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가오는 지금, 기독 교사 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이 4월 6일 집담회를 열었다. 유가족 그리고 각기 다른 자리에서 세월호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독교인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세월호 참사는 온 국민들을 슬픔에 잠기게 했다. 특히 참사로 더욱 마음이 무너지는 사람들은 바로 선생님들이었다. 수학여행을 가던 중에 일어난 사고였다. 교사들은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나 역시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 않았을까', '나의 가르침이 아이들을 수동적으로 만들지 않았는가' 하는 질문에 직면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기독교인 교사들로 구성된 사단법인 좋은교사운동(김진우·임종화 공동대표)이 4월 6일 세월호 유가족과, 세월호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 집담회를 열었다. 단원고 고 박수현 군의 어머니 이영옥 씨와 '리멤버0416' 창립 멤버 강영희 선생님, 아름다운배움 고원형 대표, 회복적생활교육연구회 대표 박숙영 선생님이 패널로 참석했고, 20여 명의 현직 교사와 교육 관련 종사자들이 함께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래 이 자리에는 이영옥 씨와 함께 고 유예은 양의 어머니 박은희 씨가 참석하려 했다. 그러나 이날 박 씨와 다른 유가족들은 세종시에 있었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에 대한 의견 수렴 마지막 날이어서, 유가족들이 해양수산부에 의견을 전달하러 간 것이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경찰의 방해로 해수부에 들어갈 수 없었다. 경찰과의 실랑이 중에 유가족들은 사지가 잡혀 끌려 나와야 했고 몇몇은 연행됐다. 이런 이유로 박 씨는 집담회에 참석할 수 없었다.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가오자 하루하루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세종시의 일로 참담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참석자들은 둥그렇게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 고 박수현 군의 어머니 이영옥 씨는 이날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겪었던 일을 얘기한 후, 선생님들에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들로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유가족 이영옥 씨가 입을 뗐다. 그는 작년 4월 16일 상황을 설명했다. 참사 첫날부터 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한 건 언론이었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팽목항으로 달려가던 버스에서부터 언론은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내놓았다. 이후 희생자와 실종자의 숫자도 오락가락했다.

"방송에서 보이는 것이 다 사실인 줄 알고 살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언론을 조작하더라고요. 그날 우리가 보는 거랑 언론에 나오는 모습이 너무 달랐어요.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구나' 생각했죠."

둘째로 이영옥 씨가 얘기한 건 대한민국의 구조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점이었다.

"(침몰) 4일째 되는 날 팽목항으로 넘어갔는데, 거기로 장비가 들어오지 못하는 거예요. 도로가 좁아서 사람을 구조하기 위한 장비가 들어오지 못하는데도, 그 입구를 정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 많은 소방관이나 경찰관이 배치되었음에도 아무도 정리를 안 해요. 온 가족들이 죽기 살기로 매달려서 싸운 지 2시간 만에 정리가 됐어요.

거기서 겪은 일들은… 대체 이게 국가가 맞는지… 그래도 설마 구해 주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저는 진짜 국가가 구해 줄 줄 알았어요. 바보처럼 믿고 가만히 있는데 안 구해 주더라고요. 분노를 넘어서 치가 떨리더라고요. 그동안 국가에 대해 인식했던 것들이 모두 팽목항에서 무너져서 돌아왔죠."

이영옥 씨는 무능한 국가와 무능한 자신에게 분노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세상을 완전히 다시 보게 됐다.

"또 한 가지 느낀 점은, 이 사회에 진정한 어른들이 많지 않다는 거였어요. 저도 우리 수현이, 내 가정만 챙겼던 거죠. 제가 나이만 먹은 어른이지 진정한 어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아이를 잃고 나서야 사회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됐어요. 아이들은 갔지만 그래도 저희한테 남겨진 것들이 많아요. 아이들의 죽음이 참사로만 남겨지는 게 아니고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면, 부모로서 좀 덜 억울하고 아이들의 죽음이 덜 안타깝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하게 되기까지 정말 힘들었어요. 그 전에는 수현이만 생각하고, 그 다음에는 단원고 아이들이 다 제 자식 같이 느껴졌어요. 그 다음에 이렇게 활동하면서 알게 된 게, '내가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진짜 시민으로서 행동한 적은 없었구나', '잘못된 일에 대해서 침묵하고 비겁하게 산 대가가 정말 혹독하게 왔구나' 이런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젊은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도 해요. 이런 사회를 물려주면서, 그들에게 싸워 달라고 하는 자체가 어른으로서 철면피 같고요. 그래서 대학 간담회에 가면 얘기해요. 나처럼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말라고."

그는 앉아 있는 선생님들에게 3가지를 당부했다.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고 행동할 수 있게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먼저, 정치가 나쁜 게 아니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활동이라는 걸 가르쳐 주세요. 저는 정치가 나쁜 건 줄 알고 관심 없이 살았어요. 그런데 이런 일을 겪어 보니까, 모든 걸 법으로 해결해야 하더라고요. 처벌받아야 할 사람들이 많은데 법으로 입법이 안 돼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입법하는 사람이 정치인들이잖아요. 정치적인 발언을 하라는 게 아니고, 아이들에게 정치가 무엇이고 어디서 그런 걸 알 수 있는지 말해 달라는 거예요. 그러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둘째는 최소한의 안전 교육을 해 주시고, 수동적인 사람이 되지 않게 가르쳐 주세요. 저도 그렇게 수동적으로 컸고 아이들을 그렇게 키웠어요. 물이 들어오면 뛰어내려야 한다고 말해 주세요. 외국에서는 그렇게 교육한다고 해요. 구체적인 안전 교육이 필요한 것 같아요. 반복적으로 하면 습관처럼 그런 행동이 나오겠죠.

마지막으로, '알 권리'를 가르쳐 주세요. 저는 언론이 조작되는 걸 본 사람이에요. 언론인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언론이 제대로 기능했다면 국민들이 이렇게 방관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저는 공중파 말고 <뉴스타파> 같은 대안 언론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들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데 그런 거 들으면 안 되는 줄 알았어요. 공중파에서 말하지 못하는 진실을 말하는 곳이 있다는 걸 알려 주면, 아이들이 진실을 알 기회가 많아지지 않을까요."

▲ 각자의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를 위해 일하는 아름다운배움 고원형 대표(왼쪽), 리멤버0416 강영희 선생님(중간), 회복적생활교육연구회 대표 박숙영 선생님(오른쪽)이 패널로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강영희 선생님은 교사들이 겸손하게 대한민국의 교육이 침몰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타고 있는 이 대한민국 '교육호'가 세월호예요. 교육이 침몰하고 있잖아요. 이걸 교사로서 우리가 겸손하게 인정하고 들어가야 해요. 우리는 학교라는 곳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학여행을 보낸 것도 그런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 믿음은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이었어요. 교사들의 고민이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요청으로 '애도 수업' 지도안을 만들기도 했던 박숙영 선생님은 아이들을 수동적으로 교육했던 것을 성찰했다. 그는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나는 뭐라고 얘기했을까. 빨리 나가라고 했을까? 저 역시 가만있으라고 말했을 것 같아요. 그것을 직면하는 순간 오싹했어요. 그리고 제가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 고민해 봤죠. 선장은 전문가이고 전문가의 말을 따르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거기서 저의 수동적인 모습을 봤어요. 교장·교감 선생님의 말이라고 그것을 평가하지 않고 따랐고, 아이들도 그렇게 수동화시킨 거죠"라고 고백했다. 그는 입시 위주, 문제·정답 형식의 교육을 벗어나, 답을 주지 않는, 질문하는 교육을 조금씩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배움 고원형 대표는 지난해 5월부터 단원고 생존자 학생들과 희생자들의 형제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아이들을 도우려 했던 교육청과 교사, 정신과 박사들의 무능함을 느꼈다. 아이들을 피해자로만 생각하고 자신들의 생각으로 통제하려 했기 때문이다. 생존자 아이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너 단원고 학생이냐"와 "요즘 어떻게 사느냐"라는 질문이라고 했다. 고 대표는 교사라는 자격증만 있지 수업 밖에서 아이들과 관계 맺을 줄 모르는 선생님들을 비판하면서, 자신이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버리라고 교사들에게 얘기했다.

참석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도 있었다. 한 교사는 "참사를 통해서 수업 경영, 교육 스킬 같은 것만 좇았던 게 아닌가 돌아보았습니다. 제가 통솔하는 게 편하니까요. 쉽지 않겠지만 아이들에게 수업의 주도권을 돌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노란 리본 배지를 한 뭉치 꺼내며, "아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 같아요. 내일 가서 마음이 동하는 학생들에게 주려고요. 상징물이 있으면 기억하기 좋더라고요. 또 앞으로 아이들이 '왜'라고 물어볼 수 있게 가르쳐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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