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7월 9일, 놀랄만한 소식이 홍콩에서 한국으로 전해졌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교주가 반JMS단체 '엑소더스' 회원 2명에 의해 체포됐다는 뉴스였다. 수년째 정명석 교주의 행방을 추적해온 엑소더스 회원들에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정명석 교주가 선교를 위해 해외에서 체류한다고 믿고 있는 JMS 신도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비보였다.

정명석 교주 체포 장면은 TV와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영상에 잡힌 그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자신이 믿고 따르는 교주를 망가뜨린 엑소더스에 대한 반감은 커져만 갔다. 정명석은 보석금 10만 달러라는 거액을 내고 종적을 감췄다. 중국으로 밀항한 것으로 보이는 정명석을 다시 체포하기 위한 숨막히는 추격전이 시작됐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명석 체포와 더불어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JMS-엑소더스 오랜 대결, 폭력으로 비화

▲ 엑소더스 전회장 김영수 씨. 엑소더스 사무실에서 JMS 신도들에게 폭행 당한 직후 사진이다. ⓒ뉴스앤조이 이승균
전쟁이라 하기에는 한 쪽의 일방적인 공격이 전부였다. 엑소더스에 대한 JMS의 조직적인 테러가 시작된 것이다. 8월 20일 오후 9시, 첫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 엑소더스 사무실에서 <시사저널>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던 김도형 회장, 김영수 전회장이 목표물이었다. JMS 신도로 구성된 4명의 괴한은 김영수 씨는 물론 취재하고 있던 신호철 기자도 무차별 폭행했다.

엑소더스 사무실에 대한 공격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2003년 10월 11일 오후 6시, 기도회 준비를 하고 있던 엑소더스 회원 2명이 JMS 신도들에게 폭행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폭력 가담자 중에는 8월 20일 테러에 참가했던 JMS 신도도 들어 있었다. 폭행을 당한 엑소더스 회원 중 한 명은 어깨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사무실을 무단으로 난입하여 폭력을 휘두르는 명백한 범죄 행위가 두 차례나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대응은 안일하기 그지없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방배경찰서는 이 사안을 '쌍방과실'로 처리해 엑소더스 회원의 원성을 샀다.

▲ JMS 회원들의 테러로 난장판이 된 엑소더스 사무실. ⓒ뉴스앤조이
엑소더스 사무실을 겨냥한 두 차례의 테러 이후, JMS의 공격은 더욱 치밀해졌다. 그 수법 또한 더욱 잔인해졌다. 2003년 10월 26일 오후 8시 40분, 엑소더스 회원 김형진이 자신의 집 근처에서 집단구타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테러범들은 둔기로 김형진의 머리를 집중 가격했다. 머리 부위가 일곱 군데 찢어지고 25바늘 꿰매는 중상이었다.

김형진은 김영수와 함께 홍콩에서 정명석을 체포하는 일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 이번 테러는 정명석 교주를 체포한 사람을 지목했다는 점, 무기를 이용해 머리를 집중 가격하는 등 살의(殺意)를 띄고 있었다는 점, 사전 준비가 철저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욱 컸다. 그러나 역시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사건 발생 1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범인을 체포하지 못하고 있다. 엑소더스 회원들은 이 사건의 범인이 JMS 신도라고 확신하고 있다.

▲ 테러범에게 불시에 습격 당해 심각한 부상을 입은 김민석 씨. 테러범들은 전원 JMS 신도인 것으로 밝혀졌다.
10월 29일 오후 10시 5분, 가장 끔찍하고 잔인한 사건이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에서 벌어졌다. 엑소더스 회장 김도형 씨 부친 김민석(63) 씨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은 것. 부상의 정도는 심각해 생명이 위급했고, 둔기에 가격 당한 김민석 씨의 얼굴뼈는 크게 함몰돼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김 씨는 아직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JMS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노인에게 가해진 끔찍한 폭행 앞에 JMS 측은 '우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진실은 JMS의 주장과는 너무 달랐다. 2003년 12월 체포된 범인들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충격을 넘어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테러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 7명의 이력은 화려했다. JMS 목사, 부목사, 전도사, 신도 등 테러범 모두가 JMS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1심에서 징역6월∼5년에 이르는 판결을 받고 현재 2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문점은 여전하다.

초등학교 교사가 테러공범?

김도형 씨는 8월 19일 엑소더스 인터넷 게시판에 인천 ㅅ초등학교 박아무개 교사를 김민석 씨 테러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했다. 김도형 씨는 게시판에 박아무개 교사의 실명과 근무학교를 공개하며, "박아무개 교사가 아버지를 테러하기 위해 집 근처에서 잠복했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면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고 주장했다.

김도형 씨가 박아무개 교사를 공범으로 지목한 것은 그가 재판과정 중에 합법적으로 경찰 수사기록을 손에 넣었기 때문. 그는 수천 페이지에 이르는 수사기록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아직 검거되지 않은 공범이 많이 있고, 체포된 테러범들의 진술에도 거짓말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도형 씨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박아무개 교사는 사건이 일어나기 이틀 전인 2003년 10월 27일 밤 테러 현장 부근에서 테러범과 수 차례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은 JMS 고위간부에 속하는 아무개 목사의 제보로 단서를 잡게 됐다. 박아무개 교사는 JMS에 입교한지 12년에 이르는 사람으로 테러가 일어난 직후인 2003년 11월 JMS 교회 전도사가 됐다.

박아무개 교사 외에 인천 지역 JMS 교회 목사로 재직중인 이아무개 씨는 테러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아무개 목사 역시 테러 2일 전인 10월 27일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용인시 등지에서 박아무개 교사, 테러범으로 체포된 JMS 관계자와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박아무개 교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도형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싶지만 사랑을 강조하는 교단 입장을 고려해 일단 참고 있다"며 관련 의혹 일체를 부인했다. 10월 27일 행적에 대해서는 "오래 된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랑 강조하는 교단, 일단 참겠다"

▲ JMS 테러범들이 범행에 사용한 기구. 첩보영화를 방불하는 막강한 장비를 갖추었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그러나 박아무개 교사 주장과는 다르게 JMS는 그동안 고소·고발을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1999년 피시통신 '천리안'에 정명석 교주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네티즌 30명을 무더기로 고소한 것을 비롯, 현재까지 엑소더스 회원들에게 제기한 고소·고발만 해도 30여 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아무개 교사는 테러범으로 구속된 사람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손정기만 알고 다른 사람은 잘 모른다"고 답했다. 10월 27일 밤 경기도 용인 근처에서 장광조 목사에게 전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만일 그곳에 갔다면 근처에 사는 후배를 만나러 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역시 허점 많은 대답이다. 우선 스스로 "장광조 목사와는 안면만 있는 사이"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 발생 이틀 전 테러 현장에서 10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다는 점은 단순히 우연이라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장광조 목사가 타인에게 빌려서 사용했다고 진술한 핸드폰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느냐는 점은 큰 의문이다. 박아무개 교사는 10월 27일 행적에 대해 집중적으로 묻자 용인에 사는 후배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그러나 박 교사는 그가 알려준 후배와는 10월 27일 통화하지 않았다.

박아무개 교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종교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도형 씨의 반JMS 활동에 대해, "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하는 일"이라고 평가했고, 테러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자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옆에 그 사람이 있었으면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묘한 말을 남겼다. 현재 경찰은 박아무개 교사에 대한 혐의점을 확인하고 추후 수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 뺨치는 막강 정보력

경찰 수사 결과 밝혀진 JMS 테러 관련 증거자료 역시 그 치밀함과 방대함이 놀랄만한 수준이다. 테러범에게서 나온 엑소더스에 대한 자료가 개인이 수집한 정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광대하기 때문이다.

▲ 경찰이 JMS 테러범에게 압수한 자료. 증거물 중에는 엑소더스 회원들의 사진이 부지기수였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엑소더스 핵심 멤버들의 주민번호는 기본 정보에 속한다. 김도형 씨 신용카드 번호는 물론, 엑소더스 회원들의 얼굴이 담긴 사진도 수십 장에 달한다. 엑소더스 회원을 미행하고 그 일지를 적어 놓은 기록, 행적을 꼼꼼히 파악하여 수 차례 테러를 기도했다는 의혹이 담긴 메모도 눈에 띈다. 미행을 따돌리기 위해 바꾼 차번호 역시 테러범의 정보망에 잡혔고, 자동차 수리 내역, 애인집 주소와 전화번호, 회원 가족 자동차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했던 사실까지 구체적으로 테러범의 수첩에 담겨 있다.

종교단체가 자행한 끔찍한 테러에 대한 실상이 속속 밝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JMS 테러범들의 태도는 당당하기 그지없다. 9월 9일,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열린 재판에서는 피고인이 재판정을 훈계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테러범 7명은 "구타 당한 사람도 원인을 제공했다" 등의 엉뚱한 말로 좌중을 놀라게 했다.

김민석 씨 테러범 7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은 10월 1일 열린다. 그러나 1년 넘게 이어진 JMS 신도들의 테러는 여전히 '시한폭탄' 같은 상황이다. 언제 어떤 방법으로 제2, 제3의 테러가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JMS 측으로부터 '핵심 타깃'으로 지목 받는 엑소더스 핵심 회원들의 삶은 황폐해진지 오래다.

김민석 씨 테러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 김도형 씨는 법무부 홈페이지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민원을 올렸다. 그러나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112로 연락하라"는 답장을 받았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