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기독교 인구가 1%도 안 되는 일본에서도 이단 문제는 심각하다. 일본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이비 종교는 '컬트'로 분류된다. 1970년대 유입된 통일교부터 JMS, 구원파, 하나님의교회, 신천지 등 일본에서 기승을 부리는 컬트는 대부분 한국에서 태동한 이단들이다.

'일본컬트문제기독교연락회'는 일본 사회 속 컬트를 연구하고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일본기독교단·재일대한기독교단·일본성공회 등이 참여하는 초교파 단체다. 이들은 매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성희 총회장)과 연합 세미나를 연다. 2017년 세미나는 5월 25일 남수원영락교회(서성구 목사)에서 열렸다. 일본 이단 전문가 10명과 예장통합 이단사이비대책위원 50여 명이 참석해 오후 내내 강의를 듣고 토론했다.

예장통합은 2004년부터 일본 단체와 교류하는 세미나를 열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일본 컬트 문제 심각
JMS 교주 성범죄 대서특필
피해 여성 입막는 교리

일본컬트문제기독교연락회를 대표해 카와시마 켄지 교수(농촌선교신학교)가 정명석이 교주로 있는 JMS 문제점을 지적했다. JMS는 일본에서 이름을 여러 번 바꿨다. 1987년 처음 유학생을 선교사로 파송했을 무렵 '동경교회'로 시작해 '도쿄명성교회', '모닝스타', 'MS', 'JMS', '섭리', '기독교복음선교회' 등의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접근했다. 카와시마 켄지 교수는 이 중 JMS를 '섭리'라고 통칭해 설명했다. 1990년대 신자 50명으로 시작한 JMS의 현재 일본 내 신자는 1,500~2,000명으로 알려져 있다.

카와시마 켄지 교수는 정명석 교주 성 스캔들과 정체성을 숨기고 접근하는 전도법이 JMS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명석은 2009년 한국 대법원에서 징역 10년 확정판결을 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2006년 7월, 일본 <아사히신문>이 정명석의 성 스캔들을 대서특필하면서 JMS가 일본 사회에 알려졌다. 당시 언론은 피해 신자가 1,000명이라고 밝혔다.

"교주 정명석 성범죄는 교리로부터 온 것이다. 섭리는 정명석이 예수님과 동일한 인물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예수가 사람들을 치유했듯 그 역시 여성들을 치유한다고 말한다. 부인병으로 걱정하는 여성들은 정명석과 면담하는데, 한 번 만날 때 10~15명이 찾아간다. 대다수 여성은 정명석이 의사처럼 허리나 가슴을 만졌다고 하는데, 그중 한두 명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성폭행을 당한 경우, 간부가 피해 여성에게 '하나님이 육체를 입고 특별히 너를 만나 주셨다'고 설명한다."

카와시마 켄지 교수는, JMS가 신자들의 탈퇴를 막기 위해 단체를 나가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가르친다고 했다. 피해 여성들 진술에 따르면, JMS 간부들은 정명석의 범죄 사실을 막기 위해 이 교리를 여성들에게 강요했다. "영적이지 못한 사람은 (하나님이 정명석의 몸으로 관계를 맺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니 말하지 말아라. 특히 남성들은 영성이 부족하니 절대 말하지 말아라. 네가 불필요한 말을 해서 형제들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아라. 이 일을 안 다른 신자, 남성이 섭리를 탈퇴하면 네가 그들을 지옥에 떨어지게 한 것이니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일본 JMS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교주 정명석이 감옥에서 고난받고 있다고 믿는다. 교주의 성범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받아들인다. 카와시마 교수는 "정명석이 복역을 끝내고 올해 또는 내년에 출소하는데, 그의 성범죄는 교리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재범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카와시마 교수는 정체성을 숨기고 학생들에게 접근하는 전도법도 지적했다. JMS는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이나 이제 막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을 타깃으로 삼는다. 운동이나 연극 동아리를 미끼로 학생들을 현혹한다. 이때 전도자는 자신이 JMS 소속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관계를 쌓고 의심하지 않을 만할 때 성경 공부를 진행해, JMS 신자로 만든다. 카와시마 교수는 "운동·연극 동아리가 성경 공부를 하자고 하면 일단 의심해 보고,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탈퇴하겠다고 분명히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와시마 켄지 교수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JMS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이단과 손잡은 정치계
"공존 원하나 공멸로 끝나"

한국 대표로는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가 발제했다. 탁 교수는 최순실 국정 농단을 예로 들며, 정치 세력과 유착 관계에 있는 한국 이단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 이단이 정치 세력과 손잡은 역사를 설명했다. 일제강점기 후 이단의 뿌리가 내려졌고, 한국전쟁 피난 시기에 이단이 전국적으로 확산됐으며, 군사정권 시기에 이단의 물적·교리적 토대가 마련됐고, 2017년 최순실 사건을 통해 얼굴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종교와 권력과의 밀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치와 이단 세력은 공존을 원하지만 결국은 공멸로 끝나고 말았다. 최순실 국정 농단을 보자. 지난해 언론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사이비 교주 최태민과의 관계가 많이 부각됐다. 이 사건으로 결국 대통령은 탄핵당했다."

탁지일 교수는 정치는 이단을, 이단은 정치를 이용한다고 했다. 정치는 열렬한 지지 세력이 필요하고, 이단은 강력한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탁 교수는 서로의 필요가 있지만, 다행히도 한국 사회는 정치계가 이단 사이비와 손잡는 모습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결국 정치계에서도 이런 점을 파악하고 이단 예방과 대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한 후보는 신천지 관계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자 즉각 해명했다. 한 정당 대표는 가정을 파괴하는 사교 집단인 신천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반사회적인 사이비 집단 규제법'에 대해서도 후보들이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 '전적으로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겠다' 등 입장을 밝혔다. 이것은 이단 문제가 단순히 교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탁지일 교수는 종교가 이단을 이용하는지, 이단이 종교를 이용하는 것인지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한국 단체 과도한 전도,
오히려 일본 선교 걸림돌
피해자 상담 창구 설치해야"

일본컬트문제기독교연락회에서 활동하는 일본성공회 탁지웅 신부는 세미나에 참석한 한국 목회자들에게 몇 가지 당부했다. 탁 신부는 일본에서 '전도'라는 미명하에 신사나 절에 기름을 뿌리거나 모호한 활동을 하는 한국 단체들이 있는데, 목회자가 이 단체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옹호하거나 후원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런 단체들의 활동이 오히려 일본 선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했다.

탁지웅 신부는 "과거나 현재, 통일교 합동 결혼식에 참가한 일본인 여성 6,000여 명이 한국에 와서 어려운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다. 컬트 단체에 피해를 입고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피해자, 여행자, 체류자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이메일(japanidan@uccj.org)을 알려 달라"고 했다. 원한다면 일본 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컬트 소식을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탁 신부는 각 교단에서 피해자를 상담할 수 있는 창구를 설치해 주기를 부탁했다. 한국 사이비 단체들은 일본에서도 동일한 수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담 창구가 있으면 피해자를 방지할 수도 있고 함께 대책을 공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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