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나약한 여자가 아닙니다. 저는 고통과 억울함으로만 끝내지 않을 겁니다."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준강간죄·준강제추행죄·강간치상죄로 징역 10년을 복역하고 2018년 2월 18일 출소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 씨가 또다시 성폭력을 저지르고 있다는 피해자 증언이 나왔다. 피해자 두 명은 3월 16일 서울 광화문 변호사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 씨에게 당한 피해를 진술하고 그를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 둘은 모두 외국인이고 한 명은 호주에 있는 관계로 영상으로 진술을 대신했다.

정명석 씨가 출소 후에도 성폭력을 반복하고 있다는 피해자 증언이 나왔다. <바른미디어> 영상 갈무리
정명석 씨가 출소 후에도 성폭력을 반복하고 있다는 피해자 증언이 나왔다. <바른미디어> 영상 갈무리

영국 국적으로 홍콩에 살고 있는 피해자 메이플은 실명과 얼굴을 모두 공개하고 기자회견장에 섰다. 그는 11년 전 고등학생 때 JMS에 빠졌다. 메이플은 "JMS는 설문 조사를 하는 척하면서 친구를 만들고 성경 강의를 듣게 하면서 친구·가족 등 인간관계를 끊게 만들었다. '네가 하나님의 신부라면 모든 시간과 사랑을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께 바치라'고 했다. 중요한 건 '삼위일체가 이 땅에 보내신 재림주 정명석에게 모든 걸 바치면 성부 성자 성령께 하는 것과 똑같다'며 정명석을 메시아로 섬기게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젊은 사람들을 속이고 그들의 삶과 생각을 교회와 정명석에게 속게 만들고 결국 그들을 지배한다. 그중 '스타'를 뽑는다. 스타는 가톨릭의 수녀처럼 하나님만을 위해 살고 결혼 안 하는 사람을 말한다. (중략) 스타는 하나님의 육신인 메시아 정명석과 결혼한 격이다"며 "JMS는 스타들을 특별하게 관리하고 교회 지도자로 세우고 편지와 돈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리한다. 심지어 팬티와 브라를 선물하면서 신랑이 신부를 사랑하는 것처럼 관리한다. 많은 스타는 그렇게 세뇌가 되고 정명석을 신랑으로 삼고 산다"고 말했다.

메이플은 스타로 10년을 살았다고 했다. 홍콩에서 3년 있다가 이후 한국으로 들어왔다. 강제 추행은 2018년 처음 시작됐다고 했다. 그는 "이상하고 혼란스러워도 그걸 믿음의 시험이나 하늘의 사랑이라고 나 자신을 오히려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후 2020년 코로나가 터진 이후 홍콩으로 갔다가 2021년 다시 정명석이 한국으로 불렀다고 했다. 그때부터는 강간이 시작됐다고 했다. 메이플은 "지인에게 피해 사실을 말하고 그들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나니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정명석은 메시아가 아니고 JMS는 사이비 종교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018년 2월 18일 정명석 씨 출소 당시. 정 씨는 신도들의 비호 속에 재빨리 현장을 떠났다. 사진 제공 CTS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메이플은 "더 이상 피해자가 없게 하려는 것이다. 그들은 분명 내 말이 거짓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나는 내 말이 얼마나 진실 되고 당당한지 보여 주고자 여기 있는 것이다. 난 가진 것 없는 학생이다. 그리고 이런 일 당했다고 말하는 게 불행하다. 또 JMS 사람들이 나를 공격할 것도 안다. 오늘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도 이미 스토킹과 같은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여기 있다"고 말했다.

"저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언제까지 피해자만 될 것인가, 피해 사실을 숨기고 마음 편히 살 수 있을까, 말을 안 한다고 해서 잊혀질까, 악몽을 안 꿀 수 있을까…. 어차피 우리는 결국 죽습니다. 죽기 전에 옳은 일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나약한 여자가 아닙니다. 내가 받은 고통을 말하지 않으면 좋아서 참는 줄 알 겁니다.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진실을 밝히는 것이 제가 죽기 전 하늘이 제게 준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명석은 절대로 메시아가 아닙니다. JMS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역사가 아닙니다. 우리의 정성을 범죄의 빌미로 삼고, 진실한 사랑의 마음을 가진 여성을 섹스 도구로 씁니다.

 

하나님은 공의롭다고 정명석은 가르쳤습니다. '행한 대로 갚아 주리라.' 네, 믿습니다. 정명석, 그리고 그 단체에서 정명석을 돕고 악행을 저지르는 모든 사람들 다 행한 대로 받을 줄 믿습니다. 저는 고통과 억울함으로만 끝내지 않을 겁니다."

다른 피해자는 호주 국적 여성 A였다. 그는 영상으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 기자회견장에서는 A의 진술 영상 전 또 다른 영상을 보여 줬는데, 이는 A가 정명석을 고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호주 JMS 교회 목회자가 3월 11일 보낸 협박성 영상이었다. 영상에서 한 여성은 "당신이 우리를 대적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당신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 것이다. 당신이 저지른 비윤리적 일들을 모두 밝힐 것이다. 우리 쪽에는 유력 인사가 많다"고 말한다.

A는 "그 일(성폭력)이 일어나자마자 제가 한 첫 생각은 '이럴수가, 내가 이단에 있는 건가', '메시아가 이런 짓을 할까'라는 생각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럴수가, 나는 정말 신부가 된 거야', '실제 내 신랑, 남편이 그렇게 만질 테니까 이건 축복이야'라는 생각이었다"며 "우리 같은 신앙 '스타'들은 특히 세뇌 과정 초기부터 길들여진다. 그게 바로 하나님의 진짜 선택받은 신부라고. 다른 일반 회원보다 더, 다른 축복받는 가족보다도 우리가 더 사랑받는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건(고소) 내게 있어 정의고 복수고 내 모든 것이다.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 JMS는 그 결과에 대해서 값을 치러야 한다. 그들은 의로운 종교가 아니다. 그들은 범죄자·강간범을 지지하는 기관이다. 계속 그렇게 두면 안 된다"며 "가장 위쪽에서는 기만적인 일이 일어나지만 낮은 회원들은 그런 걸 알지 못한다. 그들은 거짓 시나리오를 듣고 진실을 말하는 우리를 거짓말쟁이라 생각한다. 강간범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무지하게 기쁨과 행복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충남 금산에는 JMS 본부 월명동 수련원이 있다. 정명석 씨는 이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피해자들은 법무법인 덕수를 통해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기자회견장에는 덕수 소속 정민영·전준범 변호사가 자리했다. 정민영 변호사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면밀히 살핀 결과, 이들의 진술이 대단히 구체적이고 일관돼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이 밝힌 내용은 그 일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도저히 만들어서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메이플이 총 15회 추행과 간음을, A는 총 5회 강제 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범죄 장소는 정명석 씨가 있는 충남 금산 월명동 수련원 등이었다.

그는 피해자들이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에 JMS에 빠져 수년간 교리를 주입받아 정명석 씨를 재림 예수 또는 메시아로 굳게 믿게 됐다고 했다. 성폭력을 당할 때도 육체적·심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며 "이것이 형법 준강간 및 준강제 추행에 해당한다는 점에 아무런 의문이 없다"고 말했다. 과거 정명석에 대한 형사판결문에 나온 범행 방법들과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피해를 당했다고도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고소장을 경찰청에 직접 제출했다. 이에 대해 정민영 변호사는 "JMS의 본거지인 충남 금산 지역에는 다수의 JMS 신도가 살고 있다. 수사기관은 물론 여러 관공서에 신도 또는 JMS에 협력하는 사람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이 지역 경찰서에서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될 경우 수사 기밀 누설이나 조직적인 수사 방해가 이뤄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경찰청 훈령을 보면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거나 파장이 큰 사건으로 경찰청장이 특별히 지정하는 사건에 해당하면 경찰청에서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정명석 씨에 대한 출국 금지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명석은 성폭력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 되자 6년 정도 해외 도피 생활을 했다. 도피하는 중에도 다수의 여성 신도에 대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일이 있다. 빠른 시일 내에 경찰이 법무부에 출국 금지 요청을 해서 정명석이 해외로 도피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고 말했다.

정명석 씨는 2009년 준강간죄·강간치상죄 등으로 징역 10년이 확정돼 2018년 만기 출소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정명석 씨는 2009년 준강간죄·강간치상죄 등으로 징역 10년이 확정돼 2018년 만기 출소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10여 년 전 정명석의 유죄판결을 이끌어 낸 JMS 피해자 모임 '엑소더스' 회장이었던 김도형 교수(단국대)도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김 교수는 1980년대부터 불거졌던 정명석의 성폭력 이력을 언급하며, 정명석의 범행이 얼마나 추악하고 반복적이었으며 국제적이었는지 설명했다. 또 2003년 엑소더스 활동을 할 때 JMS 신도들이 저지른 테러들도 이야기했다. 그는 "지금 정명석을 새로 고소하는 피해자들의 신변이 몹시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명석 씨가 출소 이후에도 성폭력을 반복하고 있으며, 자신은 이미 2019년 한국인 피해자를 만났다고도 했다. 피해자가 상당수 있지만, 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아무도 고소를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작년 8월 한 외국인 여성이 정명석을 고소했는데, 고소인 조사를 받기도 전에 JMS 측에서 고소인 신상 정보를 다 입수했다. 고소인은 두려워서 고소를 취하했고 결국 사건은 불송치됐다. 보호관찰소는 이걸 인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전자 발찌가 장식품도 아니고, 전자 발찌 찬 사람이 또다시 성범죄를 저질렀는데 보호관찰소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JMS 측은 홈페이지에 '탈퇴 회원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문'이라는 글을 올려 기자회견에서 나온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JMS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여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그러나 탈퇴 여성들이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과장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여성들의 주장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한 이후 시시비비가 명백히 밝혀지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JMS는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묻는 <뉴스앤조이>에 '두 여성 모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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