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엄마는 지금도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 또렷하다. 2014년 4월 15일, 상준이는 비쩍 마른 몸으로 캐리어를 끌고 단원고등학교 교문을 통과했다. "사랑해", "갔다 올게"라고 말하던 평소와 다르게, 아이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고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상준이는 4월 30일이 되어서야 엄마의 품으로 돌아왔다.

"마음이 바빴나 봐요."

어머니 강지은 씨는 교문에서 멀어지던 상준이를 회상하며 "7년이 지났지만 상준이 이야기를 꺼내는 게 여전히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8월 1일 온라인 화상 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열린 '8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예배'에 8반 학부모를 대표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35명이 강 씨 이야기를 들으며 예배에 동참했다.

"저희는 가족이기 때문에 7년 동안 버텨 왔지만, 참사 당일부터 쭉 잡은 손 놓지 않고 진상 규명 활동을 같이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세월호 참사 후에는 감정도, 일상의 감사함도, 가족이 옆에 있다는 사실도 잊고 지냈어요. 3년 지나니까 가족들이 눈에 들어오고, 주위에서 힘 보태 주시던 분들 말씀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하지만 상준이에 대한 감정을 제대로 느끼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아요. 처음에는 상준이를 기억하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상준이가 떠오를 때는 피부가 저릿저릿할 정도로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요. 그래서 일부러 안 떠올리려고 하기도 해요."

상준이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여전히 힘들지만, 강지은 씨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현장에 나간다. 지난주 광화문광장에 있던 세월호 기억·안전 전시 공간 '기억과 빛' 철거 논란 때도 현장을 지켰다.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기억관은 촛불 집회할 때 온 국민이 다 다녀가셨어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든 시민이 지켜 준, 민주주의를 위해 애쓴 공간이기도 합니다. (중략) 우리 가족들은 광화문광장 사업을 반대하거나 걸림돌이 되려는 게 아닙니다. 광화문 기억관의 의미를 어떻게 살리고, 이 공간을 어떻게 기억할지는 시민 여러분이 함께 고민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그리스도인과 함께하는 예배는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오후 5시에 진행된다. 9월 4일 예배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예배 형식을 공지할 예정이다. 온라인 영상 갈무리
세월호를 기억하는 그리스도인과 함께하는 예배는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오후 5시에 진행된다. 9월 4일 예배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예배 형식을 공지할 예정이다. 온라인 영상 갈무리

이날 참석자들은 느헤미야 4장 1~6절을 함께 읽고 묵상을 나눴다. 김디모데 목사(예하운선교회)는, 느헤미야가 성벽을 재건할 때 비웃은 산발랏과 도비야를 보며 세월호 진상 규명을 조롱하는 이들이 연상된다고 했다. 김 목사는 "누가 봐도 포기해야 마땅하고, 인내하기 힘든 상황에서 발휘되는 게 기독교가 말하는 '믿음'이다.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들은 느헤미야가 하나님께 간구한 것처럼 우리도 기도하자. '그게 되겠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돼야만 한다'고 이야기하며 끝까지 연대하자"고 말했다.

참사 이후 지금까지 세월호 가족과 함께해 온 강영희 씨도 "매월 진행하는 이 예배를 통해 끈질기게 연대하자. 예배 때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진상 규명을 위해 벽돌을 쌓아 올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산발랏과 도비야와 같은 적들의 공격이 있어도 끈질기게 기억하며 예배하는 우리들에게 하나님이 어떤 응답을 주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4·16생명안전공원예배팀이 주관하는 예배는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오후 5시에 열린다. 경기도 안산시 생명 안전 공원 부지 일대에서 열리던 예배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전환됐다. 9월 4일로 예정된 '9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예배'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예배 형식을 공지할 예정이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이 예배와 별개로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월례 기도회가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7시 진행되고 있다. 6월 대전 꿈이있는교회(전남식 목사), 7월 대구 위드교회(정민철 목사)에서 열린 기도회를 이어받아, 8월에는 19일 수원 지역 교회들이 경기도 화성 평화감리교회(이수기 목사)에서 기도회를 진행한다. 현장은 유튜브 채널 '416그리스도인'에서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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