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교회는 '장애인 사역'에 열심이다. 국내 장애인 복지시설 운영 주체 중 상당수가 교회이거나 개신교인들이 세운 법인이다. 특히 물적·인적 자원이 풍부한 대형 교회에는 장애인을 전담하는 자원봉사자도 많다.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장애인에게 사랑을 실천해 왔지만,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만 취급한다는 비판도 받아 왔다. 더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교회가 장애인 차별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그저 '봉사'에만 그친다는 것이다.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을 염원하는 그리스도교 단체들이 주최하는 연속 포럼 '세상을 바꾸는 여름' 4주 차 강의 주제는 '장애와 몸'이었다. 7월 19일 온라인으로 열린 강의에는 장애 인권 운동을 하는 다양한 현장의 활동가들이 참석해, 평소 우리가 잘 느끼지 못했던 장애인 차별·혐오의 문제를 짚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이어 갔다.

장애, 능력 없는 몸이 문제인가
차별하는 사회가 문제인가

발제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이 받는 차별은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했다. <장애학의 도전>(오월의봄)·<장애학 함께 읽기>(그린비)의 저자 김도현 연구 활동가(노들장애학궁리연구소)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게 아니라 차별을 받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장애인으로 된다. 기존의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 장애인도 동등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사회 환경과 구조를 바꾸면 장애는 더 이상 장애가 아니게 된다"고 말했다.

전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을 맡고 있는 이문희 목사도 한국 사회가 그동안 몸의 기능과 상태, 즉 '무엇을 할 수 없음'을 중심으로 장애를 정의해 왔다고 했다. 그는 "손상이 있는 사람을 장애인으로 만드는 것은 장애인 자신이 아닌 사회이며, 장애가 문제라면 이는 장애인의 탓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질 부분"이라고 말했다.

평등법 제정을 염원하는 그리스도교 단체들이 주최한 '세상을 바꾸는 여름' 네 번째 시간이 7월 19일 유튜브를 통해 중계됐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평등법 제정을 염원하는 그리스도교 단체들이 주최한 '세상을 바꾸는 여름' 네 번째 시간이 7월 19일 유튜브를 통해 중계됐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이 목사는 장애를 향한 부정적 편견이 학대를 낳고 일상화된 장애인 차별로 이어진다고 했다. 특히 장애인 학대 문제에서는 개신교 단체들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 이 목사는 "목사·장로들 중에도 장애인 학대 가해자로 지목되는 사람의 비율이 적지 않다"면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이런 학대는 하나님을 도구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신앙인으로서 회의가 드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차별을 차별로 인식하지 못하는 교회
이중으로 차별받는 '장애 여성'

한국교회는 봉사 자체에는 힘을 쏟지만, 장애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 무엇이 장애인 차별이고, 이러한 행동이 어떻게 차별을 공고화하는지에 대한 성찰도 찾아보기 힘들다.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가 자퇴한 유진우 활동가(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한국교회 안에 여전히 장애인·비장애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위계'가 존재한다고 했다. 장애인을 시혜나 동정 혹은 섬김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그 장애인이 어떤 경계선을 넘으면 벽을 치고 차별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교회는 장애인이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입학한다는 상상을 하지 못한 것 같다. 비장애인 중심적 편견이 차별을 차별로 인식하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했다.

교회가 장애인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일단 교회 내에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유진우 활동가는 "사회는 장애인의 탈시설화를 주장하는데, 교회는 역으로 장애인은 장애인끼리 모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명백한 차별이다. 장애 당사자를 시혜나 동정의 시선이 아닌 동등한 생명체로 인식해야 하며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여성공감 이진희 대표는 시설을 나와 독립적으로 생활하며 비장애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장애 여성'들을 통해, 다양한 정체성에 따른 차별이 어떻게 교차·중첩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장애'를 이유로 일차적인 차별을 당하는데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 장애인이 겪지 않는 또 다른 차별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각종 정체성에 따른 차별이 교차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모든 차별을 아우를 수 있는 평등법(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이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몸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차별받는 게 아니라, 몸을 불완전하게 만드는 사회구조 때문에 차별받는다'는 시각의 전환이 있어야 장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참석자들은 '몸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차별받는 게 아니라, 몸을 불완전하게 만드는 사회구조 때문에 차별받는다'는 시각의 전환이 있어야 장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토론 시간에는 부정적인 현실을 넘어 교회가 장애인을 진정으로 환대하려면 어떤 점을 유념해야 하는지 논의했다.

김도현 활동가는 "교회는 장애인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배제하면서도, 공동체가 그들에게 사랑과 배려를 베풀고 있다고 생각하는 정서가 있다. 모든 문제를 그 틀 안에서 본다면, 좋은 의도였다 하더라도 차별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제거할 동력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차별을 차별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환대하는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가 지난 행동을 성찰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문희 목사는 한국교회가 개교회주의적이기 때문에 당장 모든 교회가 동등하게 장애인을 환대하는 교회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또한 교인들의 인식 역시 한국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인 '불쌍한 사람', '도와줘야 하는 사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목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짓지 않고 '너'와 '나'의 관계에 중심을 두고 살아가는 사회가 되면, 장애 인식 문제도 개선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대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라는 관점도 있었다. 유진우 활동가는 장애인 차별을 지적했을 때 "이게 왜 차별이냐"라고 반문하는 모습에서 한국 사회·교회의 미약한 장애 인식 수준을 느꼈다고 했다. 유 활동가는 "교회는 사회보다 (장애 인권 감수성이) 더 뒤쳐진다. 총회, 노회, 신학교 관계자, 목회자 후보생 모두가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받는 것부터 시작해 하나씩 고쳐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희 대표는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관계는 평등하지 않으므로 적당히 환대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일방적으로 호의를 베푸는 관계가 지속되면 동료·친구처럼 동등한 존재로 살아가기 힘들다. 서로 평등하기 위한 거리 두기가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회가 이미 여러 방식으로 장애인들과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교회의 장애 인식 개선 노력은 사회적 변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참가자들은 개신교인들 사이에 장애 인권 관련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차별과혐오없는평등세상을바라는그리스도인들이 주최하는 '세상을 바꾸는 여름' 5주 차 강의는 '이주민과 난민: 우리는 모두 이주민이다'를 주제로 열린다. 7월 26일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우삼열 목사(아산이주노동자센터), 정혜실 공동대표(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주제 강연을 하고, 존스 갈랑 씨(오산이주민센터), 이현서 변호사(화우공익재단)가 토론자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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