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구권효 편집국장] 인터콥선교회(최바울 대표) 대규모 집회 기사를 쓴 최승현 기자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전화를 받았다. 발신인은 인터콥 최바울 대표. 얼른 전화기를 집어 들자, 웬 여성 목소리가 들렸다. 인터콥선교회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은, 메일로 내용증명을 보냈으니 확인해 달라고, 꼭 확인한 뒤 자신에게 회신까지 해 달라고 했다.

인터콥의 내용증명은 최 기자에게 메일로 온 것뿐 아니라 사무실로 등기까지 왔다. 네 문장으로 된 짧은 내용증명 전문은 다음과 같다.

"뉴스앤조이 사이트에 2020년 10월 28일 자로 게시된 '"500여 명 모였다"는 인터콥 주장 거짓으로 드러나…경찰 "현재 617명 명단 확보, 참석자 더 많아"' 보도 내용 중 아래 내용은 명백한 허위 사실입니다. '500명 참석 거짓 진술'이라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며 최바울 선교사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음을 밝힙니다. '4000명 들어가는 장소(강당)에 500명이 들어가는 게 뭐가 문제냐'고 발언한 것이 와전된 것으로 즉시 삭제하지 않으면 법적 조처할 것임을 알립니다. 귀 신문사는 그동안 셀 수 없이 우리 단체 또는 최바울 선교사에 대해 허위 보도를 일삼았음에도 다시 한번 더 상기하며 즉시 기사 철회하기를 촉구합니다."

인터콥의 이런 위협은 처음이 아니라 별로 놀랍지 않았다. 작년에도 인터콥은 우리가 기사를 낸 지 2시간 만에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이후 인터콥 회원 3명이 각각 <뉴스앤조이> 대표와 기자를 고소했으나, 모두 불기소처분됐다. 애초에 기사 내용 중 허위 사실이 없었다.

이번 기사도 마찬가지다. 상주 BTJ열방센터에서 3000명이 모여 집회를 했다는 <연합뉴스> 최초 보도 이후, <뉴스앤조이>는 수차례 최바울 대표에게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는 <국민일보>하고만 인터뷰했다. <국민일보> 기사를 보면 "인터콥은 지난 9~10일 경북 상주 BTJ열방센터에서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의를 듣고 기도하는 행사를 했다"고 나온다. "평소 4000여 명을 수용하던 공간에 500여 명이 모였으니 불법이 아니라고 봤다"는 최바울 대표 인터뷰도 나온다.

<뉴스앤조이>는 윤동춘 경북지방경찰청장이 국정감사에서 인터콥 집회 관련 617명의 명단을 확보했고 실제 참여 인원은 그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상주경찰서에 문의했다. 경찰은 정확한 인원을 말하면 피의 사실 공표가 된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600명보다는 훨씬 많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다시 최바울 대표에게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보냈다. 인터콥이 이야기한 것과 경찰 수사 내용이 다른 것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별 내용도 없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다. <뉴스앤조이> 보도가 잘못됐다고 하려면, 최소한 '참석 인원은 몇 명이니까 너희 기사는 잘못됐다'고 해야 할 것 아닌가. 인터콥이 우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날에도 집회 참석 인원과 관련한 기사가 나왔다. <한국일보>는 당시 집회 참석 예정 인원이 2500명이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인터콥은 2500명은 참석 예정자 명단일 뿐 정확한 참석 인원은 아니라고만 대응했다. 도대체 그날 그곳에는 몇 명이 모였다는 건가?

사실 이 사건은 이렇게까지 할 게 아니다. 인터콥이 먼저 정확하게 몇 명이 모였는지 밝혔다면 벌써 정리됐을 일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나왔다면 참석 인원을 속였다는 오명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그나마 욕을 덜 먹는 선택이다. 어차피 경찰 수사로 참석 인원이 드러나는 일은 시간문제다. 계속 이렇게 숨기다가 수사기관을 통해 드러나면 인터콥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비난을 받을 것이다.

아침 댓바람부터 내용증명을 확인하라는 전화를 받은 최승현 기자는 공교롭게도 그날이 생일이었다. 아침에 전화벨이 울리자 최 기자는 '미역국은 먹었냐'는 어머니 전화인 줄로 알았단다. 현실은 인터콥의 내용증명. 우리 일이 이렇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