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이자 윤리 교사였던, 그래서 자신이 구조된 것이 더없이 괴로웠던 강민규 교감 선생님.

집에서는 자상한 남편, 최고의 아버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언제나 가장 먼저 팔 걷고 나섰던 '또치쌤'. 참사 1127일 만에 참사 해역에서 발견된 고창석 선생님.

꼼꼼하고 자상하고 따뜻하고 학생들의 고민을 잘 들어 주어서 학생들이 '아빠'라고 불렀으며 수업 시간에 시와 노래를 자주 들려주었던 김응현 선생님.

4월 16일이 생일이어서 15일 밤 배 안에서 3반 아이들이 준비한 생일 떡과 선물을 받았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뒤늦게 순직 처리를 받아야 했던 김초원 선생님.

영어 교사였지만 노래를 잘하셔서 보컬부 지도교사이기도 했던,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같은 선생님. 아이들에게 엄청 잘하는 남윤철 선생님.

학생들의 자존감을 살려 주기 위해 세심하게 애쓰셨고 학년부장이라는 책임감으로 '죽어도 아이들과 함께 죽겠다'는 마지막 말을 남긴 박육근 선생님.

새벽에 가장 먼저 출근해서 학생들 등굣길 지도를 하셨고, 구명조끼를 학생에게 양보하고 오랫동안 미수습자로 남았다가, 뒤늦게 집 안에 남아 있는 머리카락으로 장례를 치르고 순직 인정을 받은 양승진 선생님.

엄마에게는 착하고 예쁜 딸, 아이들에게는 일본어를 가르쳤던 선생님. 많은 아이들을 구하고도 남은 아이들마저 구하러 내려갔다가 구명조끼 없이 발견된 유니나 선생님.

엄마에게 여러 가지를 자상하게 챙겨 주는 언니 같은 딸, 학생들에게는 엄격하고 한없이 따뜻했던 꽃 같았던 교사 이지혜 선생님.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농구를 자주 했고 아이들에게 '킹왕짱'이라 불렸으며 임신 중인 아내를 남겨 두고 '바다 해', '봉황 봉', 이름 그대로 바다의 봉황이 되어 버린 이해봉 선생님.

언제나 학생들을 먼저 생각하던 선생님. 남자 친구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가 '배가 침몰해. 구명조끼 없어. 미안해. 사랑해'였던 전수영 선생님.

동국대 사범대학 수석 입학 수석 졸업. 모든 일에 열성적이었고 아이들을 따뜻하게 상담해 주고 아이들의 아픔에 늘 함께 아파했으며, 아이들에게 '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고 마지막 문자를 보낸 최혜정 선생님."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당한 단원고등학교 교사들을 기리고 생명 안전 공원 건립을 기원하는 예배가 열렸다. 사진은 2018년 11월 생명 안전 공원 예정 부지에서 열린 예배.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당한 단원고등학교 교사들을 기리고 생명 안전 공원 건립을 기원하는 예배가 열렸다. 사진은 2018년 11월 생명 안전 공원 예정 부지에서 열린 예배.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등학교 교사들의 이름이 추모 속에 낭독됐다. 11월 7일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ZOOM으로 진행된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11월 생명 안전 공원 예배'에는 세월호를 기억하고 4·16 생명 안전 공원 건립을 염원하는 유가족·그리스도인 28명이 참가했다.

참사 당시 교사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학생들을 구조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구조 직후 학생·교사들의 생환을 기다리다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민규 교감을 제외한 교사 11명은 모두 순직 처리됐다. 유가족 뜻을 따라 충북 청주시 성요셉공원에 안장된 남윤철 교사 외에는 모두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이날 예배 사회를 맡은 박은희 전도사(단원고 희생자 유예은 양 엄마)는 "선생님들은 마지막까지 아이들과 함께하고자 하셨다. 아이들이 '놀러 갔다가 죽었다'는 조롱을 들으며 아직도 안산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얼마나 마음 아프시겠나. 희생 교사들의 영면을 위해서라도 4·16 생명 안전 공원을 제대로 건립해 아이들이 위로받고 기억돼야 한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 기억을 나누는 '4·16 그날의 이야기' 순서는, 희생 교사들을 기리는 차원에서 현직 교사가 맡았다. 4·16합창단 단원으로도 활동 중인 장수현 교사(백영고등학교)는 "사고 당일 아침 뉴스에서 사고 소식과 구조 소식을 접하고 수업에 들어갔다. 학생들이 '어떻게 됐느냐'고 물어보길래 '이미 방송국에서 사고 해역을 실시간으로 보여 주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데, 해경·해군이 가서 구조했을 거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에 갔더니, 다른 선생님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계시더라. 구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교무실 풍경을 떠올리던 장 교사는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장 교사는 2014년 4월 16일 이후 자신의 교직 생활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참사 이후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당장 그다음 날 학교에 오는 학생들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수업 시간에 졸고 있는 학생들조차 귀하게 느껴졌고 함께하는 자체로 감사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던 진상 규명이 너무 오래 걸리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 그날의 힘들었던 기억을 마음에 품고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나 주가 말한다. 라마에서 슬픈 소리가 들린다. 비통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라헬이 자식을 잃고 울고 있다. 자식들이 없어졌으니, 위로를 받기조차 거절하는구나. 나 주가 말한다. 이제는 울음소리도 그치고, 네 눈에서 눈물도 거두어라. 네가 수고한 보람이 있어서, 네 아들딸들이 적국에서 돌아온다. 나 주의 말이다. 너의 앞날에는 희망이 있다. 네 아들딸들이 고향 땅으로 돌아온다. 나 주의 말이다." (새번역, 예레미야 31장 15~17절)

참석자들은 성서 본문을 함께 읽고 묵상을 나눴다. 이진권 목사(새봄교회)는 "아들딸들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마지막 희망의 말씀에 포함된 '나 주의 말이다'가 울림을 준다. 현실에서는 희망을 갖기가 어렵고 참사 진실 규명도 험난하고 막막한데, 본문이 말하는 희망이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주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이라는 점에서 희망의 근거가 된다"라고 말했다.

새길교회 교인 김향미 씨는 "참사 1년 후 컨테이너에서 예배를 드릴 때, 이 본문으로 대표 기도를 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세월호 상황이 본문에 그대로 반영된 것 같아 감정이 북받쳤다"고 운을 뗐다. 김 씨는 8년이 넘도록 갖고 있는 노란 리본을 보여 주며 "본문이 말하는 희망은 믿을 수 없는 기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은 역설적으로 그 희망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에게 에너지가 되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진실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누비며 세월호 진상 규명 상황을 알리고 있다. 목공방·합창단·극단·봉사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교훈도 함께 전하고 있다. 4·16가족협의회 정성욱 진상규명부서장(단원고 희생자 정동수 군 아빠)은 참가자들에게 유가족 소식을 알리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진상 규명 과정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4·16 생명 안전 공원 예배는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저녁 5시에 진행된다. 이와 별개로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월례 목요 기도회도 진행되고 있다. 11월 기도회는 18일 인천 해인교회에서 열리며, 416그리스도인 유튜브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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