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최근 JTBC가 인터콥선교회(최바울 대표)에 대한 '단독' 기사를 3개나 내보냈다. 1월 15일 자 '[단독] 인터콥 대표 "DNA 백신 맞으면 노예" 황당 설교', 18일 자 '[단독] "40년 이슬람 선교, 중동 전문가"…인터콥 최바울은 누구?', '[단독] 종말론에 생체칩 음모론…인터콥, 해외 선교 땐 '가명 활동''이라는 기사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기사 내용들은 대부분 '단독'이 아니다.

JTBC 보도를 보고 처음 든 느낌은 허탈감이었다. 기사 내용이 대부분 <뉴스앤조이>뿐만 아니라 여러 교계 언론과 심지어 일반 언론에서도 이미 다룬 사실들이기 때문이다. JTBC 첫 단독 기사는 인터콥이 13일 자신들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을 이틀 후 기사화한 것이다. 인터콥이 최바울 대표가 말한 부분을 잘라서 올린 1분 30초짜리 짧은 영상이다.

이 영상은 애초에 언론들 보도에 대한 해명 성격이었다. <현대종교>는 1월 6일 '인터콥의 상주열방센터 모임, 음모론 맹신의 결과인가?'라는 기사에서, 최바울 대표가 2020년 7월 한 교회에서 했던 강연 내용을 보도했다. 8일 <바른미디어>가 이를 영상으로 편집해 '인터콥 최바울, "백신 맞으면 노예가 됩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뉴스앤조이>는 9일, 최바울 대표의 7월 강연에 덧붙여 8월 강연도 찾아내 함께 보도했다. 같은 날 JTBC '이규연의스포트라이트'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이 방영됐다.

그러자 인터콥은 13일 자신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려 "최바울 대표는 RNA 백신을 맞는 것을 추천하고 DNA 백신을 맞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터콥은 이 내용을 <뉴스앤조이>에 메일로 보냈고, <뉴스앤조이>는 14일 인터콥의 행적을 다룬 '아프간 선교부터 코로나19 백신 음모론까지…공격적·극단적 선교가 낳은 인터콥의 그림자'라는 기사에서 이를 언급했다. 그런데 JTBC는 그다음 날인 15일 이 영상을 보도하면서 '단독'을 붙인 것이다.

JTBC가 18일 보도한 첫 번째 기사도 마찬가지다. BTJ열방센터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올해 1월 많은 언론사가 인터콥과 최바울 대표에 대한 기사를 썼다. <뉴스앤조이>도 14일, 그간 인터콥의 행적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JTBC가 최바울 대표 행적을 보도한 18일 자 기사 중 단독 취재한 내용은 없다. 오히려 다른 언론사들 기사와 비교하면 시기도 늦었고 내용도 부실하다.

18일 자 두 번째 기사는 그래도 새로운 내용이 하나 있다. 전 인터콥 관계자를 직접 인터뷰해, 인터콥 간사들이 월 10~15만 원을 받고 일하며 해외 선교에 갈 때 가명을 쓴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제목과 본문 서두에 들어간 일명 '베리칩' 논란은 교계에서는 이미 닳고 닳은 주제다.

JTBC 뉴스룸 1월 15일 자 인터콥 관련 보도. JTBC 홈페이지 갈무리
JTBC 뉴스룸 1월 15일 자 인터콥 관련 보도. JTBC 홈페이지 갈무리

언론사들의 단독 남발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한때 언론 신뢰도 1위였던 JTBC 뉴스룸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더욱 씁쓸하다. 게다가 JTBC는 2018년 2월 '단독'을 쓰지 않겠다고 공언한 언론사다. 당시 JTBC는 "채널과 매체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과해지고 '단독'이 남발되는 현상을 보여 온 것이 현재의 우리 언론의 모습"이라며 "신뢰도와 영향력 1위의 뉴스라는 것에 대한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사실 JTBC는 전부터 무리한 단독 붙이기로 몇 번이나 구설에 올랐다. 단독을 쓰지 않겠다고 결정하기 한 달 전에도 JTBC는 '뉴스타파'가 취재·보도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단독을 달아 빈축을 샀다. 진짜 단독은 뉴스타파인데 정작 뉴스타파는 기사에 단독을 붙이지 않는다. 뉴스타파 기자가 이를 공개 비판하자 JTBC는 제목에서 '단독' 글자를 뺐다.

단독을 붙이지 않겠다던 결심은 2년 8개월 만에 끝났다. 2020년 10월 JTBC는 '단독'을 다시 부활시켰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JTBC 관계자는 "누가 최초 보도했는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이목이 집중되는 사안에서 새롭고 중요한 취재 내용이거나 사회적 의미가 큰 내용, 탐사 또는 심층 보도물 등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단독] 표기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단독 표기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말 독보적인 취재를 통해 발굴한 보석 같은 기사에 단독을 붙이는 일까지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JTBC 관계자가 밝힌 단독 사용 기준도 합리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번 인터콥 관련 보도들은 스스로 정한 기준에 비춰 보더라도 단독이라고 하기에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단독' 보도는 다른 매체에서 다루지 않은 보도로서 저널리즘적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시장 지향적 저널리즘(market-driven journalism) 환경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용자들을 소위 '낚는' 용도로 '단독' 보도가 활용되고 있다. 단독의 남용은 과연 단독이라고 할 수 있는, 특종이라고 할 수 있는 기사가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연결된다. 저널리즘적 가치 측면에서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단독'의 남용은 뉴스 생산자에게는 불가피한 생존 전략일 수 있지만, 저널리즘 측면에서 기사의 품질 저하를 가져오고 있으며, 확인 과정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오보로 이어질 수 있다." (유수정, '포털에서 유통되는 '단독' 보도의 유형에 대한 탐색적 연구', <한국언론학보> 2018년 62권 3호)

언론들의 과도한 단독 경쟁과 남발이 저널리즘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지적됐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언론사가 단독을 남발한다. JTBC같이 쓰지 않기로 했다가 다시 돌아가는 곳도 있다. 모든 언론이 단독을 쓰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런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1년 반 전에도 '언론의 단독병'이라는 칼럼을 썼고, 지금도 그때 생각은 변함이 없다.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진짜 독보적 기사로 다른 언론사들과 독자들에게 추앙을 받든지, 아니면 최소한 상도는 지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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