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품고 산다는 것 - 아슬아슬한 희망을 품고 고단한 시간을 건너는 길벗들에게> / 김기석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230쪽 / 1만 2000원
<그리움을 품고 산다는 것 - 아슬아슬한 희망을 품고 고단한 시간을 건너는 길벗들에게> / 김기석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230쪽 / 1만 2000원

[뉴스앤조이-김은석 사역기획국장]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예배가 본격화한 이래 김기석 목사(청파교회)는 교인들에게 '목회 서신'이란 이름으로 매주 편지를 띄우고 있다. 비대면의 한계를 뚫고 교인들과 접속하려던 순박한 의도는, 감염병 확산 국면마다 교회가 지탄과 분노의 대상이 돼 가면서 "부러진 다리에 부목을 대는 심정"으로 바뀐다. 처음 펜을 든 2020년 3월 20일 편지부터 12월 31일 마지막 편지까지 29통 편지의 1차 수신자는 청파교회 교인들이다. 하지만 그의 메시지는 팬데믹 시대 낯설고 고단한 신앙의 길을 걷는 순례자들에게까지 가닿는다. 특유의 담담하지만 온기 있는 어조로 우리가 결코 혼자가 아니라 연결된 존재임을 상기시키며, 서로 기댈 언덕과 희망의 불빛이 되자고 다독인다. 지금 이 시대야말로 교회가 "세상의 아픔을 보듬어 안고, 치유하고, 온전하게 하고, 누군가의 설 땅이 되어 주는" 그리스도의 몸이 돼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 오롯이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고요함과 절제된 몸짓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회복해야 할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요? 교회의 교회 됨은 하나님 앞에 오롯이 바로 서려는 이들의 숨겨진 태도가 기초인 것 같습니다. 그런 기초가 흔들리면 그 위에 세우는 것들은 다 부실하게 마련입니다. 바울 사도는 교회를 가리켜 '그리스도의 몸'이라 했습니다. 그보다 더 나은 은유는 없을 것입니다. 교회의 존재 이유는 그리스도의 몸이 되는 데 있습니다. 세상의 아픔을 보듬어 안고, 치유하고, 온전하게 하고, 누군가의 설 땅이 되어 주는 것이야말로 교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 너무 급하게 서둘 것은 없지만 지향은 분명해야 합니다."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 41쪽)

"누구에게나 슬픔의 지층이 있습니다. 그것은 숨기고 싶은 상처일 수도 있고, 잊고 싶은 아픔일 수도 있지만, 그 슬픔의 지층이야말로 우리를 하나로 이어 주고 그리스도의 신비로 이끌어 주는 통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슬픔과 아픔, 좌절과 고통이 없다면 우리가 어찌 다른 이들의 슬픔과 아픔을 알 수 있겠습니까?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은 이들에게 슬픔은 '복된 슬픔'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삶에 느닷없이 닥쳐온 불행과 고통에 속절없이 무너지기보다는 그것을 '공감의 연민'의 재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비록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서로가 기댈 언덕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깊은 산중에서 길을 잃었을 때 저 멀리 보이는 불빛 하나가 희망이 되는 것처럼, 우리가 서로에게 그런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기 누군가가 나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때 우리는 절망의 심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하늘 숨 들이마시고', 68쪽)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