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후 3년 만에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교회와 교인들에게 기후 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오미크론 변이 등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해 일상 회복을 앞당길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도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2018년 이후 3년 만에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교회와 교인들에게 기후 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오미크론 변이 등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해 일상 회복을 앞당길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도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제53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 중립 실천과 기후 위기 대응은 하나님이 창조하셨다고 믿는 이 세상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기독교인들의 동참을 부탁했다.

이번 국가조찬기도회는 '공의와 회복'을 주제로 12월 2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2018년 국가조찬기도회 이후 3년 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한국교회가 비대면 예배와 온라인 교단 총회, 방역 및 백신 접종 독려 등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해 왔다고 평가했다. "지난 2년 우리는 전대미문의 코로나 위기 속에서 이웃의 고통에 같이 아파했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따뜻한 이웃이 되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제중원 등 기독교인들이 개화기에 세운 병원을 언급하면서 "이웃과 자연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여기고 함께 극복하기 위해 손 내밀고 기도해 주시는 모든 지도자와 성도 여러분께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우리가 기도하는 공의와 회복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다.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 않고 신종 변이 오미크론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 마지막 고비를 넘고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마음을 모아 달라"고 부탁했다.

남북문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남과 북 역시 하나의 생명 공동체다. 함께 살아야 더욱 건강하고 협력해야 풍요로워질 수 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더욱 강해지는 길"이라고 했다. 또 "비핵화 속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은 또 하나의 공의와 회복"이라며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달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중 이번 국가조찬기도회가 마지막이다. 2017년 국가조찬기도회는 3월에 열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참석했고, 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에 이어 올해에만 참석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도 기도회 시작 전 내빈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돌아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도 기도회 시작 전 내빈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돌아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한편 기도회 시작 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기도회장을 찾아 목회자와 교인들에게 인사했다. 이재명 후보는 "성경에서 가르친 대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공정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 우리 어머니가 권사님이고, 아내도 어릴 적부터 교회 반주를 했던 독실한 성도다. 나도 분당우리교회에서 열심히 주님을 모시고 있다. 주님의 인도와 은혜로 이 자리까지 왔다. 앞으로도 사랑과 은혜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나라를 위해 아침부터 귀한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 우리 사회가 반목과 갈등으로 분열과 대립이 심각하지만 사회 통합과 국민 통합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오늘 기도 주제인 공의와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당 후보는 내빈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기도회가 시작하기 전 기도회장을 떠났다.

설교를 맡은 김학중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사랑으로 양보하고 자기희생하는 길만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설교를 맡은 김학중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사랑으로 양보하고 자기희생하는 길만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번 국가조찬기도회는 2019년 이후 2년 만에 대면으로 열렸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기도회에는 평소 3000~4000여 명이 모이지만 올해는 방역 수칙상 실내 행사 최대 인원인 500명만 참석했다. 또 음식물 제공도 금지돼, 사상 초유의 조찬 없는 조찬기도회로 열렸다.

이번 기도회 설교는 CBS 이사장 김학중 목사(꿈의교회)가 전했다. '정답은 사랑이다'(창세기 13:8~9, 요한복음 13:34)라는 주제로 설교한 김 목사는, 아브람이 롯에게 소돔 땅을 양보하고 산지투성이인 가나안 땅으로 간 본문을 예로 들며 무엇보다 사랑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교했다.

김학중 목사는 "조찬기도회 주제처럼 공의로운 해가 떠올라 치료하는 광선을 비추는 회복으로 나아가는 길은 무엇인가. 성경이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답을 준다. 정답은 사랑이다. 자본주의나 민주주의도 사랑이 없고 사랑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정답이 될 수 없다. 자기희생의 사랑, 아브람이 먼저 섬김과 행함을 보여 준 것처럼 동사로서의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리스도인인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런 마음이 넓어지면 남북문제, 환경문제, 보수와 진보의 갈등, 세대 문제, 지역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김진표 국회조찬기도회장(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이채익·서정숙 의원(국민의힘), 송기헌 의원(더불어민주당), 황우여 전 부총리, 김정수 해군참모차장, 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 이기용 목사(신길교회) 등이 순서를 맡았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이철 감독회장(기독교대한감리회), 고명진 총회장(기독교한국침례회)을 포함해 김삼환 원로목사(명성교회), 길자연 원로목사(왕성교회) 등 교계 원로들도 참석했다.

국가조찬기도회는 코로나19 방역 수칙 때문에 500여 명만 모였다. 평소와 달리 조찬도 제공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국가조찬기도회는 코로나19 방역 수칙 때문에 500명만 모였다. 평소와 달리 조찬도 제공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문재인 대통령 축사 전문.

존경하는 기독교 지도자들과 성도 여러분, 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함께하게 되어 매우 뜻깊습니다. 이 시각 온라인과 메타버스를 통해 미국·이스라엘을 비롯한 해외 지회와 600만 디아스포라, 청년 세대들이 공의와 회복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양쪽으로 함께 마음을 모으고 있습니다. 국가조찬기도회 이봉관 회장님과 관계자 여러분, 설교를 맡아 주신 김학중 목사님과 축도와 찬양, 특별 기도를 맡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국회조찬기도회에서 함께해 주신 국회의원님들께도 함께 감사드립니다.

성도 여러분, 지난 2년 우리는 전대미문의 코로나 위기 속에서 이웃의 고통에 같이 아파했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따뜻한 이웃이 되었습니다. 가족과 종교, 국가의 울타리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으며 연대했습니다.

목회자들도 새로운 길을 모색했습니다. 비대면으로 신도들과 함께 예배하고 소통했고, 온라인으로 교단 총회를 개최했습니다. 지금도 방역과 백신 접종을 독려하며 더 나은 일상 회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은 또한 한국교회 탄소 중립 선언을 통해 지구 생태계와 그 안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서로 연결되어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선언했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한국교회 2050 탄소 중립 선포식을 가진 데 이어 한국교회총연합도 곧 기후환경위원회를 출범할 예정입니다. 교회는 기후 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성도들은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키며 동참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 중립 실천은 하나님이 창조하셨다고 믿는 이 세상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성도 여러분, 이 땅에 기독교가 시작된 지 130년, 한국교회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항상 공의를 선포하고 가난한 이들을 품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병원인 제중원을 비롯해 기독교인들이 세운 병원에서 환자들을, 약자들을 치료했습니다. 우리와 같이 눈물 흘리는 예수님처럼 한국교회도 국민들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이웃과 자연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여기고 함께 극복하기 위해 손 내밀고 기도해 주시는 모든 지도자와 성도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여러분이 행한 사랑의 실천이 대한민국을 마침내 선진국으로 도약시키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오늘 함께 기도하는 공의와 회복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입니다.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 않고 신종 변이 오미크론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국민의 걱정과 불안을 덜어 드리고 더 나은 일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일상 회복의 마지막 고비를 넘고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마음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기독교 지도자들과 성도 여러분, 인간은 고난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깨닫습니다.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지만 서로 의지하고 더불어 살며 강해지는 존재입니다. 한반도의 남과 북 역시 하나의 생명 공동체입니다. 함께 살아야 더욱 건강하고 협력해야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더욱 강해지는 길입니다. 비핵화 속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은 또 하나의 공의와 회복입니다.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국가조찬기도회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하나님의 은총과 축복이 늘 함께하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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