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란 무엇인가 - 잠언-욥기-전도서의 상호작용> / 송민원 지음 / 감은사 펴냄 / 248쪽 / 1만 6000원
<지혜란 무엇인가 - 잠언-욥기-전도서의 상호작용> / 송민원 지음 / 감은사 펴냄 / 248쪽 / 1만 6000원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규범적 이해'와 '반성적 지혜'를 키워드로, '지혜서'(잠언·욥기·전도서)가 이루는 상호작용을 균형감 있게 톺아보는 책. 감은사 '더 바이블 인사이트'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성경 히브리어, 지혜문학, 오경 등을 연구하고 가르쳐 온 송민원 교수(이스라엘성서연구소)가 썼다. 저자는 잠언·욥기·전도서가 '지혜란 무엇인지' 웅변하면서 서로 공유하고 또 갈라지는 지점을 날카롭게 포착해, 창조적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지혜서 본연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인과응보의 규범적 지혜를 강조하는 '잠언', 규범의 빈틈을 지적하는 반성적 지혜 '욥기', 영원과 찰나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잠언·욥기 모두를 넘어서려는 또 다른 반성적 지혜 '전도서'까지. 지혜서 각 권의 오롯한 목소리를 끄집어내는 저자의 능란한 해설을 따라가다 보면, 성경이 발하는 아름다운 '지혜의 3중 화음'을 들을 수 있다. 성경 본문을 '익히 알던 대로' 혹은 '내 입맛대로' 풀이하던 진부하고도 납작한 해석에서 벗어나 "삶의 실재를 반영하는 지혜"(29쪽)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지혜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같은 규범과 법칙을 담은 지혜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규칙의 예외성은 지역과 시대를 막론하고 어느 삶의 현장에서도 경험되는 것입니다. 수천 년 전에 쓰인 잠언과 욥기와 전도서가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이 지혜가 시대와 문화와 역사를 초월한 인류의 공통된 삶의 실재(reality)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들어가며, 29쪽)

"욥기는 잠언의 인과응보 원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욥 또한 그 원리에 따라 살아온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욥기는 규범적 지혜의 원리가 작동하는 영역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의로운 자의 고난이라는 소재를 통해 극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중략) 하나님이 다스리는 영역 중 인간이 영위하는 공간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알려 줌으로써 잠언의 규범적 지혜의 한계를 폭로합니다. (중략) 인간 세상이 그 원리대로 움직이도록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분은 하나님이지만, 하나님 자체가 그 원리 안에 갇혀 있는 분은 아니라는 것이 욥기의 신론입니다." (2부 7장 '반성적 지혜로서 욥기의 신학적 의의', 179~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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