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독서 캠페인 '탐구생활'(탐독하고 구도하는 그리스도인의 독서 생활)에서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아래 내용은 2021년 한 해 출간된 책 가운데서 '별의별평' 코너 필진들이 독자들에게 권하는 '올해의 책'입니다. 2022년부터는 <뉴스앤조이> 홈페이지에서 '별의별평' 코너를 운영하지 않습니다. '별의별평'은 새로운 플랫폼에서 새롭게 독자 여러분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자세한 준비가 되는 대로 소식 전하겠습니다.
'별평러'들이 뽑은 2021 올해의 책 6권.
'별평러'들이 뽑은 2021 올해의 책 6권.

1. <부서진 사람>(바람이불어오는곳)

<부서진 사람 - 부르심을 따라 살았던 사람, 하인리히 아놀드의 생애> / 피터 맘슨 지음 / 칸앤매리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펴냄 / 544쪽 / 2만 5000원
<부서진 사람 - 부르심을 따라 살았던 사람, 하인리히 아놀드의 생애> / 피터 맘슨 지음 / 칸앤매리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펴냄 / 544쪽 / 2만 5000원

정다운 번역가

올해의 책을 뽑아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떠오른 책은 세 권이었다. 데이비드 벤틀리 하트의 <바다의 문들>(비아),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바다출판사), 그리고 피터 맘슨의 <부서진 사람>(바람이불어오는곳). 모두 의미 있고 재미도 있는 좋은 책이었다. 벤틀리 하트의 저작은 특유의 현란한 수사, 날카로운 통찰들이 인상적이었고, 캐럴라인 냅의 저작은 매력적이고 위트 있는 문장에 무엇보다 읽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고심 끝에 나는 올해의 책으로 <부서진 사람>을 고르기로 했다. 역설적이지만 이 책은 올해가 지나도 내 마음에 남아 있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서진 사람>은 진실한 사람에 관한 진실된 이야기다. '부서진 사람', 하인리히 아놀드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어, 열매를 맺는 것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 준다. 그처럼 참되고 선한 실천은 언제나 희귀하고 또 소중하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한 사람, 인간이 무엇이 될 수 있고,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한 사람이다.

한 줄 평: 결국,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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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언오소독스: 밖으로 나온 아이>(사계절)

<언오소독스: 밖으로 나온 아이 - 뉴욕의 초정통파 유대인 공동체를 탈출하다> / 데버라 펠드먼 지음 / 홍지영 옮김 / 사계절 펴냄 / 344쪽 / 1만 6800원
<언오소독스: 밖으로 나온 아이 - 뉴욕의 초정통파 유대인 공동체를 탈출하다> / 데버라 펠드먼 지음 / 홍지영 옮김 / 사계절 펴냄 / 344쪽 / 1만 6800원

송지훈 성서한국 사무국장

저자 데버라 펠드먼은 브루클린의 초정통파 유대교(하시딕) 공동체 사트마에서 태어났다. 하시딕은 시온주의를 배격한다. 하시딕의 관점에서는 국가를 힘으로 세우는 것은 홀로코스트 희생자에 대한 모욕이다. 그들은 오로지 토라와 탈무드만 연구하며,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창세기의 명령을 받들어 자손을 늘리는 것을 자기 공동체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트마의 모든 여성들에게 부여되는 생의 이유는 오직 출산이다. 여성은 독서도 금지당한다. 17세가 되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진 혼처와 결혼한다. 그러나 데버라 펠드먼은 자라면서 이 모든 것의 부당함을 깨닫는다. 결혼하여 아이까지 출산하지만, 철저히 자기중심적이며 사트마의 공동체 규율이 한 번도 불편한 적 없었던 남편과 결국 이혼한다. 이 책도 실은 이혼을 확실히 하기 위해 사트마의 실체를 세상에 폭로하여 여론을 움직이고자 전략적으로 쓰게 된 책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최근 인터뷰를 보니, 저자는 공동체를 떠나기 전부터 '하시딕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으로 비밀 블로그를 만들어 글을 썼다고 한다. 종교와 공동체 그리고 여성운동에 대해 고민하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 보자. 덧. 이 책을 원작으로 넷플릭스에서 '그리고 베를린에서'라는 제목의 드라마도 제작했다. 드라마 또한 엄청난 명작!

한 줄 평: 한 페미니스트의 초정통파 유대교 공동체 탈출기. 아프지만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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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배란 무엇인가>(비아토르)

<예배란 무엇인가 - 예전에 담긴 의미와 역사 탐구> / 최주훈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340쪽 / 1만 7000원
<예배란 무엇인가 - 예전에 담긴 의미와 역사 탐구> / 최주훈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340쪽 / 1만 7000원

최경환 인문학&신학연구소에라스무스 연구원

올해의 책 선정 기준은 '지금 나에게 필요한 내용을 담은 책은 무엇이었나'였다. 개인적으로 지난 1년 동안 가정 예배를 드리면서 예배의 필요성과 형식의 중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딱딱하고 지루하기만 했던 모교회 예배가 오히려 전통적인 장로교 예전을 구현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이를 먹으니 화려하고 요란한 예배보다는 차분하고 단아한 예배가 점점 더 좋아진다. 정신없이 일상을 살아가는데, 교회에서까지 에너지를 쏟고 싶지는 않다. 이 책은 오랜 시간 세월의 풍파를 견디면서 정제된 예배 순서와 형식이 어떻게 그 교회의 신학을 반영하는지 잘 소개하고 있다. 예전적인 교회는 어떻게 예배를 드리고 그 속에 담긴 신학적 의미는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평소 전통적인 예배에 관심이 있던 사람에게는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물론 루터교회의 예배 형식을 소개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배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목회자에게는 좋은 통찰력과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성도들에게는 예배의 의미를 다시 정립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예배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했고, 또 변해야 한다. 다만 예배는 그 교회의 신학과 정체성을 담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자. 그렇지 않아도 일주일에 한 번 예배드리는 것이 신앙생활의 전부인데, 그 예배에서조차 신학을 접하지 못한다면 어쩌겠는가.

한 줄 평: "예배가 다냐?"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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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불호텔의 유령>(문학동네)

<대불호텔의 유령> /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312쪽 / 1만 4000원
<대불호텔의 유령> /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312쪽 / 1만 4000원

박혜은 서울책보고 매니저

악덕과 보낸 한 해였다. 악덕의 여러 형태를 목격한 한 해였다고나 할까. 혼란과 광기로 가득한 걸어 다니는 악의 성전을 만난 적도 있다. 무슨 판타지 같은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난 그를 보며 성경의 이 구절을 이해했다.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너희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전 6:19)." 눈에 보이는 현실을 살며 그 너머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과 악을 상대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판타지 같은 소리는 유효하다. 이 지점에서 난 장르 문학을 읽으며 우리 세계를 읽는 눈을 기르곤 한다. 올해의 책으로 강화길의 소설 <대불호텔의 유령>을 고른 이유다. 고딕 호러 장르로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배제되는 여성들 그리고 이방인의 황량한 내면 세계를 기어코 표현해 낸 강화길의 세계에서 안식처를 찾아냈다. 많은 경우 환대받지 못하는 내 처지나 누군가의 처지는 오직 이런 문법에서만 길을 찾을 수 있다. 많은 순간 악의와 억압 속에 살아야 하는 배제된 이들이라면 "악의? 그까짓 것들"(295쪽)이라는 결론과 같은 이 문장에서 용기를 얻을 것이고, 끝내 내가 이 글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는 이들이라면 그래, 한번 이런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 자신이 그 누군가를 배제하는 악의 성전일지도 모르니까.

한 줄 평: 한국식 고딕 호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우리 세계의 구체적 악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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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실패한 요더의 정치학>(IVP)

<실패한 요더의 정치학 - 존 하워드 요더의 성폭력과 교회의 대응> / 김성한 / IVP 펴냄 / 196쪽 / 1만 원
<실패한 요더의 정치학 - 존 하워드 요더의 성폭력과 교회의 대응> / 김성한 / IVP 펴냄 / 196쪽 / 1만 원

이민희 인문학&신학연구소에라스무스 연구원

1970~1980년대 벌어진 요더의 성폭력과 1997년 그가 사망한 후로도 한참 지난 2013년에야 시작된 교회의 뒤늦은 대응 과정을 기록한 책. 1차 자료 및 관련 인물들의 인터뷰가 이 사건을 이해하고 교회의 모습을 가능한 정확히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욕정과 뒤섞인 신학이 교회를 황무지로 만들고, 죄악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의 자리를 빼앗기까지의 순서가 낯설지 않다. 담담한 목소리와 간결한 문장들이 밝히는 거대한 신학자의 실패, 그 그늘에서 벗어나길 거부한 교회의 실패, 거짓을 고이 간직한 평화의 실패는 마치 어떤 공식처럼 한 세대를 넘어 지금도 벌어진다. 일목요연한 사건 보고서는 궁극적으로 성범죄와 성차별로 얼룩진 우리의 실패를 선언한다. 교회가 돈·권력·명예를 무기 삼아 가장자리에 있는 이들을 사지로 몰아낸, 그래서 더는 그리스도를 발견하지 못하게 한 현실 말이다.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새해를 기다린다. 새롭게 드릴 우리의 예배와 복음의 선포는 이 실패의 선언에서 시작돼야 한다.

한 줄 평: 진실을 존중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 시간. 결국 우리는 또 해를 거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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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바울과 믿음 언어>(이레서원)

<바울과 믿음 언어 - 그리스도인의 믿음은 지적 동의인가, 신실한 행함인가> / 니제이 굽타 지음 / 송동민 옮김 / 384쪽 / 2만 2000원
<바울과 믿음 언어 - 그리스도인의 믿음은 지적 동의인가, 신실한 행함인가> / 니제이 굽타 지음 / 송동민 옮김 / 384쪽 / 2만 2000원

용도사 일요책방 북큐레이터

기독교 신앙의 핵심 표지라고 하면 '믿음'이 빠지지 않는다. 그 믿음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한두 가지 간단한 자기만의 정의를 내릴 것이다. 그렇게 정의 내린 믿음이 진짜 믿음 맞냐고 재차 물었을 때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 사람이라면 모두 주목해야 할 책이다. 우리말 성경에서 주로 '믿음'으로 번역되며, 신약학계에서 소위 '피스티스 논쟁'으로 유명해진 헬라어 피스티스(πίστις)를 중심으로 믿음에 관한 어원적·역사적·문헌적·주석적 탐구를 한 권에 담았다. 우리나라에도 십수 년 전부터 소개된 '바울에 관한 새 관점' 견해에서 강조하는 '신실함'이나 전통적인 '지적 동의', 그 둘을 종합하는 '신뢰로서의 믿음' 세 가지의 견해가 어떻게 어떤 근거로 주장됐는지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서신학을 제대로 연구할 때의 쾌감을 선사받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영미권에서 주목받는 학자인 저자는 이 문제에 깊이 천착하면서도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정리했다. 결론은 뻔할지언정 그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은 신자 혹은 성서·믿음에 관심 있는 구도자라면 반드시 한번 살펴봤으면 할 만큼 모범적이고 매력적이다. 교회의 믿음과 신앙이 이러한 역동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면, 토대마저 흔들리는 것 같은 지금의 교회에게도 할 말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비대면이었지만 이 책을 가지고 여러 사람과 독서 모임을 함께해 더 역동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믿음을 고민하는 길벗이 꼭 살펴봤으면 하는 책이다.

한 줄 평: 의인은 신뢰로써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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