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독서 캠페인 '탐구생활'(탐독하고 구도하는 그리스도인의 독서 생활)에서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아래 내용은 평자가 책을 읽고 주관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나는 무엇을 믿는가> / 한스 큉 지음 / 이종한 옮김 / 분도출판사 펴냄 / 384쪽 / 2만 8000원
<나는 무엇을 믿는가> / 한스 큉 지음 / 이종한 옮김 / 분도출판사 펴냄 / 384쪽 / 2만 8000원

송지훈 성서한국 사무국장

그리스도교 신학의 거장이 자신의 신학과 사상을 오롯이 담아낸 책이라면, 뭔가 인간계를 넘어설 정도로 범접하기 어려운 경지가 드높이 펼쳐질 것도 같지만, 한스 큉은 서문에서부터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 "신학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에서 날아들지 않고, 저 아래 일상이라는 골짜기에서 시작할 것"(16쪽)이라고.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이 책의 모든 챕터는 '삶의 ○○'이라는 제목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주제가 한스 큉이라는 대가를 관통하여 삶의 이야기로 재배열된다. 단순히 교리를 부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울타리가 어딘지도 모를 만큼 훌쩍 넘어 버린다. 읽다 보면 '나'에서 시작해 교회를 지나 세계까지 종횡무진 아우르는 한스 큉의 세계관에 어느덧 푹 빠지게 된다. 읽으면서 머리가 멍해질 만큼 감탄하게 만드는 대목이 많았다.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책보다 스케일이 크지만 전혀 장황하지 않으며, 간결하지만 충분히 풍성하다. 한스 큉의 이야기에 다 동의할 순 없고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모름지기 세계관이란 바로 이런 것임을 깨닫게 만드는 진귀한 책이다.

한 줄 평: 이 책이야말로 '살아 있는 세계관'

이민희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 연구원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전설이 된 신학자가, 90세 되던 해에 비로소 자신이 믿어 온 그리스도교를 정리한 책이다. 거의 한 세기를 살며 지구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건을 겪고 목격한 이가 '기독교는 여전히 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세상에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믿는 모습이 다소 감동이다. 동시에 그가 믿은 기독교의 힘 있는 윤리가 내 신앙에서 너무나 추상적 관념으로 남아 있어, 혼나는 듯한 기분도 든다. 분명 기독교(그리스도인인 우리)가 지구상에 존속하려면 갖춰야 할 자세와 태도가 있다. 비폭력과 생명 존중 문화를 향한 헌신, 연대와 정의로운 경제 질서에 대한 헌신, 관용과 진실성에 대한 헌신, 모든 사람의 존엄을 위한 헌신. 결국 그가 말한 '믿는다는 것'은, 고수하고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 우주는 복잡하고 역사는 예측 불가능해서 인간은 넘실대는 시간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조그만 존재인 우리의 최선은 사려 깊고 민감하게 각 인간이 놓인 맥락을 이해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평화와 정의로부터 눈 돌리지 않는 삶일 테다. 이런 삶을 보여 준 인간, 딱 한 명 떠오른다. 저자와 내가 '믿는다'는 표현을 동일하게 사용할 유일한 지향점. 그 삶을, 생명을 진짜 믿고 싶다.

한 줄 평: 삶의 복잡성과 모순을 경시하지 않을 때, 이성과 경험을 놓치지 않을 때, 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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