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주요 장로교단 총회가 끝났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전면 비대면으로 열린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는 하루 혹은 이틀간 '대면' 총회가 열렸다. 이들은 평소 사회의 각종 성평등 정책에 딴지를 걸며 근거로 '양성평등'을 내세우지만, 정작 교단 내 정책에서는 양성평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며 후퇴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총회에서도 역시 여성 총대 비율은 한 자릿수를 맴돌았다. 이것도 여성 총대가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류영모 총회장),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김은경 총회장)만 해당한다. 두 교단이 발표한 교세 통계를 보면, 전체 교인 수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을 상회한다. 그럼에도 늘 남성 총대가 압도적이다. 올해 예장통합의 여성 총대 비율은 전체의 2.27%(34명), 기장은 9.4%(61명)에 그쳤다.

예장통합의 106회 총회 현장은 여성 총대 비율 2.27%를 그대로 반영했다. 아무리 여성 총대를 찾으려 해도 쉽게 찾을 수 없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장통합의 106회 총회 현장은 여성 총대 비율 2.27%를 그대로 반영했다. 아무리 여성 총대를 찾으려 해도 쉽게 찾을 수 없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여성이 목사·장로가 될 수 없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배광식 총회장), 고신(예장고신·강학근 총회장), 합신(예장합신·김원광 총회장)은 당연히 여성 총대 비율이 0%다. 이번 예장합동 106회 총회에는 주로 여성의 성직 수행과 관련한 헌의안이 올라왔고, 예장고신·예장합신에서는 여성과 관련 헌의가 전무했다.

예장합동 신학부(신현철 부장)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성은 목사가 될 수 없다"고 보고했다. 총회 현장에서 목회하는 여성 사역자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강도권'이라도 부여하거나, 총신대 신대원 졸업자에 한해 '준목'이라는 호칭을 붙여 달라는 요청도 있었지만 총대들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신학부 조사에 참여한 예장합동의 목사·교수들은 여성이 목사가 되는 것은 '성경적이지 않다'고 했다. 성경에는 '남성'만 목사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여성에게 주어진 또 다른 사역자로서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상호 보완적 관계에서 평등을 추구해 나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는 양성평등을 주장하면서도 남녀가 동등한 권리를 부여받은 건 아니라는 모순된 주장을 반복했다.

예장통합의 경우 102회 총회에서 결의한 여성 총대 할당제가 '권고 사항'일 뿐이라는 보고를 다시 내놨다. 헌법위원회는 "노회별 총대를 뽑을 때 여성 목사 1인, 장로 1인으로 하는 '여성 총대 할당제'는 (중략) 노회별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권고 사항으로 해 현행대로 하기로 결의했다"고 보고했다.

뿐만 아니라 예장통합은 여성위원회의 후신 양성평등위원회를(양성평등위) 통폐합해 잡음이 일기도 했다. 예장통합은 지난해 105회 총회에서 양성평등위를 인권및평등위원회(인권및평등위)로 통폐합했다. 여성이 주축됐던 과거와 달리 통폐합된 인권및평등위에는 여성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교단 내 여성 단체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총회 임원회는 여성 위원 3인을 인권및평등위 전문위원으로 선임했다.

예장통합 한 여성 목사는 10월 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여성 목사들이 주축이 돼 이끌어 온 운동이 하루아침에 명맥이 끊겼다. 현재 복수의 단위에서 양성평등위원회를 재분립·존속하게 해 달라고 청원을 올린 상황이다. 남성 위원들은 여성 사역자가 현장에서 겪는 애로 사항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양성평등위원회가 꼭 부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성평등위원회가 있는 기장에서는 그나마 유의미한 결과들이 나왔다. 교회 내 성폭력과 관련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담아 헌법을 개정하거나, 앞으로 목사가 되려면 고시 응시 전에 '성폭력 예방 교육'를 꼭 이수하도록 했다. 한신대학교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파송할 수 있게 규정도 바꿨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