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남노회 임원회에 법리부서도 친명성 인사로 구성됐다. 손왕재 노회장(사진 가운데) 회무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서울동남노회 임원회에 이어 법리부서도 친명성 인사로 구성됐다. 손왕재 노회장(사진 가운데)이 10월 27일 정기회 회무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서울동남노회(손왕재 노회장)가 친명성 체제로 전환했다. 임원회에 이어, 영향력이 큰 법리부서도 명성교회를 지지하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서울동남노회 공천위원회(김성곤 위원장)는 11월 10일 명성교회에서 회의를 열고 기소위원 2명과 재판국원 1명을 모두 명성교회 측으로 교체했다. 세습을 반대하는 노회 목사들은 명성교회가 대놓고 노회를 장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동남노회 공천위원회는 이미 확정된 법리부서 인원을 교체했다. 기소위원회는 총 4명인데, 이 중 마정호·박광희 목사를 빼고 김성곤·박동옥 목사를 집어넣었다. 이에 직전 노회장 김수원 목사(태봉교회)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마정호·박광희 목사는 임기가 끝난 것도 아닌데 공천위가 임의로 교체했다. 원래 공천은 법에 따라 정기회 석상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런 식으로 갈아 치우는 건 법질서를 무너뜨리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기소위원 교체와 관련한 의혹도 제기했다. 김수원 목사는 "마 목사님은 비대위(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를 많이 도와줬다"면서 "(교체 명분으로 삼을 만한) 법적 하자가 없는데도 일거에 명성교회 사람으로 기습 교체했다. 그 의도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체된 박동옥 목사는 명성교회 부목사 출신이다. 공천위원장 김성곤 목사(열린교회)도 줄곧 명성교회를 지지해 왔다. 공천위원장이 자신을 기소위원에 배치한 것이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해 온 재판국원 어기식 장로(동부제일교회)도 교체됐다. 그를 대신해 명성교회 김재복 장로가 재판국에 들어갔다. 김수원 목사는 "백번 양보해서 교체하려면 자기네 사람을 빼야지, 상대 측 사람을 빼는 게 어디 있는가. 매우 심각하다. 재판국원은 임기가 3년인데, 어 장로님은 이제 1년밖에 안 됐다"면서 "작년 공천위는 공정성을 위해 양측 인원을 절반씩 넣었다. 그런데 올해는 다 자기네 사람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지금 노회는 '고삐 풀린 망아지', '질주하는 폭주 기관차'와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비대위 이용혁 목사(작은교회)는 공천 자체가 공정성을 잃었다면서 내년 노회도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기소위원회는 전원 명성교회 측이다. 재판국원은 9명인데, 이 중 7명이 명성교회를 지지한다. 노회가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천을 주도한 김성곤 목사는, 법과 절차를 따른 것으로 명성교회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리부서에는 법학사 자격을 갖춘 인원이 1명 이상 들어가야 한다. 그게 법인데 그동안 노회가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재판국에 변호사인 김재복 장로가 들어간 거고, 법학을 전공한 내가 기소위에 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성보다는 법이 우선이라고 했다. 김성곤 목사는 "공정성이 헌법보다 위에 있지 않다. 나는 손왕재 노회장이 지적해서 다시 공천한 것뿐이다. (김수원 목사가)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뭔가 있는 것처럼 의혹을 제기하는 건 부당하다. 궁금하면 찾아와서 물어보면 되지, 왜 기자회견을 해서 문제를 키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세습을 반대하는 서울동남노회 목사들은 명성교회와 관련한 총회 수습안을 꾸준히 문제 삼고 있다. 명성교회가 수습안을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다면서 약속대로 임시당회장을 새로 파송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세습으로 교회와 노회, 교단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으니 명성교회는 지금이라도 세습을 철회하라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명성교회가 갈등만 키우는 목회지 대물림을 강행하기보다 참신한 인물을 청빙해 복음 안에서 수습안의 다른 한쪽을 이행하여 한국교회와 사회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그러면 우리는 명성교회 안정화를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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