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남노회 정기회가 새노래명성교회에서 열렸다. 이번 정기회도 이슈는 명성교회였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서울동남노회 정기회가 새노래명성교회에서 열렸다. 이번 정기회도 이슈는 명성교회였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신정호 총회장) 서울동남노회 가을 정기회 화두는 역시 명성교회였다. 명성교회 부자 세습의 불법성을 지적해 온 김수원 목사 측은 명성교회가 104회 총회 수습안마저도 어겼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적 우위를 앞세운 친명성 측이 노회를 사실상 장악하면서 유야무야 넘어갔다.

서울동남노회 제79회 정기회는 10월 27일 경기도 하남 새노래명성교회(고은범 목사)에서 열렸다. 최근 경기도 하남·광주 일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회의는 화상으로 진행했다. 노회원들은 새노래명성교회를 포함해, 명성교회·태봉교회·광성교회·세계로마천교회·곤지암교회에 흩어져 모였다.

회무 시작과 동시에 김수원 목사 측은 명성교회 임시당회장 유경종 목사(광주명성교회)가 낸 청원을 문제 삼았다. 명성교회는 지난해 104회 총회가 끝난 뒤 김삼환 원로목사 측근 유 목사를 임시당회장으로 파송해 달라고 노회에 요청했다.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해 준 104회 총회 수습안 2항에 따르면, 임시당회장은 11월 3일경 파송하게 돼 있다. 시기적으로 김수원 목사가 노회장이 된 다음 임시당회장을 파송하도록 정했는데, 당시 명성교회를 지지하는 인사로 구성된 서울동남노회 임원회가 명성교회 청원을 받아들여 유 목사를 임시당회장으로 보냈다.

유경종 목사는 명성교회 임시당회장 자격으로 이번 정기회에 △부목사 연임 청원 △장로 고시 △목사 후보생 고시 △신학교 수업 계속 허락 등 명성교회 관련 안건을 청원했다. 김수원 목사 측은, 유 목사가 임시당회장을 맡고 있는 것 자체가 수습안에 어긋난다며 안건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임시당회장이 아닌 대리당회장 자격으로 안건을 청원하든지, 명성교회가 노회에 정식으로 임시당회장 파송을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명성교회 측이 반발하면서 회의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친명성 인사들은, 청원은 전체 회의가 아니라 노회 헌의위원회 내지 정치부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회장 김수원 목사가 일방적으로 회무를 진행하고 있다며 내려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삿대질하며 고함을 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명성교회를 지지해 온 직전 노회장 최관섭 목사는 "당시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 신학생들의 수업 계속 허락 청원 등이 걸려 있어서 임시당회장을 파송했다"고 발언했다. 오히려 최 목사는 김수원 목사가 수습안 6항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6항에는 김수원 목사가 노회장으로 재직할 동안 명성교회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 목사는 "(김수원) 노회장도 합의서를 100% 지킨 다음에 문제를 제기하라. 6항은 왜 범한 것이냐"고 말했다.

명성교회 이종순 장로는 김수원 목사 측이 문구 하나로 트집을 잡고 있다고 했다. 이 장로는 "김수원 목사는 1년 내내 우리가 수습안을 파기했다며 잘못을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다. 토씨 하나를 가지고 트집 잡고 있다. 정말 이게 문제라면 수습전권위원회와 논의해서 임시당회장 재청빙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했다. 또 "노회장은 총회 뜻에 따라 노회가 화합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온갖 반기독교적 언론, 시민단체와 손잡고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고도 했다. 일부 총대는 '아멘'을 외치며 박수로 이 장로를 지지했다.

회의를 주재한 김수원 목사는 사안의 심각성을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법적 시비를 피하려면 유경종 목사가 임시당회장이 아닌 대리당회장으로 직을 바꿔 안건을 다시 올리면 된다고 했다. 노회가 잘 처리해 줘야 명성교회가 법적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명성교회 측은 "걱정하지 말라", "법적 문제는 우리가 책임지겠다", "회무나 진행하라"고 소리쳤다.

서울동남노회는 이 문제를 표결에 부쳤다. 187 대 30이라는 큰 차이로, 본회의가 아닌 헌의위원회와 정치부로 넘겨 논의하기로 했다.

김수원 목사(사진 오른쪽)와 명성교회를 지지하는 노회원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수원 목사(사진 오른쪽)와 명성교회를 지지하는 노회원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친명성 인사로 구성된 노회 임원회
'세습금지법 폐지' 건의도
"차별금지법·동성애 관련자
파악해 통보해 달라"

이후 회무는 잡음 없이 진행됐다. 부노회장 손왕재 목사(갈릴리교회)가 노회장으로 추대됐다. 투표를 통해 김용석 목사(남부광성교회)와 이강오 장로(명성교회)가 각각 목사부노회장, 장로부노회장에 선출됐다. 이번 서울동남노회 새 임원회는 대부분 명성교회 지지 인사들로 구성됐다. 노회는 공천위원회 보고와 정치부 일부 보고만 받고 폐회하기로 했다.

김수원 목사는 "미진 안건은 각 부서가 논의해 임원회에 보고하기로 하자. 그게 법이다"고 말했다. 그러자 신임 부회계로 임명된 박신현 장로(축복교회)가 "명성교회 임시당회장 청원 안건을 정치부가 다루겠다는 의사로 느껴진다"면서 "(김수원 목사는) 총회 결의로 (노회장) 혜택을 얻고도, 명성 관련 기자회견까지 했다. 깜짝 놀랐다. 김하나 목사는 청빙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도 했는데, 이율배반적인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박 장로는 목회지 대물림을 금지하는 헌법 28조 6항도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회를 준다. 그런데 누구는 혈육의 대물림이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하면 되겠나. 우리 노회가 28조 6항을 완전히 폐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동성애도 언급했다. 박 장로는 "올해 9월 목회자 1050명이 (104회 총회 수습안 철회)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중에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분이 있다. 아마 우리 노회에도 몇 분 있는 걸로 본다. 우리 교단 헌법은 동성애 조장을 반드시 못 하게 돼 있다. 어느 목사와 장로가 관련돼 있는지 임원회가 조사해 당회에 통보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발언했다.

김수원 목사는 "명성교회 수습안은 104회 총회 법을 잠재하고 만든 거다. 노회장으로서 법치를 무시한 총회에 대한 항거 차원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앞으로도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할 거다. 노회가 건강히 서 가려면 말씀에 기초한 헌법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 이게 무시되면 만장일치라고 해도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신임원회가 법과 원칙에 따라 노회를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

명성교회 임시당회장 관련 논의에 다시 불이 붙으려 하자, 새 노회장 손왕재 목사는 총회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와 논의하겠다면서 폐회를 선언했다.

노회가 끝나자 명성교회를 지지했던 노회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김수원 목사를 먼저 찾아가 "고생했다"며 인사했다. 김 목사는 "법대로 해야 한다", "숫자로 밀어붙이면 안 된다"고 조언했지만 제대로 듣는 이는 없었다.

김 목사는 기자와 만나 "오늘처럼 수적 우위를 앞세워 노회를 일방적으로 끌어가면 안 된다. 법과 원칙이 우선돼야 한다. 김하나 목사도 마찬가지다. 내년에 명성교회에 부임하려면 재청빙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게 법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명성교회 임시당회장 유경종 목사는 기자에게 "김수원 목사의 주장은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 명성은 총회 수습안을 잘 지키고 있다. 김하나 목사는 내년 1월 1일부로 복귀한다"고 말했다. 

손왕재 신임 노회장은 명성교회 임시당회장 청원 안건과 관련해 총회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와 논의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손왕재 신임 노회장은 명성교회 임시당회장 청원 안건과 관련해 총회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와 논의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명성교회를 지지하는 노회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명성교회 측 노회원들이 반대 노회원을 몰아세우자, 또 다른 노회원이 제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명성교회를 지지하는 노회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명성교회 측 노회원들이 반대 노회원을 몰아세우자, 또 다른 노회원이 제지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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