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세월호 참사 전과 후는 달라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입장이 어떠한지를 떠나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회 전 영역이 그렇지만 특히 이 명제가 더욱 절실했던 곳은 '교육'이었다. 단원고등학교 희생자가 많았고 이들은 수학여행을 가는 중이었기에, 교사와 학생들이 세월호 사건을 받아들이는 온도는 달랐다. 한 세월호 유가족은 교사들에게 아이들이 수동적인 사람이 되지 않게 가르쳐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참사 이후 줄곧 '세월호 이후의 교육'을 고민한 교사들이 교과서 <미래 교육과 4·16>(해냄에듀)을 발간했다. 세월호 참사의 교육적 의미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온 현직 초·중·고등학교 교사와 세월호 활동가 13명이 집필위원회를 구성해 2년 넘는 기간 동안 개발한 결과물이다. 4·16기억저장소에서 자료들을 제공받았고,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에서 내용을 감수받았다. 초·중·고등학교 각 1권이며, 중·고등학교용은 경기도교육청 인정 교과서다.

올해 8월 발간된 <미래 교육과 4·16>. 왼쪽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용 교과서. 뉴스앤조이 구권효
올해 8월 발간된 <미래 교육과 4·16>. 왼쪽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용 교과서. 뉴스앤조이 구권효

<미래 교육과 4·16>은 세월호 참사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는 일을 통해, 학생들을 자신의 권리를 아는 민주 사회 구성원으로 가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집필진은 "교과서를 통해 생명 존중, 정의, 자유, 평화, 평등, 인권과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 타인과 사회의 아픔에 공감하고 소통하며 공동체 발전에 참여하는 사람, 전인적 성장의 기반 위에 자신의 미래를 주체적으로 개척하는 사람을 추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초·중·고등학교 수준에 따라 목차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사회적 재난으로서 세월호 참사의 기록 △세월호 참사의 사회적 성찰과 공동체의 노력 △주체적인 민주 시민으로서의 역량 △생명, 정의, 상생과 평화 등 미래 교육의 가치를 큰 주제로 한다는 점은 같다. 세월호와 관련한 다양한 미술 작품으로 교과서를 꾸몄고, 세월호 가족을 비롯한 여러 문인이 쓴 글도 중간중간 들어가 있다. 각 단원 끝에는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도 수록돼 있다.

고등학교용 교과서를 예로 들면, 1단원에서는 민주국가란 무엇인지, 재난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짚어 나간다. 2단원에서는 이에 비추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상황에서 국가와 언론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썼다. 3단원에서는 참사 이후 여러 모양으로 가족들과 연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었다. 마지막 4단원에서는 생명을 존중하는 삶, 상생과 평화로 나아가는 사회가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담았다.

"어떤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교통사고에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구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충분히 구할 수 있었던 많은 국민들이 무고하게 희생된 사건이었다. (중략) 세월호 참사는 허술한 국가 시스템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사건이었다. 세월호 탑승자 모두를 구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음에도 무능력한 모습만 보였던 국가를 보며 국민들은 분노와 참담함을 느꼈다. 그래서 국민들은 그날의 국가에게 묻는 것이다. 국가란 무엇인가. 그날 국가는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가." - 고등학교용 2. 세월호, 그날의 기록 03.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합니다 중

"국민에게 세월호 참사를 전했던 많은 언론들은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기도 하고, 오보였던 다른 언론사의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잘못된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기도 했다. 사실 확인이 부족한 받아쓰기식 보도, 비윤리적이고 자극적인 보도, 권력 편향적인 보도, 누락과 축소 보도 등 언론의 윤리와 동떨어진 보도들이 이어졌다. 지나친 속보 경쟁, 특종과 단독 보도의 욕망, 권력 편향적 취재 태도, 정부의 일방적인 보도 자료에 의존하는 취재 방식 등 그동안 축적되었던 언론의 부정적인 관행이 빚은 결과였다." - 고등학교용 2. 세월호, 그날의 기록 04. 언론은 사회의 눈과 귀입니다 중

"재난 경험자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돕는 일 역시 사회정의를 실현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재난 희생자와 피해자들의 인간적 권리가 부당하게 박탈되었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 역시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그의 회복을 돕기 위해 마음을 모아야 한다. 더불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과 같은 부정의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고등학교용 4. 인간 중심의 미래 02. 정의로운 사회를 꿈꿉니다 중

"민주주의는 한 번 이룩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비판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퇴보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앞선 경험에서 배웠다. 민주주의를 유지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시민의 감시와 견제, 참여가 꼭 필요하다. 참여는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하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도, 사회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는 일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도 모두 참여이다. 시민이 직접 정치에 나서지 않더라도 사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정치인들이 특권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요구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의견을 내고 압력을 가하는 것도 시민이 할 일이다." - 중학교용 Ⅰ. 우리가 사는 세상 1. 민주주의와 시민 의식 중

"연대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드는 데에 도움을 준다. 재난이나 참사, 혹은 부당한 피해를 당한 사례를 보고 '나만 아니면 되지'라며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일이 자신이나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좀 더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권력, 자본의 힘을 이용한 불의나 횡포 또한 다양한 공동체의 연대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 - 중학교용 Ⅳ. 우리가 꿈꾸는 미래 1. 공동체와 연대 중

"우리 사회의 미래 발전 방향의 중심에는 '생명 존중'이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유한 존재로서의 나 자신을 이해하고 소중히 여기며,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배려하는 평화로운 사회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 초등학교용 Ⅳ. 미래를 꿈꾸어요 1. 세월호가 밝혀 준 길 중

<미래 교육과 4·16>은 학생들을 민주 시민으로 양성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미래 교육과 4·16>은 학생들을 민주 시민으로 양성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미래 교육과 4·16>은 △4·16 계기 교육 자료 △학년별 주제 통합 학습 계획 자료(교과 융합·연계 수업 자료) △창의적 체험 활동, 자유 학년제(중학교) 자료 △학교 선택 과목(교양), 안전 교육 자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순차적인 한 학기 수업 과정으로 개발됐지만 단원별로 독립성이 있기 때문에 선별해서 활용할 수도 있다.

경기도교육청 인정 교과서인 <미래 교육과 4·16> 중·고등학교용은 올해 하반기에 주문하면 교과서를 신청한 학교에 한해 내년 신학기부터 사용할 수 있다. 초등학교용은 일반 판매용 단행본 도서로 출간됐다. 현재 교과서를 펴낸 해냄에듀 홈페이지에서 <미래 교육과 4·16> 전문을 볼 수 있고 수업 지원 자료도 다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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