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베리의 ＜교회, 나에게 필요한가?＞(아바서원)는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코로나19 사태로 특별히 한국에서는 교회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고, 꾸준히 교회를 출석하는 이들에게 오랜 비대면 예배와 기능이 약화된 공예배가 준 영향은 '교회가 정말 나에게 필요한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만한 상황을 가져왔다.

영국의 차세대 기독교 지도자 샘 올베리는 성공회 목사로 '복음연합'(The Gospel Coalition)에서 편집인으로 섬길 만큼 뛰어난 저자이기도 하다. 아바서원은 2019년 올베리의 책 ＜하나님은 동성애를 반대하실까?＞를 시작으로 앞으로 ＜Why Does God Care Who I Sleep With?＞를 역간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올베리가 쓴 ＜7 Myths about Singleness＞을 통해 많은 유익을 얻었는데, 이 책도 국내 소개되기를 희망한다.

올베리는 이 책을 그가 협력 목회로 섬기고 있는 '세인트메리교회 교인들'에게 헌정했다. 그는 "매주 교회에 의무적으로 출석했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확신한 적이 없는 사람", "교회에 빠져서 열심히 섬기고 있지만 그만한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있는지 의구심을 품은 사람", "교회에 헌신했다 한동안 식어 가는 사람",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초신자라서 교회 생활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 등 다양한 독자를 감안하고 "이 책이 당신에게 현실적이고 유용한 책이 되길" 그리고 "교회에 신경 쓸 만하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흥분하는 지경까지 이르기를 바란다"고 서두에 밝혔다(12쪽).

저자는 먼저 '교회란 무엇인가'와 '교회는 누구의 것인가'를 다루는데, 여기서 독자는 교회가 단지 종교인이 자신의 유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이는 집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 안에 있고, 약속과 인도를 담은 그분의 말씀을 받고, 그분의 백성으로 구성되는 것"이라는 사실, 교회의 집회는 바로 그 사실을 재연하는 것임을 배울 수 있다(18~19쪽). 교회는 건물이나 교단이 아니라 이 땅에 세워진 하나님나라의 대사관이며 그리스도의 피로 맺어진 가족이자 그리스도를 영원한 신랑으로 삼는 신부이다. 세상은 교회의 영적 정체성을 듣고도 "하지만 너희가 끼친 해를 보라"고 비판할 수 있다. 올베리는 "교회는 유익보다 해를 더 끼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을 제공한다.

'교회, 나에게 필요한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이 책은 교회가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답변과 더불어 교회도 그 지체인 우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그리스도를 가까이하고 섬기려면 하나님의 백성을 가까이하고 섬겨야 한다. 교회에 소속돼 함께하지 않는 것은 교회를 통해 영광을 나타내시는 하나님의 많은 은혜의 사역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또한 '서로', '피차', '함께' 주 안에서 이루어야 할 것들에서 유익을 조금도 누리지 못한다는 말이다. 나아가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고전 12장)를 통해 성도를 세워 주는 일을 하지 않는 셈이니, 나머지 교회의 지체들도 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처럼 올베리는 "당신의 교회는 당신에게 꼭 필요하고, 당신도 당신의 교회에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48쪽).

타칭 가나안 성도들이 교회의 필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교회가 무엇인지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하지만 '좋은 교회'가 없다고 말한다. 올베리는 좋은 교회의 기준으로 △배움: 성경적인 가르침 △파트너십: 성도가 서로에게 헌신하는 교제와 섬김 △예배: 하나님이 누구신지 행하신 일이 무엇인지 예배로 함께 나누는 것 △성장: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성숙하여 자라는 것 등을 꼽았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교회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답변으로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하는데, "너무 미루지 말라"는 말과 함께 "교회 쇼핑을 즐기는 사람이 되지 말라"고 권면한다.

올베리는 교회의 정치 구조와 운영에 관해 설명하면서 감독교회, 장로교회, 독립 장로교회, 회중교회의 차이점을 요약하고, 어떤 형태의 교회이든지 목사는 성도를 가르치고 돌보고 보호하면서(필요한 경우 징계하면서까지) 희생적인 삶을 통해 하나님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교단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목사와 장로는 꼭 남성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도 제공한다. 올베리가 말하는 역할을 하지 않는 목사들도 많고(가령 자연인으로 홀로 산에서 생활하는 목사)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여성 목회에 대한 이견도 생기는 이 시점에 모든 독자에게 유익을 줄 수 있는 꼭 필요한 가르침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교회 생활의 걸림돌을 극복하는 방법과 좋은 교인이 되는 방법을 제시한다. 교회가 지루하거나 교회에서 상처를 받았을 때, 교회 사역으로 탈진했을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지혜롭게 답해 주고, 좋은 교인으로서 모임에 빠짐 없이 참석해 여러 사역에 참여하며 기도·섬김·헌금·순종·헌신 등으로 하나님이 누구시고 하나님이 자신의 것으로 삼은 교회 지체가 얼마나 많은 축복과 은혜를 누리고 있는지 보이라고 격려한다.

교회는 아직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과정 중에 있는, 거룩하게 변화되고 있는 죄인들의 모임이다. 올베리는 마지막으로 '교회에 미래가 있는지' 묻는다. 교회는 현재진행형이자 미래지향적이다. "내 교회를 세우리라"고 선언하시고 교회와 항상 함께하시면서 흠 없고 티 없는 영광스러운 신부로 자기 앞에 세울 때까지 신실한 사랑과 은혜로 인도하실 그리스도가 다시 오실 날까지 말이다. ＜교회, 나에게 필요한가?＞의 저작 의도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가 그리스도께서 피로 사신 교회 지체라면 세상과 함께 교회를 미워하거나 깎아내리거나 욕하기보다 자신이 속한 지역 교회 안에서 교회를 통해 만나 주시고 필요한 은혜를 풍족하게 내려 주시는 그리스도 예수를 "흥분하는 지경까지" 예배하고 찬양하고 섬기며 즐거워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러면 점차 세상도 참 교회와 거짓 교회를 구분하고 참 교회를 통해 역사하시는 그리스도 앞으로 나아오지 않겠는가.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조정의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