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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겪으며 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이 자명하다. 이제는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보다 과연 교회가 존립할 수 있을지, 어떻게 존립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한국교회 초기에는 여러 기적과 신비한 능력을 나타내며 사람들에게 치유와 희망을 줬는데 이제는 불쾌감과 절망감만 주고 있다.

<정치적 제자도>(새물결플러스) 저자 빈센트 바코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독교가 공적 삶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신학이 일상적이고 공적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보수적인 교단에서 자라 개인 구원과 내면적 복음에만 갇혀 있었지만, 아브라함 카이퍼의 일반 은총과 성경 연구를 접하고 사상의 지평을 넓힌 간증으로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

<정치적 제자도 - 공적 삶을 위한 신학 원리> / 빈센트 바코트 지음 / 성석환 옮김 / 새물결플러스 펴냄 / 152쪽 / 8000원
<정치적 제자도 - 공적 삶을 위한 신학 원리> / 빈센트 바코트 지음 / 성석환 옮김 / 새물결플러스 펴냄 / 152쪽 / 8000원
교회다움

현재 기독교가 갖춰야 할 중요한 면모는 '교회다움'이라고 생각한다. 교회다움은 여러 방면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 근거한 교회다움은 '교회 밖에서의 거룩'이다. 교회는 그동안 칭의를 강조해 왔고, 이 주제가 새관점 학파와 논쟁하며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이라는 도식으로 풀어지면서 성화도 중요한 주제가 됐다.

이 두 주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분리할 수 없다. 바른 칭의는 바른 성화의 삶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독교의 성화는 내적 혁신과 마음의 변화를 강조하는 좁은 의미의 거룩함으로 제한돼 왔다. 물론 하나님의 성화는 인간 내면을 거듭나게 하는 혁명적인 사건이지만, 성경은 마음의 변화만을 언급하지 않는다. 성화는 죄를 해결하고 잔존하는 죄와 싸우는 일이지만 이는 단지 자기와의 싸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교회가 복음의 범위와 능력을 주관적으로만 해석하면 풍성한 의미를 놓치게 된다. 또한 교회가 성장이라는 자기 중심성만 추구하면 협력·연대해야 할 상대를 적으로 여기게 된다. 실제 코로나19 상황에서 교회는 극단적이고 이기적이었으며 사회악처럼 보이기도 했다. 교회는 생명과 사회질서와 타인에 대한 존중을 상실한 공동체, 타인을 이기기 위한 집단처럼 보였다.

예수님이 바라는 교회, 예수님이 주인이신 교회는 그런 집단이 아닐 것이다. 진화론·동성애·이슬람 같은 주제에서 자신과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죄와 차별을 일삼고 사탄으로 몰아가는 교회를 주님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성경에 따라 각자 입장을 정리하되, 서로 존중·협력해 더 좋은 길을 찾아가는 것이 복음의 정신이고 예수님 마음이다. 교회는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은혜와 복음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혐오하는 공동체가 돼 가고 있다.

공공신학

공공신학은 최근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앞으로 더 연구돼 교회 안에 깊이 자리 잡아야 할 영역이다. 교회는 구원의 은혜가 내면을 넘어 삶으로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지 가르쳐야 한다. 성 밖에 가난한 자들이 있는데도 자기만의 성 안에 갇혀서 자기 배만 채우고 행복을 누린다면 교회는 존재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집단은 사회에 무익할 뿐이다.

교회는 기본적으로 구원을 위한 곳이고 복음의 능력으로 영혼에게 영생을 주는 곳이다. 그러나 이 능력은 인간 내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 소금과 빛으로 살게 만든다. 하나님이 지역 교회를 세우신 것은 지역을 구원하고 섬기라는 명령이다. 교회는 자기가 속한 지역을 더 깨끗하고 안전한 곳, 궁극적으로는 정의로운 마을로 만들어야 한다.

이전에는 지역 교회가 어떻게 사람들을 끌어모을지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지역을 어떻게 평등하고 정의롭고 살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지에 목적을 둬야 한다. 공공신학은 하나님의 목적이 담긴 공공의 아젠다를 기획·실천하는 신학이다. 교회는 공공신학을 통해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한 집단이 아니라 서로의 배를 채워 주는 집단이 돼야 한다.

결론

전통적인 신학은 '교회다움'을 십자가·구원·세례·성찬 등으로 말하며, 죄에서 우리를 구원하는 능력으로 설명해 왔다. 이제 교회와 신학은 사람들 신음에 귀 기울이며 시대의 문제와 아픔에 참여하고 그들과 함께 걸어야 한다. 사회문제를 교회 문제로, 사람들 고통을 교회의 고통으로 품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교회가 거대한 기업처럼 돼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보다 세상을 섬기는 밀알이 되길 원하실 것이다.

신자는 내면의 거룩함뿐 아니라 삶의 거룩함도 이뤄야 한다. 교회는 세상을 향해 따뜻한 빛을 비춰야 한다. 신자는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분야에서 하나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신자의 믿음은 교회에 출석하는 것으로 증명되는지 않는다. 세상에서 모두의 평안과 행복을 이루는 일로 증명된다.

이 책에 나오는 저자의 간증과 주장은 공공신학의 넓고 중요한 문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우리 신앙의 목적과 관심을 환기해 더 나은 신자가 되는 길로 인도한다. 인간은 본성상 이기적이다. 인간이 하는 신학과 인간이 섬기는 교회도 충분히 이기적일 수 있다. 그렇기에 공공신학이 필요하다. 그것을 이 시대가, 그리고 성경이 우리에게 요청하고 있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방영민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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