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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문 선교사의 책은 언제나 나를 행복하게 한다. 성서 세계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아랍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선교사로 지내온 그는 성서의 땅을 소개하는 데 가장 알맞은 사람이다. 이슬람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펴낸 책들도 좋지만, 특별히 나를 행복하게 하는 책은 성경 읽기와 관련한 저서다.

2014년 출간한 <오감으로 성경 읽기>(포이에마)를 읽으면서 김동문 선교사의 '맛'을 알게 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전까지 전혀 깨닫지 못했던 '오감'을 통한 성경의 세계는 나에게 색다른 체험을 안겨 줬다. 나의 성경 읽기가 <오감으로 성경 읽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만큼 특이하고 특별했다.

한 달 전, 김동문 선교사로부터 우연히 연락이 와서 책 한 권을 선물해 준다는 '복음'을 듣게 됐다. 나는 자연스럽게 <요르단 - 예수님의 세례터를 찾아서>(홍성사)를 택했다. 2009년 홍성사에 출간한 이 책은 이스라엘 본토가 아닌 요단 동편 땅 '요르단'을 다루고 있다.

<요르단 - 예수님의 세례터를 찾아서> / 김동문 지음 / 홍성사 펴냄 / 376쪽 / 2만 5000원
<요르단 - 예수님의 세례터를 찾아서> / 김동문 지음 / 홍성사 펴냄 / 376쪽 / 2만 5000원

그런데, '요르단에 성지가 있다고?' 당연히 있다. 그것도 많이. 우리가 아는 성지는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요단 서편이다. 좀 더 확대한다면 요단강과 사해, 네겝 광야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요단 동편이라니. 아마도 성서 지리에 익숙하지 않는 독자들은 요단 동편에 있는 요르단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요르단 지역은 성경에 빈번하게 등장할 뿐 아니라 성서의 사건들과 깊은 연관이 있다. 모세가 가나안을 보기 위해 올랐던 느보산도 요르단에 속한다. 아모리 왕국도 요단 동편에 속하며, 약복강·숙곳·브니엘도 마찬가지다. 여호수아가 가나안을 정복하기 전, 르우벤 지파, 갓 지파, 므낫세 지파의 절반은 요단 동편에 자리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명 길르앗도 요르단에 속한다.

갈릴리 동편은 므낫세 지파가 할당받은 지역이며, 바산으로 불린다. 바산 지역은 이스라엘 정복기에 바산왕 옥이 지배했는데, 옥은 가나안 지역에서 독하고 악한 왕으로 유명했다. 신명기 32장 14절에 "바산에서 난 숫양과 염소"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을 보면, 가축들이 자라기에 적합한 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요단 동편과 바산 지역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깊은 연관을 보인다.

거두절미하고, 이 책은 사진과 함께 요르단 지역을 다양하게 해설한다. 이 책만큼 재밌게 성서지리를 다룬 책이 있던가. 1990년대 이후 한국교회는 성서의 땅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지 '성지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팔레스타인 주변을 많이 다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여행은 사라지고 시들해져 버렸다. 물론 '성지 여행'은 용어부터 많은 오류가 있지만, 성경을 더 알기 위한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분명히 긍정적이다. 비록 수천 년이 흐르기는 했지만, 문자로만 보는 성경의 세계와 실제 세계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을 통해 요르단 주변을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은 절판 위기에 놓여 있다. 이 책은 2008년에 출간됐다. 벌써 1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이 책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먼저 많은 사진이 있다. 올 컬러판이다. 그런데도 가격은 고작 2만 5000원이다. 가격을 4만 원까지 올려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본다. 사진과 더불어 성경 속 흥미로운 사건들이 소개된다. 성경 속 사건뿐 아니라 현재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소개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현재가 맞닿아 있다. 비록 매우 간략하기는 하지만, 서두에서 요르단 지역의 역사를 살펴 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

이 책은 암몬과 아모리 왕국, 베레아 지방, 사해 지역, 길르앗, 데가볼리, 모압 왕국, 에돔과 나바트 왕국을 다룬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미완의 작품이다. 중요한 유적지의 1/3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집필 작업을 했을 터인데, 어떻게 이렇게 꼼꼼하게 자료를 살피고 현지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저자는 백과사전식 기술을 피하고 환경과 문화, 역사를 아우르는 설명을 한다. 이들은 아직도 성경 시대와 거의 비슷한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른 사람 머리를 쓰다듬거나 뒤통수를 만져서는 안 된다. "돼지 같다"는 표현은 인격 모독으로 인식된다. 아직도 서로 인사할 때 입맞춤을 한다. 물론 우리가 아는 뽀뽀나 키스가 아니다. 서로의 볼을 비비면서 입으로 '쪽' 소리를 내는 것이다. 성경은 많은 곳에서 '입맞춤'(창 33:4, 살전 5:26)을 권장한다.

사진과 함께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엘리야의 고향 디셉을 소개하는 부분은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크게 이상할 것도 없는데, 유난히 "개천에서 용 난다"는 표현이 마음에 와닿는다. 실제로 디셉은 길르앗 지방 후미진 곳이며, 작은 마을이었다고 한다. 길르앗 라못이나 길르앗 야베스와 같은 큰 도시에 비하면 형편없이 작았다. 거기에다 엘리야의 집안은 타지에서 이주해 온 뜨내기였다. 엘리야는 손을 하나라도 보태서 가정을 일으켜야 할 처지였는데, 하나님의 성령이 임하여 선지자의 길을 가게 된다. 그의 가족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저자는 말한다.

"지극히 작고 초라한 집안 출신에다가 그가 부름을 받을 당시의 생활 형편도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작고 보잘것없는 이 지역에까지 찾아오셔서 지극히 작고 천한 자를 들어 쓰셔 최고의 하나님의 선지자로 그를 부르셨다." (265쪽)

과연 엘리야는 구약의 선지자를 대표하는 위대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배경은 너무나 작고 초라했다. 작고 초라한 배경은 베들레헴 구유에 누워 계신 예수님을 연상하게 하지 않는가? 시작은 작고 초라하나, 하나님은 그들을 기꺼이 사용하여 위대한 일을 행하신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다 간다. 호기심에 성경까지 찾는다면 일주일은 족히 걸릴 것이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시간 낭비가 아닐까. 진리의 말씀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기꺼이 낭비해야 될 고귀한 낭비다. 사진과 지역에 얽힌 이야기를 읽다 보면, 성경 안인지 밖인지 비몽사몽하다. 이 책에 대해 한마디만 하고 서평을 마치려 한다.

"톨레 레게(Tolle, Lege)!"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정현욱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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