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서울 은평갑)이 8월 9일 '평등에 관한 법률(평등법)'을 발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차별하지 말자'는 당연한 주장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번번이 음소거 되어 왔다.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차별 없고 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21대 국회에서 평등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평등법(차별금지법)은 20대 국회 회기 내 한 차례도 발의되지 않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세 차례나 발의됐다. 평등법 제정을 염원하는 그리스도인들 역시 이 같은 흐름을 환영했다. 8월 9일 온라인으로 열린 '세상을 바꾸는 여름' 7주 차 포럼에서 장예정 활동가(천주교인권위원회)는 "여당 5선 의원에 이어 법사위 간사 의원이 (평등법을) 발의했다. 평등법이 올해는 반드시 제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차별 금지 사유를 한 가지씩 정해 자세히 살펴본 이전 포럼들과 다르게, 7주 차 포럼은 평등법과 교회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한국교회는 평등법이 제정되면 당장에 교회와 목회자들이 성소수자들이 제기한 각종 소송에 휘말리고, 가정이 파괴되는 등 사회 근간이 무너질 것처럼 허위·왜곡·거짓 정보로 여론을 선동하는 데 앞장서 왔다.

'세상을 여는 여름' 7주차 강의가 8월 9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그동안 평등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 온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박한희 변호사(희망을만드는법)와 김희룡 목사(성문밖교회), 이수연 목사(새맘교회), 조진선 수녀(성가소비녀회), 이병주 변호사(기독법률가회)가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세상을 여는 여름' 7주 차 포럼이 8월 9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그동안 평등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 온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박한희 변호사(희망을만드는법)와 김희룡 목사(성문밖교회), 이수연 목사(새맘교회), 조진선 수녀(성가소비녀회), 이병주 변호사(기독법률가회)가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이 같은 선동은 평등법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을 교묘하게 왜곡한 결과다. 포럼 발제자로 나선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법학부)는 "종교는 평등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종교의 이름으로 재화·용역을 공급할 때는 평등법 적용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기독교 재단처럼 종교 단체가 운영하는 종립대학, 사회복지시설, 의료 기관 등이 해당된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공적 영역에서 특정 집단의 사람을 차별 대우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평등법이 종교를 직접 규율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종교가 평등법과 관계없이 특정 집단을 마음껏 혐오·차별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박한희 변호사(희망을만드는법)는 "종교 단체도 결국 사회의 일부를 구성하는 결사 단체다. 사회 법정에서는 성소수자를 혐오·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데 교회가 교리를 근거로 사회 법과 완전히 동떨어진 규정을 만들고 강제할 수 있을까. (종립대학의 성소수자·지지자 입학 금지 규정 등) 차별 규정이 교회 내부의 정치적 입장이나 혐오·차별의 논리 속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희 변호사는 교회가 평등법 적용 영역이 아니라고 해서 무시하고 간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교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성소수자와 함께했다는 이유로 징계·차별하고 낙인을 찍는 것은 교회와 사회가 점차 괴리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럴 때 피해를 보는 건 종교 단체다. 종교를 믿는 사람 또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이기 때문이다. 종교와 사회 사이에 괴리가 있을 때 신앙 자체를 의심할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종교 기관·단체들이 잘못된 부분을 스스로 점검하며 반성·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목회자들은 평등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당장에 교회가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희룡 목사(성문밖교회)는 평등법이 제정된다 하더라도 반동성애 활동이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김 목사는 "교단의 법을 세우고 집행하는 위치에 있는 목사·장로들의 인식은 일반 사회의 평등법에 대한 인식에 한참 못 미친다. 따라서 평등법이 제정된다 하더라도 교회 내 반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교회와 목사들은 시련을 겪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수연 목사(새맘교회)는 반동성애 진영에서 제시하는 각종 해외 사례처럼, 교회가 무분별한 소송에 휘말리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 해외의 경우는 다르고, 해외 사례에서 근거로 제시하는 내용에도 일부 진실을 확대·왜곡한 거짓으로 점철돼 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평등법 제정을 반대하는 주요 교단의 성명서를 살펴보니, 한국교회가 참 거침없고도 무례한 집단이고, 혐오와 배제의 언어로 세력을 지탱해 왔다는 걸 알게 됐다"며 "평등법이 제정된다면 지금의 무례한 한국교회는 버텨 내지 못할 테니 단단히 각오하라고 말하고 싶은데,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평등법이 한국교회가 새로워질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수연 목사는 "이미 많은 교인이 한국교회를 탈출하고 있는데, 혐오·배제의 옷을 벗고 포용·환대의 옷으로 갈아입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이가 교회를 떠나게 될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평등법 제정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자신들이 사용하는 혐오의 언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이들은 평등법을 외면하면 결국 교회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토론에 참여한 이들은 평등법을 외면하면 결국 교회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사회적 약자와 연대해 온 조진선 수녀(성가소비녀회)는 교회가 평등법 제정 이후 이전과 다른 급진적인 모습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조 수녀는 가톨릭교회 역시 성소수자 이슈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처를 줘 왔다고 했다. 따라서 평등법 이후 교회는 △치유와 화해를 이루는 공동체 △혼인 및 가족 구성에 대한 존중과 변화를 모색하는 공동체 △창조 영성을 되살려 다름과 함께 살아가는 공존 능력을 키우는 공동체 △모든 사람의 구원관을 되살려내는 공동체 △서로서로 돌보며 다리를 놓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평등법 제정 국면에서 보여 준 일방적 모습이 개신교를 더욱 위험에 빠뜨린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병주 변호사(기독법률가회)는 한국 개신교가 반동성애 운동에만 치중하면서 사회정의를 왜곡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사회 전체가 갖고 있는 정의의 문제는 범위가 넓다. 하지만 경건주의적 기독교는 빈부·기본권·평등·복지 등 객관적인 문제보다,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동성애 이슈에만 집착한다.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연약함을 고백하고, 심판자의 자리에 앉지 말라는 것이 개신교의 기본 가르침이다. 동성애 반대 운동에 앞장서는 이들은 이와 반대로 자신의 정의로움을 주장하고, 다른 사람을 정죄하며 개신교의 본질적 고백을 약화시킨다. 동성애 자체의 문제보다 개신교가 이 문제에만 함몰되는 것이 더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평등법 제정을 염원하는 그리스도교 단체들이 주관하는 '세상을 여는 여름'은 이제 마지막 강의를 남겨 놓고 있다. 8월 16일 열리는 강의는 '세계 교회와 차별금지법'을 주제로 열린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승민 국장이 발표하고 에큐메니컬 파트너 교단의 대표들이 토론자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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