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가 8월 21일 공동의회를 열고,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한 사실을 재확인한다고 결의했다. 사진 제공 명성교회
명성교회가 8월 21일 공동의회를 열고,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한 사실을 재확인한다고 결의했다. 사진 제공 명성교회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명성교회가 김삼환·김하나 부자 목사의 세습을 용인하는 절차를 다시 한번 밟았다. 명성교회는 8월 21일 저녁 공동의회를 열고, '김하나 목사를 명성교회로 청빙한 결의를 재확인하는 결의'와 '2020년 제499차 당회에서 명성교회가 104회 총회 결의 및 총회 임원회 유권해석에 따라 김하나 목사를 명성교회 위임목사로 재추대한 결의를 추인하는 결의' 안건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날 명성교회는 교인 바코드가 있는 사람만 출입을 허가하는 등 외부인의 공동의회 입장을 제한하고 교구별로 투표를 진행했다. 공동의회에는 총 6381명이 참석했고, 그중 6192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찬성이 6119표로, 투표 참가 인원 대비 찬성 비율은 98.8%에 달했다. 반대는 57명에 불과했고, 무효는 16명이었다.

이번 공동의회는 법원의 석명 준비 명령에 따라 이뤄졌다. 법원은 2019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104회 총회의 수습안 중 3항 "명성교회 위임목사의 청빙은 2021년 1월 1일 이후에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을 명성교회가 이행했는지 물었는데, 정작 명성교회는 2017년 부자 세습 이후 별도의 위임 청빙 결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하나의 이유가 돼,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 대표자 지위 부존재 확인소송 1심에서 패소하고 "김하나 목사의 위임목사 자격이 없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김삼환·김하나 부자 목사는 공동의회를 앞두고 교인들에게 투표를 독려했다. 김삼환 목사는 공동의회 직전 마이크를 잡고, 과거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법원으로부터 위임 결의 무효 판결을 받은 후 교인 96.4%의 지지로 위임 재확인을 받았던 사실을 거론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목사는 "주의종은 하나님이 세워 주신 거다. 절대로 본인이 한 것도 아니고 하나님이 성령으로 여러분을 감동하셔서 이미 공동의회를 거쳤던 것이다. 오늘 저녁에도 그런 마음으로 (투표해 달라). 하나님이 하신 일이고 교회가 이미 결정한 일이다. 그 뜻을 따르겠다고 나서면 하나님이 여러분을 축복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목사도 주일 2부 예배 광고 시간 "반대하는 분들은 우리 공동체를 시끄러워지고 소란스러워지게 해서, 조금이라도 훼손하고 훼방하고 격을 떨어뜨리려 한다. 거기에 흔들리지 마시고, 이번 공동의회가 복된 잔치가 되게 해 달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공동의회에는 교회 측 예상보다 더 많은 인원이 집결했다. 예배 시작 30분 전인 6시 30분부터 교회로 향하는 교인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고, 주차장도 가득 차기 시작했다. 명성교회는 "오늘 교인들이 예상 외로 많이 오셔서 출석 인원 집계가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하나 목사는 저녁 설교 시간 본당에 가득 찬 교인들을 보며 "여러분의 전투력이 지금 엄청 올라와 있는데, 텐션을 좀 낮추시기 바란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보시다시피 3~4년 전(코로나 이전) 예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공동의회가 있어야 이렇게 된다. 공동의회가 없어도 예배 자리를 잘 지키기 바란다"고 말했다.

21일 저녁 명성교회 앞에서 교회개혁실천연대와 교회개혁평신도연대 등은 불법 세습을 철회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교인이 기자회견 장소 앞을 지나 교회로 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21일 저녁 명성교회 앞에서 교회개혁실천연대와 교회개혁평신도연대 등은 불법 세습을 철회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교인이 기자회견 장소 앞을 지나 교회로 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회개혁실천연대와 교회개혁평신도연대 소속 회원 20여 명은 이날 오후 6시 30분 명성교회 월드글로리아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의 길'을 걷지 말라고 촉구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 김정태 목사는 예배당으로 향하는 명성교회 교인들에게 "지금 여러분이 하려는 일은 히브리서 6장 4절이 말하는 배교의 길이다. 주님의 교회는 이미 너무 많은 욕을 당했으니 오늘 있을 공동의회를 철회하시거나 공동의회에서 반대표를 던져 달라"고 했다.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조병길 집사는, 세습에 반대했던 교인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교회를 떠난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공동의회는 사실상 형식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태가 발발한 지 5년이 돼 가는 동안, (명성교회 측은) 세습을 반대하는 기미만 보이면 눈치를 주고 왕따시켜 교회를 떠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이제는 세습을 찬성하는 사람만 남아 있는 교회가 됐다. 명성교회가 이웃과 선교를 위해 물질적으로 많은 지출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국민들 눈에는 세습한 교회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명성교회 때문에 한국교회가 침체의 길로 빠져들고 있는데도 '나 하나 살자'고 이렇게까지는 해서는 안 된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 교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피켓을 본 어린아이들이 이따금 "세습이 뭐예요?"라고 묻는 것 외에는 관심을 두는 교인이 없었고, 대부분 기자회견을 무시한 채 예배당으로 이동했다.

김삼환 목사는 불법 세습 반대 기자회견을 두고 농담을 섞어 가며 비꼬기도 했다. 그는 "반대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활동할 줄 알았는데, 징도 치고 소리도 지를 줄 알았는데 섭섭하더라"라고 말했다. 교인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명성교회는 공동의회 직후 발표한 보도 자료에서 "공동의회 결과는 청빙에 관한 교회와 당회, 그리고 전체 교인들의 의중과 지지를 확고하게 나타내는 바, 명성교회는 이와 관련한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란으로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이 흐려지는 것을 경계하고, 명성교회에 주어진 사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회는 이날 공동의회 결과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김하나 목사가 교인들의 압도적 지지로 위임을 재확인받았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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