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긴 파마머리, 콧수염과 선글라스, 색감 넘치는 옷, 독특한 모자. 무대에 오르자마자 몽환적인 비트에 맞춰 출처를 알 수 없는 춤사위를 선보인다. 흡사 행위 예술과 유사해 보인다. 노래가 시작되면 한국에서 흔히 들어 보지 못한 목소리가 공연장을 가른다. 멜로디 라인에 구애받지 않고 가사를 구호처럼 외친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본명 한받) 이야기다. 그의 음악은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린다. 어떤 사람은 그의 노래가 음악이 아니라고 평한다. 그러나 팬들에게는 반응이 뜨겁다. 5년째 '10초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오프닝 무대를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나 일본에서도 그만의 독특한 색감 때문에 호응이 있다. 이번 8월에만 해외 공연이 두 건이나 잡혔다.

▲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한 야마가타 트윅스터. 그는 해외에서도 인기가 좋다. (사진 제공 야마가타 트윅스터)

마니아층이 두터운 이유는 음악만큼 퍼포먼스에도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공연 도중 짜파게티를 끓이거나 이단 옆차기를 한다. 공연 때마다 관객들을 이끌고 길거리로 나간다. 같이 춤추고 노래를 부른다. 대부분 응해 주지만 적을 때는 1명만 나올 때도 있었다. 그는 음악이 시각적 요소를 만나면 기존 음악에서 느끼지 못한 신선한 감정과 느낌을 증폭할 수 있다고 믿으며 퍼포먼스를 준비한다.

독특한 건 음색과 퍼포먼스만이 아니다. 가사도 특이하다. 일반적인 인디 음악과는 색감이 다르다. 가요계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사랑 노래는 없다. 사회 비판적인 가사가 넘친다. 공연장에서도 노래하지만 공권력이나 자본에 내쫓긴 사람들을 찾아갈 때도 부지기수다. 기륭전자, 홍대 두리반, 연세대 청소 노동자,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 신사동 우장장창을 위해 노래를 부른다.

"돈만 아는 저질, You 돈만 아는 저질"

"말로는 다 못해요. 말로는 다 못해요. 나의 억울함은요. 신사동 우장장창 강제집행 예고 막아야지 막아야지, 살아야지 살아야지."

음원 사이트에서는 한 곡밖에 검색되지 않지만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곡을 만들었다. 앨범만 4개다. 새로운 현장에 갈 때마다 신곡을 만들어 대부분이 미발표곡이다.

늘 부르는 레퍼토리가 있지만 자신이 방문하는 현장만을 위한 노래가 있어야 공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도권이면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지방이면 기차를 타고 내려가면서 곡을 만든다.

▲ 그는 새로운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곡을 만든다. (사진 제공 야마가타 트윅스터)

독특한 음악으로 끈끈한 연대를!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데뷔 13년 차 싱어송라이터다. 2003년에 '아마츄어 증폭기'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름이 다소 특이하지만 별 뜻이 있진 않다. 가수를 할 생각은 아니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작명했다. 데뷔 전에는 영화 작업을 했다. 혼자 기획하고 영화를 찍고 출연하기도 했다. 기타 코드 네 개를 배워서 영화 음악을 만들었다. 그렇게 음악을 시작했다.

힘들고 외로웠던 대학 시절을 보낼 때 자작곡이 스스로를 위로했다. 음악의 힘을 직접 체험했다. 그 힘을 믿으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음악으로 사회적인 연대를 시작한 건 두리반 때였다. 당시 홍대에서 자유롭게 노래할 공간이 없었다. 다 철거된 상태였으니 자신은 노래할 공간이 있어 좋고 두리반은 사람이 모일 수 있으니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용산 참사에 직접 개입하진 않았지만 사건을 미디어에서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그게 2009년 2월이었다. 10개월 뒤인 12월에 두리반 사태가 벌어졌다. 홍대 앞에서 용산 같은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이 되어 드릴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노래 부르러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두리반에 처음 들어갔을 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낯선 사람이 들어오자 경계의 눈빛이 이어졌다. 이미 집기 철거가 끝난 상태라 공기가 착 가라앉아 있었다. 암울했다. 사장님이 이야기를 듣더니 흔쾌히 수락했다. 바로 시작했다. 이후로 현장에서 자신의 음악으로 함께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졌다.

'짧지 않은 손'이 우리를 도왔다

다양한 곳에서 노래를 불러 왔지만 처음 연대를 시작한 두리반은 그에게 의미가 큰 곳이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이길 수 있을까?' 확신이 들지 않던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기도도 하고 교회 모임에서 두리반의 승리를 위한 기도 제목을 부탁하기도 했다. 결국 두리반이 이기게 됐고, '짧지 않은 손'(민수기 11장 23절)이 우리를 다시 일으켰다고 생각했다.

무대에 서 있는 모습으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렵지만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기독교인이다. 청소년기에 간헐적으로 교회에 출석했다. 2006년부터는 부인과 함께 정식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3년 정도 구역장을 하기도 했다. 그는 스스럼없이 "구역장을 하면서 은혜를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교회에서 혹시라도 사회참여적인 자신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도 했다. 그러나 구역 목사님이 하나님나라를 위한 귀한 일이고 이 시대에 필요한 일이라고 응원해 줘서 마음이 놓였다. 그 이후로 구역 식구들을 공연에 초대해 음악을 들려주기도 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현장에서 조금씩 변하는 상황을 보면서 성령을 느낀다. 자신에게 닥치지 않으면 관심이 없는 사회문제들이지만, 사회 안에서 조금씩 저항의 전선이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하나님의 힘을 마주한다. 현실은 어렵지만 절망하지 않고 기도의 힘을 믿는다. 적극적으로 일어나 춤을 추고 절망에 맞서 싸운다. 노래로 쓰러진 자를 일으켜 세우고 싶다.

"속설에 제가 가면 이긴다는 말이 있다. 근데 제가 간다기보다는 기도가 가고 하나님의 손길이 미치는 것 같다. 투쟁 현장에 함께하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용기를 내면 하나님 손길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연대했던 투쟁 현장에서 손길을 느꼈다. 두려움을 믿음으로 이겨 내고 용기를 내서 투쟁 현장으로 올 필요가 있다. 하나님의 손길을 느껴 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성령이 계신다."

▲ 현장에서 노래로 연대하는 그는 그곳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느낀다. (사진 제공 야마가타 트윅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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