문화' 이런 강의를 했어요. 신대원에서 '교회 여성의 이해와 사역'이라는 이름으로 강의한 적도 있죠. 이거 말고는 여성 관련 과목이 없었어요. 저는 늘 의아했어요. '교회 과반수가 여성인데 왜 여성 관련 과목이 없지?', '유아부·유치부·청소년부 사역에 대한 커리큘럼은 있는데 왜 여성에 대한 과목은 없지?'. 아마 지금도 총신에는 여성 관련 과목이 없을 거예요. 여성은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순종하라'고 하면 다 알아들으니까 굳이 이해할 필요를 못 느끼는 거겠죠. 

예장합동은 여성에게 지위는 전혀 주지 않아요. '권사'도 예장합동에서는 임시직이거든요. 예장통합은 권사가 항존직에 들어가지만, 예장합동은 임시직이에요. 교단 헌법을 보면 권사는 "임시직으로서 종신제"라고 되어 있어요. 한마디로 비정규직 종신제인 거죠. 그러면서 임직식은 왜 하냐고요. 임시직인 서리집사는 임직식 안 하잖아요. 이건 완전 직분 가지고 장난치는 거예요. 여성들의 노동력만 써 먹겠다는 거죠. 

강호숙 박사(맨 왼쪽)는 부당해고를 당한 뒤 여러 단체 행사와 강연을 통해 더욱 열심히 여성 리더십을 외쳤다. 사진 제공 청어람ARMC
강호숙 박사(맨 왼쪽)는 부당해고를 당한 뒤 여러 단체 행사와 강연을 통해 더욱 열심히 여성 리더십을 외쳤다. 사진 제공 청어람ARMC

저는 쌓인 게 엄청 많아요. 다 상처예요. 내가 진짜 하나님을 안 떠난 게 기적인 거 같아요. 남자 사역자들은 무시하죠. 여자 사역자들도 인정해 주지 않죠. 그리고 여성 사역자는요. 친하게 지낼 친구도 없어요. 평신도와 분리돼 있고, 교회에서 떠나면 쳐다도 안 봐요. '내가 괜히 이 길로 들어왔구나', '이 고생을 내가 왜 했을까' 이런 생각 많이 했죠. 얼마나 하나님을 원망했는지 몰라요. 하나님 진짜 너무 야속하다고, 내가 뭘 잘못했냐고…. 

근데 얼마 전 한 여자 후배가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교회가 너무 목사 위주로 돌아가고 극우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까, 적응을 못하겠고 인간관계도 단절되고 너무 힘들대요. 그러면서 나더러 "버텨 줘서 너무 고맙다"는 거예요. 그나마 교단 안에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내가 있어서 고맙다는 거죠. 그 말을 듣고 제가 오히려 위로를 받았어요. 나도 힘들어서 방황하고 흔들리고 있는데, 후배가 그런 얘기를 하니까 '내가 좀 더 똑바로 서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이제 인생 좀 편하게 살아야겠다 싶기도 했는데,(웃음) 이렇게까지 힘든 길을 걸어온 것들이 후배들에게 하나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면 좀 더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용기 내서 목소리도 내고 글도 쓰고 해야겠다고. 

어떤 사람들은 저더러 충분히 타 교단에서 목사 안수 받을 수 있는데 왜 안 하냐고 하더라고요. 제가 지금 목사 안수 받을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그리고 목사 안수를 받으면 그 교단 소속이 돼 버리는 거잖아요.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예장합동에서 저를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중요한 건 누가 뭐래도 저는 총신·합동 사람이라는 거예요. 내가 이 안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거기서 배운 걸 가지고 외치기 때문에 나를 배척할 수 없거든요. 자신들이 배출했으니까. 그러니까 저는 이 안에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거예요. 

가부장제도 돈 앞에서 꼼짝 못하는 그날

예장통합 같은 경우는 여전도회전국연합회가 많은 노력을 했어요. 여성 안수는 여성들이 아주 투쟁적으로 이루어 놓은 것이죠. 그런데 우리 예장합동 여성들은요, 한마디로 말하면… 씁쓸해요. 아마 여전도회 회원들부터 여성 안수를 반대할 거예요. 많이 노령화해 있고요. 제가 예전에 보니까 여전도회가 하는 일이 주로 남자 목회자들 뒷바라지하는 거더라고요. 여전도회도 교단 조직이다 보니까 완전히 목사 중심으로만 돌아가요.

총신 여동문회가 매년 총회 때 여성 안수를 요구해 오기는 했는데요. 제가 볼 때 여동문회도 많이 노령화했어요. 또 많은 여동문이 독립 교단 등으로 가서 목사 안수를 받아요. 예장합동 안에서 여성 안수가 이뤄지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타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사람들은 이제 그 교단 사람이 된 거잖아요. 이런 식으로 여성들이 다른 교단으로 옮기다 보니, 여동문들 조차도 합동 교단 안에서 꼭 여성 안수가 되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없어진 거 같아요. 교단 자체가 여성들이 조직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예요. 

한국교회가 코로나 때문에 타격을 많이 받을 거예요. 그전에도 주일학교가 급격히 쇠퇴하고 있었는데 더 심해지겠죠. 주일학교가 쇠퇴한다는 건 신학생들의 진로가 줄어든다는 의미예요. 신학생들이 교회 전도사 사역 하면서 페이도 받고 그렇게 신학교와 교회 운영이 맞물리는 거거든요. 특히 주일학교는 여성 사역자가 많이 맡았는데,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여성들이 신학교에 진학하지 않겠죠. 게다가 총신대가 작년 대학 역량 평가에서 일반 재정 지원 대학에도 탈락했잖아요. 이런 문제들을 볼 때, 계속 교세가 줄어들면 어느 순간 여성 안수가 도입될 것 같아요. 

합동은 여성 인권에는 관심이 없고 철저히 실용주의 관점이 작동해요. 교회가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 여성 안수도 도입할 거예요. 교세가 빵빵할 때는 여성 안수 반대가 성경적이라고 목숨 걸고 외쳤죠. 남성들이 기득권을 갖고서 여성들한테 절대 안 줘야 하니까. 근데 교인이 계속 줄어들고 신학교 신입생도 미달되면 어떡하겠어요. 여성 안수 도입하겠죠. 선지자적으로 시대를 앞서가고 당면한 문제들을 하나님 말씀으로 해쳐 나가는 게 아니라, 결국 물질만능주의·자본주의 논리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 되는 거죠. 가부장제도 돈 앞에서는 꼼짝 못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총신 여동문회는 매년 9월 교단 총회 현장을 찾아 여성 안수를 도입하라고 시위해 왔지만, 총대들은 외면했다. 사진은 2018년 예장합동 103회 총회. 뉴스앤조이 최승현
총신 여동문회는 매년 9월 교단 총회 현장을 찾아 여성 안수를 도입하라고 시위해 왔지만, 총대들은 외면했다. 사진은 2017년 예장합동 102회 총회. 뉴스앤조이 최승현

한편으로는 예장통합 상황을 보니까, 여성 안수가 도입된 지 25년이나 됐는데도 여성들 입지가 그리 좋지 못하더라고요. 제가 예장통합 한 노회에 가서 특강을 한 적이 있어요. 거기 여자 장로님 몇 분이 앉아 있었는데 이분들이 호소를 해요. "우리 여자들은 너무 힘이 없다"고. 저는 통합 측을 부러워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까 예장통합도 그냥 여성 안수만 된 거예요. 여성 목사들이 또 유치부만 담당하고 있고, 면접 볼 때도 "왜 남편 목사 돕지 않고 사역하려 하느냐" 이런 질문을 받는다네요. 합동 측 여성 사역자들이 겪는 일을 똑같이 경험하는 거예요.

예장통합을 보면서 느끼는 게, 여성 안수를 넘어서 '남녀 파트너십', '남녀 동등 대표'까지 가야 한다는 걸 더 절감하게 돼요. 저는 창세기 1장 27절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라는 말씀을 보면서, 남녀 파트너십이 이루어져야 정상이라는 걸 확신했어요. 인간 됨, 하나님의 형상이 이루어지는 것도 남녀가 동등하게 균형을 맞춰야 가능하기 때문이죠. 지금 교회 안에서 연일 터져 나오는 성폭력·성차별, 횡령과 같은 각종 불의는 교회 권력이 너무 남성에게 쏠려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봐요. 

예장통합도 보니까 2019년 총회 총대가 1.7%밖에 안 됐어요. 근데 여성 할당제에 대한 남성 목회자들의 마인드를 보면 무슨 시혜를 주는 느낌이에요. 웃기는 거죠. 지금이 비정상이고 조금이라도 정상으로 만들자고 하는 건데, 그걸 시혜적으로 본다는 게 대단히 못마땅했어요. 동등 대표권이 필요해요. 여성도 교회의 모든 의제에 의사결정권이 주어져야 해요.

여성들도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해요. 왜냐하면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 하나님을 체험했다는 것,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 이런 것들이 다 남성 목회자가 말해 온 하나님이에요. 인간은 모두 하나님 형상이기 때문에 각자 고유한 것들이 있는데, 남성의 하나님만 자꾸 얘기되니까 여성이 갖고 있는 하나님 이미지, 그리고 여성이 경험한 하나님은 정죄당하고 왜곡당하게 된 거예요. 그렇게 눌려 있다 보니 여성들의 신앙이 건강하지가 않아요. 여성들이 스스로 하나님을 경험한 것을 좀 더 주체적으로 표출할 수 있어야 온전하고 건강한 신앙을 가질 수 있다고 봐요.

저는 여성들이 한 번씩 뒤집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나님과 일대일로 만나서 '하나님이 나를 왜 여성으로 만들었을까',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하나님을 믿으면서 여성으로서 살아가야 할까' 고민하고 질문을 던져 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성경도 좀 더 주체적으로 읽어야 하고, 여성학과 여성신학을 배워서 여성 됨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요. 그래서 교회 안에서 여성들의 소리가 자꾸 커져야 한다고 봐요.

젊은 여성들 중에서 가끔 저한테 메시지를 보내는 분들이 있어요. "어떤 교회를 가야 하나", "갈 교회가 없다", "차라리 여자들이 교회를 하나 만들자" 그래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목사도 아니고…. 다만, 지금은 목사가 필요한 시대는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은 함께 예배하고 자신의 신앙과 경험과 소신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곳이 필요하지, 어느 한 사람에 의해서 끌려가는 신앙은 필요하지 않고 건강하지도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여성들이 '하나님은 여성 편'이라는 걸 믿고, 주체적으로 하나님을 예배하고 소신껏 신앙생활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계속)

※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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