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독서 캠페인 '탐구생활'(탐독하고 구도하는 그리스도인의 독서 생활)에서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아래 내용은 평자가 책을 읽고 주관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욥기와 만나다 - 고통받는 모든 이를 위한 운명의 책> / 마크 래리모어 지음 / 강성윤 옮김 / 비 펴냄 / 292쪽 / 1만 7000원
<욥기와 만나다 - 고통받는 모든 이를 위한 운명의 책> / 마크 래리모어 지음 / 강성윤 옮김 / 비 펴냄 / 292쪽 / 1만 7000원

김은석 뉴스앤조이 사역기획국장

"욥기의 결말은 신이 잔인한 게임을 즐긴 뒤 리셋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보인다."(248쪽) 욥기를 읽고 내게 남은 인상이 딱 이랬다. 위엄차게 등장한 조물주의 존재 증명에 압도되면서도, 불경한 물음이 심연에서 스멀거렸다. '이게 사랑과 정의의 신일까? 무고한 욥과 그의 가족이 겪은 고통과 절망, 죽음의 이유는 대체 무엇?' 비슷한 물음들이 욥기의 역사와 공존했다. 고대부터 인류는 욥기 앞에서 "섭리와 악, 무고한 이들이 겪는 고통의 의미, 하느님의 본성, 피조물 가운데 인간의 지위 등"(24쪽)의 질문을 던지며 나름의 해석들을 남겼다. 마크 래리 모어는 이 책에서 그 해석의 역사를 정리한다. 탈무드를 비롯한 먼지 쌓인 고대 문헌들을 들추고, 아퀴나스와 칼뱅 등 중세 학자들이 욥기를 해석하며 남긴 자료를 훑는다. 전례와 공연, 소설에 사용된 욥기의 파편들을 통해 평신도들은 욥기를 어떻게 수용했는지 엿본다. 신정론의 등장 이래 칸트를 비롯한 근대 철학자‧신학자‧예술가들이 악의 문제를 다루며 욥기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도 보여 준다. 단지 신학적 질문만을 다루지 않고 욥기가 인류 역사와 어떻게 호흡했는지 조명하려 한다. 욥기에 관한 잡학 사전과도 같은 느낌인 이 책의 진가는 5장에서 빛난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엘리 위젤과 망명자로 당대를 산 유대인 철학자 마르가레테 주스만이 욥기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해설하는 부분이다. 욥처럼 무고한 고통을 겪은 이들이 욥기 앞에서 오래 씨름하며 성찰한 바가 무엇인지 듣는 것만으로도 깊은 울림이 있다. 이 책은 욥기가 자아내는 질문들에 궁극의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시 욥기를 펼쳐 읽고 감춰 둔 질문을 끄집어내도록 만든다. "신앙은 답이 아니라 물음으로 이루어져"(260쪽) 있으며 "질문을 멈춘다면, 우리는 결코 답을 찾을 수 없을 것"(263쪽)이니까.

한 줄 평: 다시 욥기를 펼쳐 들고 질문하게 하는, 알아 두면 쓸데 있는 욥기 잡학 사전.

여운송 뉴스앤조이 편집국 기자

신학교 시절 '구약성경신학' 과제로 주어진 자율 주제 소논문을, 호기롭게도 '욥기에 나타난 고통의 문제와 신정론'이라는 주제로 써 냈던 때가 생각난다. 당시는 세월호 참사 직후였고, 나로서는 교회에서 늘 들어 왔던 '고난-인내-축복'이라는 단선적인 도식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진지하게 욥기를 들여다본 시간이었다. 그후로 신정론은 그 어떤 신학적·철학적 주제보다도 내 이목을 강하게 끄는 매혹적인 주제로 자리했다. <욥기와 만나다>(비아)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을 처음 받아 봤을 때 곧바로 4장 '신정론과 욥기'로 직행하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힘들었던 이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책은 내가 욥기를 읽는 방식이 또 다른 단선적 생각, 그러니까 '욥기=신정론'이라는 전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 비아 출판사의 '만나다 시리즈'가 늘 그랬듯, 이 책은 욥기가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을 사상사적으로 정리한다. 당연하게도(그러나 놀랍게도) 시대마다 욥기에 주목하는 부분이 다르며, 그 해석·수용·활용 방식도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 왔다는 점을 보여 주면서 "욥기를 읽는 법에 대한 새로운 감각"(36쪽)을 기르게 해 준다. 무엇보다도 "유대인, 플라톤주의자, 그리스도교인,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 모더니스트, 포스트 모더니스트는 모두 우리의 동반자다. 이들의 해석을 살핌으로써 우리는 좀 더 정직하게 욥기를 마주할 수 있다"(27쪽)는 저자의 자세는, 오로지 정답·오답 규정에만 몰두하고 이를 교조적으로 따르라고 종용하는 신학교·교회 현장에서는 듣기 힘든 귀한 통찰을 제공한다. 욥기가 시대와 배경을 초월해 끊임없이 각광받아 온 이유는, 모든 개별 케이스에 적용되는 단 하나의 답을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커다란 해석의 틀에 갇히기를 거부"(276쪽)하고 "결코 완결될 수 없"(283쪽)는 특유의 모호성과 복잡성 때문에, 욥기는 고통받는 '모든' 이에게 운명의 책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한 줄 평: 그래서 '비아 만나다 시리즈' 다음 책은 언제 나오나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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