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만난 뒤엔 하나님께 매일 감사해
너라는 천사를 내 남자로 보내 줬으니"
- 라이오네시스(Lionesses), 'Christmas Miracle'

"우리가 사랑하면 지옥에 간다는 말들
근데 네가 없는 천국이 내겐 지옥이야"
- 라이오네시스(Lionesses), 'Will You Be My Groom?'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얼핏 보면 CCM 가수의 사랑 노래 가사 같지만, 이 노래를 발표한 이들은 게이·퀘스처너리로 구성된 4인조 보컬 그룹 '라이오네시스(Lionesses)'다. 라이오네시스라는 이름은 숫사자보다는 힘이 약하지만 무리를 지을 때 강한 힘을 발휘하는 '암사자들'처럼, 소수자들이 함께일 때 차별을 이겨 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음악 프로듀서, 카운터테너, 아이돌 연습생, 팟캐스터 등 여러 분야에서 소위 '잘나가던' 이들이 성소수자 인권을 노래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라이오네시스 멤버 중 세 명은 기독교인이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 곳곳에는 '하나님', '천국', '지옥' 등 기독교 색채가 묻어나는 가사도 등장한다. 이런 가사를 부르는 마음은 남다르다. "우리가 사랑하면 지옥에나 간다는 말들"이라는 가사에서는 쉽게 입이 안 떨어지고, "널 만난 뒤에는 하나님께 감사해"라는 가사에서는 두 손이 절로 모아진다. 보수 기독교인들이 앞장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탓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의 기독교인 정체성을 부인하거나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성 정체성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신의 모습을 고유한 목소리와 세련된 멜로디로 노래한다.

다양한 성 정체성을 지닌 라이오네시스의 출발은 순탄하지 않았다. 한 지역 라디오방송국은 라이오네시스의 첫 번째 싱글 'Show Me Your Pride'를 송출하던 중 청취자 항의를 받고 중단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기독교방송(CBS)이 두 번째 싱글 'Christmas Miracle'을 금지곡으로 지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기독교 정신에 위배되는 가수·팀"이라는 것이 이유였는데, 노래 '가사'도 아니고 '가수' 자체를 문제 삼은 노골적인 차별이었다. 이 문제로 시끄러워지자 CBS는 "기독교 정신에 위배되는 곡"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황당한 이유로 활동 과정에서 차별을 겪었지만, 라이오네시스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올해 4월 1일, 동성 결혼을 다룬 'Will You Be My Groom?'을 발표했다. 신곡 발표에 앞서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멤버들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일정이 뒤로 밀렸다. 4월 8일 저녁, 자가 격리를 마친 라이오네시스를 만나 성소수자 뮤지션이자 퀴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고민, 노래에 담긴 의미 등을 물었다. 멤버들의 이름은 담준(배담준), 한(강한), 여우(사막여우), 말랑(이말랑)으로 표기한다.

'대한민국 최초 LGBTQ 그룹' 라이오네시스. 뉴스앤조이 나수진
'대한민국 최초 LGBTQ 그룹' 라이오네시스. 뉴스앤조이 나수진
이성애 사회에서 커밍아웃한다는 것

- 데뷔 시기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네 분은 어떻게 처음 만나셨나요.

담준 / 2021년 상반기 비온뒤무지개재단의 '이반시티 퀴어 문화 기금 사업'에 선정됐어요. 어릴 때부터 성소수자 그룹을 만드는 게 꿈이었거든요. 저는 '판타지아(Fantasia)'라는 미국의 R&B 가수를 좋아하는데요. 판타지아는 '아메리칸 아이돌' 우승자 출신으로 데뷔하기 전까지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싱글 맘이었어요. 그가 가수가 되자마자 발표한 곡이 가난한 싱글 맘으로 살면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담은 '베이비 마마(Baby Mama)'인데, 첫 가사가 "이제 우리도 우리의 노래를 가질 때가 됐어"였죠. 저는 음악학 석사도 하고 현직 음악 프로듀서로도 활동하고 있지만, '우리의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해 왔어요. 그러던 중에 마침 좋은 프로젝트에 선정됐고, 풀뿌리처럼 알고 있던 멤버들을 제가 한 명 한 명 데려왔어요.

-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가족이나 친구·지인에게 커밍아웃하는 것도 두려운 일인데, 심지어 대중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기까지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여우 / 제가 두려웠던 건 커밍아웃보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였어요. 좋은 취지라는 걸 아니까 '나보다 더 잘생기고 노래 잘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 '내 나이가 곧 30대인데'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대표성을 띠게 되는 상황에서 오는 부담감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제가 망설이던 중에도 담준이 계속 기획서를 보충해 오고, 각자 마음에 들 때까지 설득하더라고요. 그래서 성소수자 인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어요.

말랑 / 나중에 메신저 기록을 보니 제가 다섯 번이나 거절했더라고요. 저는 원래 제 신분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거든요. 조신하게 내조하면서 사는 삶을 꿈꿨는데.(웃음) 헤테로(이성애)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신상을 공개하고 활동한다는 게 부담스러웠죠. 그래서 처음에는 거절했고, 보컬은 어렵지만 세션이나 자문위원으로 도와줄 수는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담준 형이 여섯 번째 두드리는 걸 보고, '이게 내 운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라이오네시스 멤버 이말랑의 손. 화이트 톤 '웨딩 네일'이 눈에 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라이오네시스 멤버 이말랑의 손. 화이트 톤 '웨딩 네일'이 눈에 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 데뷔 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한 / 저희가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고 있지만, 목소리로는 식별이 가능하잖아요. 데뷔 직후에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카페에 앉아서 뮤직비디오를 혼자 보고 있는데, 동네 지인들이 제 목소리를 듣고 다가오더니 제가 낸 노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지인들에게 커밍아웃을 하지 않아서 당황했는데, 이미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해 그 자리에서 바로 커밍아웃했어요. 다행히 "잘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담준 / 저는 평소 친한 주변 사람들에게는 커밍아웃하는데, 업무상으로 불특정 다수를 만날 때에는 매번 커밍아웃하지 않거든요. 귀찮기도 하고, 괜한 관심받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사람들이 제 이름을 검색해 보면 저절로 알게 되니까 더 편하더라고요. 라식 수술을 망설이다가 막상 하고 나면 되게 편한 것처럼.(웃음)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커밍아웃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니까 마치 라식한 기분이에요.

"죽을 각오 다짐하고서
옷장 문을 차고 나오니
용감한 날 반기는
옷장 밖의 또 다른 '나'들
번지점프대 앞에 선 듯
뛰기 직전이 더 떨리네
용기내 뛰고 나니
뭐야 별 거 아냐 재밌네"
- 라이오네시스(Lionesses), 'Show Me Your Pride'

- 첫 번째 싱글 'Show Me Your Pride'는 유튜브 조회수 11만 건(4월 13일 기준)을 기록했는데요. 이렇게 주목받을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담준 / 처음 조회수 목표는 1000이였어요. 주변 지인이나 볼 거라고 생각했죠. 근데 한 일본인 팬분께서 저희 뮤직비디오를 트위터에 공유하고, 매체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조회수가 한 시간에 1000회씩 오르는 거예요. 무서웠죠.

저희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노래에 담았을 뿐인데, 남들이 그동안 하지 않던 것들을 처음으로 시도했기 때문에 많은 분이 공감해 주셨다고 봐요. 해외 팬분들이 '커밍아웃'이나 '옷장' 같은 표현을 K-POP 음악에서 들을 수 있어서 고맙다는 얘기도 해 주시더라고요. 감사하죠.

라이오네시스는 해외 팬으로부터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K-POP 음악에서 들을 수 있어서 고맙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라이오네시스는 해외 팬으로부터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K-POP 음악에서 들을 수 있어서 고맙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CBS가 아니었다면 조금 덜 아팠을 텐데

-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잖아요. CBS가 지난 12월 두 번째 싱글 'Christmas Miracle'을 금지곡으로 지정했는데, 당시 어떤 감정이 드셨나요.

담준 / 2018년 가수 Holland 씨가 'Neverland' 뮤직비디오에 동성 키스 신을 등장시켜 '청소년 청취 불가'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도 최악의 경우 '19금'을 받을 수 있겠다고 예상했는데, 아예 '금지'라는 말을 보니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영업을 방해당한 느낌이었달까요. 하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여러분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시고, 더 많은 응원을 받을 수 있어서 오히려 새옹지마로 작용한 것 같아요. 이 사건 때문에 궁금해서 노래를 들어 봤다가 개미지옥처럼 빠졌다는 분들이 많았어요.(웃음)

말랑 / 처음에는 가사로 트집 잡은 게 아니라 가수 자체를 문제 삼았잖아요. 솔직하게 말하면 순간 확 열 받더라고요. 우리가 거부당해도 되는 존재인가 해서요. 상품도 판매 금지를 하려면 뭐가 잘못됐고, 무슨 기준에서 어긋났는지 철저하게 분석하는데, 누군가를 그냥 금지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심지어 저는 기독교인인데, CBS에서 금지당하니까 더 억울했어요. 결국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서도 나는 없는 존재고, 살아 있기 위해서는 계속 투쟁해야 하는 현실이 속상했어요. 저희가 사탄 숭배를 하거나, 마약을 하거나, 성행위를 묘사한 적도 없는데 말이죠. 저희 가사는 심지어 십계명에도 안 걸리거든요.

여우 / 저도 어렸을 때부터 기독교 유치원에 다니고, 교회학교도 가고, 대학생 때까지 선교부를 했거든요. 그런 삶을 부정당하니까 더 충격인 거예요. 만약 CBS가 불교 방송이었다면 '남의 집'이니까 뭐라고 하든 조금 덜 아팠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건 가족한테 버림받는 느낌이었죠. 부모님이 날 미워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한 / 전 생각이 조금 달라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보수적인 한국교회에 기대하는 게 별로 없었거든요. 저는 제가 믿는 하나님의 사랑이 뭔지 알지만, 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 사랑을 아직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그 사랑을 알게 되면,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다 인정하는 날이 언젠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 멤버 네 분 중 세 분이 기독교인이잖아요. 한국교회는 차별금지법 반대 등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데 가장 앞장서는 곳인데요. 혹시 성소수자로 정체화한 이후 신앙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말랑 /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예수를 핍박했던 사람들과 같다고 생각해요. 핍박받는다고 해서 그리스도인이 신앙을 잃는다면, 믿음이나 기적 같은 건 없는 거잖아요. 보수 기독교인들이 저를 핍박한다고 해서 제 기독교인 정체성이 없어질 수는 없어요. 저는 저만의 신앙이 있기 때문에 지키고 있는 거예요.

한 / 저는 성 정체성 혼란기가 올 때마다 항상 사랑을 잊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해요. 초등학생 시절 처음으로 남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교회 전도사님한테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전도사님이라면 이해해 주실 거라고 생각했죠. 근데 그분이 이야기를 다 듣고는 저를 정죄하는 기도를 하시더라고요. 그때 저는 상처도 아니고 배신감, 혼란스러움, 슬픔을 느꼈어요. 이전까지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면 왜 안 되는지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거든요.

성경에는 동성애를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걸 듣고 그런 것까지 정해 놓은 종교라면 왜 믿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죠. 근데 제가 하나님의 사랑을 너무 일찍 알았더라고요. 누군가는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심지어 성경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제가 읽은 성경은 그렇지 않고 제가 만나고 느낀 예수님의 사랑은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신앙을 붙잡을 수 있었 것 같아요.

여우 / 그래서 전 기독교 신앙은 있지만 교회는 나가지 않고 있어요. 교회에서 상처받은 일이 너무 많아서요. 주로 온라인 예배를 드리죠.

라이오네시스 멤버들은 '뼛속까지' 기독교인이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라이오네시스 멤버들은 '뼛속까지' 기독교인이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 최근 동성 결혼을 다룬 세 번째 싱글 'Will You Be My Groom?'을 발표하셨죠. 일각에서는 성소수자들이 서로 좋아하면 되지, 꼭 결혼까지 해야 하느냐고 반대하는데요.

말랑 / 그건 자가 격리만 해 봐도 알 수 있어요. 저도 얼마 전 자가 격리를 했는데, 일주일밖에 안 되는데도 밖에 나가고 싶고, 세상에 제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 미치겠더라고요. 답답하니까 창문도 열고요. 일주일뿐인 자가 격리만으로도 그런데, 평생을 숨어서 지내는 성소수자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없을까요? 그들도 마음껏 자랑하고 싶지 않을까요? 성소수자들은 사회로부터 자가 격리당하고 있고, 격리 해제의 날을 계속 기다리고 있어요. 성소수자의 삶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여우 / 성소수자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똑같이 세금 내는 대한민국 국민이에요. 근데 왜 우리만 결혼을 못 하나요? 결혼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랑, 하고 싶은데 못 하는 건 다르잖아요.

한 /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는 앞으로 이성애 결혼을 하지 않으려면 돈을 정말 많이 벌어야 한다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있을 정도예요. 성소수자 커플들은 이성애 가족과 신혼부부에게 주어지는 청약 주택, 각종 보험에서의 부양자 혜택 등을 받지 못하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보호자가 될 수 없고,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조차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 오는 게 가장 속상한 것 같아요.

- 라이오네시스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성소수자 보이 그룹'이라는 타이틀이 따라 붙곤 합니다. 이런 호명이 때론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해요.

담준 / 장단이 확실한 것 같아요. 자극적인 타이틀에 이끌려서 관심을 갖게 되는 사람들도 계시니까요. 신인 가수로서 어떤 방식으로든 주목받는 게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인데요. 다만 음악은 별로인데 정체성만으로 주목받는다는 평가를 받기는 싫더라고요. 그래서 음악에 있어서는 완성도를 높이려고 더 노력하고 있어요.

여우 / 음악보다도 존재 자체로 먼저 주목받다 보니까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에요. 저희도 음악적으로 알려지고 싶고, 많은 사람이 저희의 음악을 먼저 들어 보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하지만 나쁘게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잖아요. 뭐든지 최초나 처음일 때는 사람들에게 낯서니까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하고요. 오히려 많은 사람이 주목하다 보면 성소수자 인권을 알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말랑 / 가장 유쾌하지 않은 건 저희가 최초라는 거예요. 사회가 그만큼 닫혀 있었다는 거잖아요. 지금은 21세기인데 말이죠. '왜 우리가 이렇게 투사처럼 문을 열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4월 1일에 발표한 'Will You Be My Groom?' 앨범 자켓 사진. 앨범 소개란에는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미래를 약속하고, 행복 안에 평생 함께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올 거예요. 반드시"라는 말이 적혀 있다. 사진 제공 라이오네시스
4월 1일에 발표한 'Will You Be My Groom?' 앨범 자켓 사진. 앨범 소개란에는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미래를 약속하고, 행복 안에 평생 함께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올 거예요. 반드시"라는 말이 적혀 있다. 사진 제공 라이오네시스
"함께 오래 살아서
세상 바뀌는 모습 봤으면"

- 활동 과정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에 맞닥뜨리거나 혐오 발언을 들을 때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서로 격려하시나요.

담준 / 처음에는 멤버들을 붙잡고 울었어요. 각자 영역에서 음악 활동하면서 잘 먹고 잘살던 사람들을 이토록 위험한 수렁으로 끌고 온 것이 너무 미안해서요. 노래에 대한 반응은 악플보다는 선플이 더 많지만, 언론 인터뷰 기사의 댓글을 보면 여전히 끔찍한 것들이 많아요. 하지만 활동을 계속하다 보니 내성이 생긴 것 같아요. 조금 덜 아파요. 귀걸이도 뚫기 전에 꼬집는 게 제일 아프잖아요.

- 라이오네시스가 노래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말랑 /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살아 있어라'는 말을 늘 하고 싶어요. 제가 매년 육우당 기도회를 가는데, 제 주변에는 더 이상 살기 어려워서 일찍 세상을 떠나는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일단 살아 있기만 하면 평등한 세상이 조금씩 올 텐데 함께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라이오네시스가 이렇게 데뷔하는 것도 보고요.(웃음) 친구들이 오래 살아서 세상이 바뀌는 모습을 함께 봤으면 좋겠어요.

여우 / 'Will You Be My Groom?'에는 "너와 나 손 꼭 잡고 가야 할 길엔 아직 좀 많이 남아 있을 거야 진흙탕과 가시. 그러면 내가 먼저 밟아 다 없애 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맨발로 걸어"라는 가사가 있어요. 저희도 이전의 성소수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만큼 올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음 세대는 저희가 겪었던 상처를 조금 덜 받게 해 주고 싶어요. 한국 사회가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잖아요. 저희가 어떤 사람인지 더 많은 분들이 알고 적응하다 보면, 다음 세대에는 성소수자 뮤지션들의 활동이 좀 더 순조롭지 않을까요. 그게 저희가 활동을 계속 이어 가는 이유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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