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에 참석해 기도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이홍정 총무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연달아 나오고 있다. 교회협 수장이 군부 쿠데타와 5·18 광주 학살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노태우를 추모하고, 유가족이 용서의 뜻을 밝히지도 않았는데 섣불리 화해를 언급해 상처를 남겼다는 것이다. 국가장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분분한 상황에서 이 총무가 교회협 내부 의견 수렴도 없이 기도회에 참석한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11월 1일 오후 현재 이홍정 총무 규탄 성명을 발표한 곳은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하성웅 총무), 에큐메니컬 진영 2030 청년 활동가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목정평·최인석 상임의장),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기사련·김희룡 상임대표), 교회협 여성위원회(최소영 위원장)다.

10월 30일 국가장 직후 규탄 성명을 발표한 EYCK는 "이홍정 총무는 노태우 국가장을 강행하는 정부에 대한 반대와 문제 제기는 고사하고 직접 참석하여 섣부른 화해와 평화를 이야기하며 쿠데타의 주범을 애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또한 "광주교회협이 국가장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내부 구성원들의 반대와 이의 제기가 있었음에도, 충분한 의견 수렴과 설득 과정 없이 국가장 참석을 강행한 것은 구성원들과의 연대와 공감, 합의를 중요시하는 에큐메니컬 정신에도 위배되는 일"이라며 이홍정 총무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에큐메니컬 진영에서 활동하는 청년들도 10월 31일 성명을 발표했다. 20~30대 활동가 53명은 성명서에서 "사죄하지 않은 노태우를 용서할 수 있는 대리인은 없다. 광주 영령 앞에 무릎 꿇지 않은 채 아흔 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공적 애도는 불가하다. (중략) 거짓과 왜곡의 자리에 서서 고개 숙인 이홍정 총무의 추모 기도는 너무도 초라했고 다분히 비열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지나간 고통은 뒤로하고 대승적 차원의 위로를 수용하라는 전통적인 거짓말이 통하는 시대는 끝났다. 누가 감히 화해를 종용하느냐"며 이홍정 총무의 사퇴까지 요구했다.

목정평도 11월 1일 "정부의 국가장 결정에 마땅히 항의하고 문제를 제기했어야 할 이홍정 총무가 도리어 영결식에 참여해 사죄와 용서, 화해를 언급하고 이것이 '구원 행동의 증표'라 기도했다"며 이 총무를 비판했다. 목정평은 노태우의 진심 어린 사죄가 없었고, 유가족의 용서도 없었다는 점에서 국가장은 문제적이고, 이홍정 총무의 일방적인 화해 선언은 '회복적 정의'가 아니라 '폭력적 정의'라고 했다.

목정평은 이홍정 총무에게 노태우 영결식에 참석한 일을 사과하고, 기도 내용에 상처받은 5·18 유가족과 피해자들 및 민주화 운동을 함께해 온 개신교인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기사련도 이홍정 총무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11월 1일 발표했다. 기사련은 "국가 폭력의 상징과도 같은 인사의 장례식에 참여해 성급한 화해의 메시지를 발표한 것에 깊은 유감을 금할 길이 없다. 이는 교회협 정신을 비롯한 정의와 평화의 기독교 정신에 반하는 행위"라고 했다.

기사련은 기도회 참석이 부적절했을 뿐 아니라 과정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련은 이홍정 총무가 교회협 구성원과 논의 없이 국가장에 참석했다며 "이러한 독단적인 판단과 행위가 다시금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이는 교회협이 에큐메니컬 교회 운동과 사회 선교 일꾼들에게서 다시금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교회협 내부에서도 규탄 성명서가 나왔다. 교회협 여성위원회는 11월 1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홍정 총무의 국가장 참석은) 교회협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기에 더욱 참담하다. 총무가 국가 공식 석상에 선다는 것은 교회협을 대표한다는 의미이므로 교회협 내부의 여러 의견을 듣고 결정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교회협 여성위원회는 이홍정 총무의 기도문 내용 곳곳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 총무 기도문 중 "고인이 남긴 사죄의 마음"이라는 표현은 노태우의 말이 아닌 노태우 유가족의 말일 뿐이며, "이 마음을 받은 5·18 유가족의 마음"이라는 표현 역시 여러 유가족 중 개인이 참석한 것일 뿐 5·18 유족과 단체는 여전히 국가장을 반대하고 있으므로 부적절하다고 했다.

교회협 여성위원회 역시 이홍정 총무가 5·18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기독인으로서 신앙을 가지고 민주화를 위해 헌신해 온 모든 이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음은 각 단체 성명서 전문.

NCCK 이홍정 총무의 노태우 영결식 참석에 대한 우리의 입장

5·18 광주 학살의 책임자이며, 12·12 군사 쿠데타로 실형을 받은 노태우 씨에 대한 국가장國家葬에 참석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이홍정 총무의 행보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군부 세력의 폭압에 죽어 간 영령들의 절규가 여전히 이 땅에 맴돌고, 국가 폭력의 생생한 기억이 온몸으로 각인되어, 도무지 잊히지 않는 아픔으로 다가오는 피해자들의 삶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NCCK 이홍정 총무는 노태우 국가장을 강행하는 정부에 대한 반대와 문제 제기는 고사하고, 직접 참석하여 섣부른 화해와 평화를 이야기하며, 쿠데타의 주범을 애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러한 행보는 광주 학살로 아파하는 피해자들의 상처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제 목숨 아끼지 않고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투신한 이들, NCCK의 구성원들과 에큐메니컬 활동가들 그리고 기독 청년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 주는 일입니다. 

이홍정 총무는 고인이 "사죄의 마음을 남겼다"고 언급하였지만, 노태우는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에도, "광주光州 사태는 중국中國 문화혁명 희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발언하여 논란이 되었고, 회고록에서도 군사 반란과 5·18 학살에 대하여 반성하는 기미는커녕 왜곡으로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노태우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으로 단 한 번도 잘못을 사죄하지 않았고,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아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 것이 전부입니다.
 
대승적인 통합과 화해의 차원에서 참석하였다 할지라도, 그것은 학살 당사자의 철저한 사죄와 국민적 납득이 선행되었을 때 용인될 수 있는 것입니다. 노태우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여전하며, 국가장에 대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사죄의 진의를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노태우 국가장에 참석한 이홍정 총무의 행보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불어 광주NCC가 국가장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내부 구성원들의 반대와 이의 제기가 있었음에도, 충분한 의견 수렴과 설득의 과정 없이 국가장 참석을 강행한 것은 구성원들과의 연대와 공감, 합의를 중요시하는 에큐메니컬 정신에도 위배되는 일입니다.

보수 개신교계의 입장이 공중파를 통해 일방적으로 전시되는 상황을 우려하여 참석했다고 할지라도, NCCK의 행보에 있어서 가장 우선시 되는 가치는 정치적 계산과 전략이 아니라 '우리 시대 억압받는 이들의 아픔'이어야 합니다. 군부의 총칼, 국가적 폭력에 희생당한 피해자들의 절규가 여전히 우리 귀에 맴돌고, 폭력을 은폐시키려는 불의한 자들의 사악한 간계가 판치는 상황에서, NCCK가 걸어가야 할 진정한 정의와 평화의 길이 무엇인지 숙고했어야 합니다. 

하여 우리 기독 청년들은 아래와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NCCK 이홍정 총무는 노태우 국가장 참석에 관해 사과하십시오.

우리 기독 청년들은 이후 NCCK 이홍정 총무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며,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2021년 10월 30일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 
기독교대한감리회 청년회전국연합회
기독교한국루터회 청년연합회

- 에큐메니컬 2030 활동가 성명 - 
…라고 엘리바스가 말했다

노태우는 5월 광주의 무차별 학살을 자행한 주범이다. 이 한 문장, 광주의 학살이라는 두 마디, 이 좁은 말에 담긴 무게가 매우 무겁다. 비상계엄 선포에 맞서 군집한 대학생들을 향한 탁한 군홧발의 폭력 진압과, 그 신음에 응답해 곁을 지키던 광주시민들. 아직도 진실이 낱낱이 드러나지 않았기에 여전히 서럽고 원통한 세월이다. 1980년 5월 광주를 살아 본 적 없으나 어쩐지 그 함성이 귓등을 스치고, 흑백의 멈춰진 사진을 봤을 뿐이지만 붉은 핏빛이 아른거린다. 우리는 모두 그날을 알고 있고, 그래서 우리에겐 그 상처가 남아 있다.

광주의 정신. 우리는 그 정신 위에 서 있다. 총칼로 정권을 빼앗는다고 국가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정신이며, 총칼로 생명을 빼앗는다고 민주주의의 주인이 바뀌지 않는다는 정신 말이다. 그래서 한국 사회는 여전히 광주의 정신 위에 놓여 있다. 국가의 대표자가 국민의 뜻을 대리하지 않은 채 국가장을 치르고, 종교의 대표자가 종교의 뜻을 대리하지 않은 채 학살자를 추모하고 있으니, 그들이 은폐하는 진리는 광주의 정신과 함께, 그리스도의 정신과 함께한다.

사죄하지 않은 노태우를 용서할 수 있는 대리인은 없다. 광주 영령 앞에 무릎 꿇지 않은 채 아흔 살 나이로 결국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공적 애도는 불가하다. 국민을 학살한 이를 위한 국가의 장례란 얼마나 공허한가. 공이 있으니 예우를 갖춘다는 위선으로 인해 41년 광주의 슬픔이 다시 흐른다. 그 거짓과 왜곡의 자리에 서서 고개 숙인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의 추모 기도는 너무도 초라했고 다분히 비열했다.

모순된 고통에 절규하는 욥에게 엘리바스는 말했다. "하나님이 네게 위로를 베푸시는데도 네게는 그 위로가 별것 아니란 말이냐?"(욥 15:11) 지나간 고통은 뒤로하라, 대승적 차원의 위로를 수용하라, 네가 마음을 열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이 전통적인 거짓말이 통하는 시대는 끝났다. 누가 감히 화해를 종용하는가.

욥은 답했다. "그 악한 자를 꾸짖는 사람도 없고, 그가 저지른 대로 징벌하는 이도 없다고 한다. 그가 죽어 무덤으로 갈 때에는, 그 화려하게 가꾼 무덤으로 갈 때에는 수도 없는 조객들이 장례 행렬을 따르고, 골짜기 흙마저 그의 시신을 부드럽게 덮어 준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하여 너희는 빈말로만 나를 위로하려 하느냐? 너희가 하는 말은 온통 거짓말뿐이다."(욥 21:31-34)

새날을 위해서는 진실의 편에서 분투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조악한 자리에서 책임을 저버린 이홍정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직에서 즉각 사퇴하라.

2021년 10월 31일
NCCK 이홍정 총무의 노태우 영결식 추모기도를 규탄하는 에큐메니컬 2030 활동가 일동

강세희(NCCK 사건과신학 기획진) 김경하(기독여민회, 무지개신학교) 김도현 김민선 김민지(NCCK인권센터 사무국장) 김상훈 김석원(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김수산나(여성세움센터 상임연구원) 김유미(큐앤에이 간사) 김은선(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연구원) 김준태 김지애(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팀장) 김지원(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상임연구원) 김표정(옥바라지선교센터 운영위원장) 김하나(섬돌향린교회 전도사) 김혜인(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연구원) 김효성 노승혁(옥바라지선교센터 운영위원) 민아름(기독여민회) 박단(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팀장) 박새롬 박성인 박정하 박지은(평화교회연구소 사무팀장) 반은기 배꽃잎 배지은(기독여민회) 서총명(무지개신학교) 쌔미(옥바라지선교센터) 안상호 오세요(한국민중신학회 청년위원장) 오세찬(무지개신학교) 유진우 윤성중 이민지 이박광문(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예수사회행동) 이성진(성공회) 이성철(한신대 신대원 민중신학회 학회장) 이수현(기독여민회) 이신효(대한성공회 부산교구) 이예찬 이유리(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연구원) 이은재(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연구원) 이은해(옥바라지선교센터 간사) 이정규(한신대학교) 이정한 이종건(옥바라지선교센터 사무국장) 이지혜(새터교회) 이창기(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 1학년) 이한별(촛불교회) 이혜선 이희영 임찬희(옥바라지선교센터) 장근지(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장혁 조은소리 조인숙(평신도) 최민규(기독교도시빈민선교회 간사) 최애지(옥바라지선교센터) 추은지(평화교회연구소 사무국장) 폴짝(믿는페미) 하민지(옥바라지선교센터 운영위원) 황푸하(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의 노태우 국가장 참여와 추모 기도에 대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입장

우리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69회기를 지나는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뒤를 따라 하나님의 생명, 정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모이고 힘쓰는 하나님의 선교 기관"임을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또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헌신해 온 역사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월 30일, 12·12 쿠데타와 5·18 광주 학살 책임자인 노태우 영결식에 기도로 참여한 이홍정 목사의 행보는 우리를 참담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이 문제를 엄중하게 항의합니다.

정부의 국가장 결정에 마땅히 항의하고 문제 제기를 했어야 할 NCCK의 이홍정 총무는 도리어 영결식에 참여하여 사죄와 용서, 화해를 언급하며 이것이 '구원 행동의 증표'라 기도했습니다.

1. 진심 어린 사죄는 없었습니다.

노태우는 5·18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사죄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회고록을 통해 정당성을 합리화했습니다. 가족의 사죄를 인용하여 '사죄를 남긴 고인'이라 지칭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2. 유가족의 용서도 없었습니다.

'사죄의 마음을 받은 5·18 유가족의 마음'이라는 표현은 철저히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말입니다. 유가족은 용서한 적이 없는데 누가 누구를 용서했다는 것입니까. 이것은 유가족에게 가한 또 다른 가해입니다.

3. 일방적인 화해 선언은 폭력입니다.

유가족의 가슴에는 아직도 눈물이 흐르고 국민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한데 용서와 화해를 '하나님의 구원 행동 증표'로 표현한 것은 회복적 정의가 아닌 폭력적 정의이며 5·18 유가족과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동시대를 함께 살아온 동지요 친구요 동료 목회자로서 이홍정 총무에게 참담한 심정으로 묻습니다. 아직도 '기도를 맡는 공적 기회를 거부하는 대신 단기필마로 적진을 향해 달리는 심정으로 영결식에 참여했다'는 그 맘 그대로 입니까. 기도에서 언급한 '사죄를 남긴 고인'과 '사죄를 받은 5·18 유가족의 마음'이 '용서와 화해로 가는 하나님의 구원 증표'라 생각하십니까.
 
참으로 침통하고 안타깝습니다. 기독교 민주화 운동과 교회의 일치와 연합 운동을 주도해 온 NCCK의 에큐메니컬 정신이 참으로 부끄러운 지금입니다.

이홍정 총무의 독단적인 노태우 영결식 행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노태우 영결식 참석에 대해 사과하십시오.
2. 기도 내용으로 상처받은 5·18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십시오.
3. 기독교 민주화 운동을 함께해 온 이들에게 사과하십시오.

우리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추후 명확한 입장을 예의주시할 것입니다.

2021년 11월 1일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의 노태우 씨 국가장 참석에 관한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성명

정의‧평화‧창조질서 보존을 위해, 지난 50년 간 묵묵히 걸어왔던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이하 '기사련')는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중단시킨 반란 수괴이자,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무고한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주범 노태우 씨 국가장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께서 참석하여 기도문을 낭독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그동안 한국 에큐메니컬 운동의 너른 울타리이자 최후의 보루였습니다. 폭력을 자행하는 국가권력에 맞서 사회의 모든 목소리가 잦아들었을 때도 그곳에서는 예언자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습니다. 소외받고 탄압받았던 노동자들, 정치범들, 양심수들의 도피성이 되었습니다. 선배들이 피땀 흘려 지켜 왔던 100년의 시간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께서 국가 폭력의 상징과도 같은 인사의 장례식에 참여하여 성급한 화해의 메시지를 발표한 것에 깊은 유감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신을 비롯한 정의와 평화의 기독교 정신에 반하는 행위라 판단됩니다. 

그럼에도 '기사련' 모든 구성원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 대해 깊은 동지 의식과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디 이번 사태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책임있는 대책이 수립되기를 바라며 다음의 사항을 요구합니다.

1. 이홍정 총무를 위시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노태우씨의 장례식에 참가하여 부적절한 기도문을 읽은 이번 사태에 대해 5·18 유가족을 비롯해서 여전히 국가 폭력으로 인해 심각한 고통 속에 계신 분들에게 진정성 있는 공식 사과를 하시기 바랍니다. 

2.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러한 독단적인 판단과 행위가 다시금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십시오. 이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에큐메니컬 교회 운동과 사회 선교 일꾼들에게서 다시금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기사련'은 금번의 일이 에큐메니컬 운동의 더 나은 대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혹시 우리 안에 소통의 벽은 없었는지, 자본과 권력에 순응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2021년 11월 첫날,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NCCK 이홍정 총무의 노태우 영결식 참여와 기도에 대한
여성위원회 입장

1980년 5월 광주시민을 학살한 주범이자 12·12 군부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노태우의 10월 30일 영결식에, NCCK 이홍정 총무가 참여하여 기도했습니다. NCCK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기에 더욱 참담합니다. NCCK 총무가 국가 공식 석상에 선다는 것은 NCCK를 대표한다는 의미이고 그렇기에 NCCK의 여러 의견을 듣고 결정했어야 했습니다. 노태우의 범죄는 군부 쿠데타, 시민 학살, 인권 탄압뿐 아니라 그가 사망하였음에도 "범죄 사실 왜곡과 부정"이라는 2차 가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홍정 총무는 기도에서 희생자와 유가족, 민주화를 위해 함께 내딛었던 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입혔습니다.

첫째, "고인이 남긴 사죄의 마음", "사죄의 마음을 남긴 고인"

노태우는 오월 희생자와 유가족, 아직도 행방불명된 가족의 소재를 찾으며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 민주화를 위해 걸어온 분들, 국민에게 사죄한 적이 없습니다. 범죄에 대한 인정과 사죄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며, 노태우는 살아생전에 희생자와 그 유가족이 바라는 사죄를 최선을 다해 이행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도리어 노태우는 2011년에 펴낸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시민들이 유언비어에 현혹된 것이 사태의 원인"이라며 5·18 민중항쟁과 시민들을 폄훼했습니다. 사실 왜곡에 대해 사죄와 수정을 요구했으나 사죄한 적도 없고 수정하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이홍정 총무가 언급한 노태우의 사죄는 본인의 사죄가 아닌 가족의 사죄일 뿐입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또 다른 가해입니다. 

둘째, "이 마음[사죄]을 받은 5·18 유가족의 마음"

5·18 관련자 개인이 조문한 것은 사실이나, 조문한 개인이 5·18 희생자와 유가족을 대표하여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유가족과 피해자, 관련 단체들은 여전히 노태우가 "학살의 주범"이며 범죄자임을 명백히 하며 국가장 진행을 규탄하고 있습니다.

셋째, "[고인의 사죄와 이를 받아들인 유가족의 마음이] 우리의 역사를 궁극적으로 용서와 화해로 이끌어 가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구원 행동의 증표가 되게 하옵소서."

가해자의 사죄는 마땅히 해야 할 의무이나 피해자의 용서는 필수가 아닙니다. 이미 저지른 범죄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고 피해를 당했습니다. 제대로 진실을 규명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며, 가해자가 진심으로 회개하고 사죄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범죄자를 용서하지 않을 수 있고 이는 피해자들에게 주어진 권리입니다. 그러나 이홍정 총무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용서와 화해를 말하며 유가족과 국민을 기만했습니다. 사죄하지 않았는데도, 피해자들이 사죄를 받아들여야 하고 이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용서와 화해입니까? 피해자 입장에 서기 위해 노력해왔던 NCCK가 섣불리 용서와 화해를 꺼내어 2차 가해를 한 것에 사죄하십시오. 영결식에 참여하여 기도함으로 사실상 가해자를 대변한 사실에 대해 사죄하십시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피해자들이 원하지 않을 경우, 시도 자체만으로 2차 가해일 수 있습니다.

이에 여성위원회는 이홍정 총무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5·18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사죄하십시오.
2. 기독인으로서 신앙을 가지고 민주화를 위해 헌신해 온 모든 이들에게 사죄하십시오.

2021년 11월 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여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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