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아영의 모두를 위한 평화 11건의 기사가 있습니다.

  • 그래도, 새해니까요

    그래도, 새해니까요

    '모두를 위한 평화', 제가 2020년 한 해 동안 <뉴스앤조이>에 기고했던 칼럼의 제목입니다. 마감을 앞둘 때마다 이 칼럼 제목에 마음이 한참 머물게 되었습니다. "과연 나의 글이 '모두를 위한 평화'를 담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글의 시작과 끝을 맺게 되었죠. 그렇게 10번의 연재를 약속했고, 이제 이 글을 마지막으로 연재는 마무리됩니다.'모두를 위한 평화'라는 말은 참 소중하지만, 여전히 어렵게 느껴집니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는 상황에서 주민등록증이 없는 이들, 즉 한국 국적이 아닌 사람들이 공적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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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아영
    2020-12-30
  • 장혜영의 노란불

    장혜영의 노란불

    '삼각형 만들기'라는 활동이 있다. 각각의 참여자들이 자신과 함께 정삼각형을 만들 두 사람을 마음속으로 정하고, 그 두 사람과 나의 위치가 정삼각형이 되면 그 자리에 멈추는 활동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피스모모에서 깊이 애정하는 이 활동은, 언뜻 듣기에 간단해 보이지만 제법 긴 인내와 체력을 요한다. 나는 내가 정한 두 꼭짓점을 알지만, 나의 두 꼭짓점은 내가 그들을 꼭짓점 삼은 것을 모른 채 각각 자신들의 꼭짓점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나의 꼭짓점들 때문에, 다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던 정삼각형은 번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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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아영
    2020-12-16
  • 나무의 말, 조개 무덤

    나무의 말, 조개 무덤

    내가 참 좋아하게 된 노래 중에 '나무의 말'이라는 곡이 있다. '시와'라는 가수의 노래인데, 듣다 보면 어느새 고요하고 잔잔해진 마음과 마주할 수 있다. 노래는 나무의 말을 담담히 전한다. "나는 어느새 이만큼 자라 제법 살아가고 있어요. 땅속에 깊이 뿌리 단단하게 내리던 어제, 하늘에 가지 높이 자라 잎을 빛내는 오늘, 이제는 그만 마음 놓아. 내게 편안히 기대. 나의 그림자에 누워."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내가 있는 곳은 어디든 나무 그늘이 된다.2019년 가을, 군산 하제마을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600년 된 팽나무를 만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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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아영
    2020-11-18
  •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자의 죽음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자의 죽음

    베를린에 처음 갔을 때, 여느 관광객들처럼 독일 통일과 관련한 흔적들을 찾아다녔다. 베를린장벽의 흔적은 공원을 지나 주택가 사이로도 이어졌는데, 인도를 따라 걷다 보니 바닥의 금속 표지들이 눈에 띄었다. 할리우드 스타의 거리를 생각하며 무심코 들여다봤는데, 표지의 내용들은 나의 기대와 전혀 달랐다.그 표지들은 탈동독을 꿈꾸다 목숨을 잃은 자들의 기록이었다. 동독 사람들은 땅굴을 파고, 벽을 허물고, 서독과 맞닿은 집의 창문을 통해 경계를 넘었다. 지난한 시도 속에서 누군가는 탈출에 성공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다.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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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아영
    2020-10-21
  • "갔다 올게"라는 말의 무게

    "갔다 올게"라는 말의 무게

    우연히 광고를 한 편 보게 되었다. 집을 나서는 사람들이 남편에게, 아이에게, 나른한 고양이에게 "갔다 올게"라며 인사를 건네는 장면들이 연달아 나온다. 다정한 인사의 순간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따뜻해졌다.대체 무슨 광고일까 싶어질 때쯤, 광고주 이름이 나온다. 대기업 계열의 보험회사 광고다. 광고는 말한다. "갔다 올게"라는 평범한 인사는 "매일 하는 말이지만 지켜야 하는 말"이라고. 우리가 당신의 일상을 지켜 주겠다고.30초 남짓한 광고가 지나간 자리에 마음이 멈추었다. 언제나처럼 '다녀올게요'라고 인사하고 문을 나섰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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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아영
    2020-10-07
  • 조지 플로이드를 애도하며

    조지 플로이드를 애도하며

    아홉 살 즈음이었던가. 가족들과 물놀이를 갔다가 이끼 낀 돌에 미끄러져 깊은 물에 빠진 적이 있다. 주변에 꽤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부모님도 동생들도 어느 한 사람도 내가 물에 빠지는 모습을 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물속, 아무리 물장구를 쳐도 수면까지 올라가는 건 불가능했다. 숨이 막혔다. 숨을 참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물을 서너 번 들이마시고 나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 글을 쓰는데 수십 년 전의 그 공포가 너무나 생생해져서 스스로에게 놀란다.그 순간의 절망감, 숨을 쉴 수 없는 그 답답함을 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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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아영
    2020-06-03
  • 비인간 존재가 안전한 세상

    비인간 존재가 안전한 세상

    은평구의 작은 골목, 녹번동과 불광동의 경계가 맞닿은 곳에 카페를 시작한 지 일 년 하고도 한 달이 되었다. 동료들과 함께 꾸리는 이곳은 '모두가 환영받는 공간'을 표방한다. 그리고 그 실천 중 하나로 길고양이 급식소를 두 군데 마련하여 밥과 물을 챙겨 왔다. 해가 지고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지 적게는 열 마리, 많게는 열다섯 마리가 밥을 먹고 목을 축이러 다녀간다. 그 때문이었을까, 엄마 고양이가 우리 카페 곁에 아기를 낳기로 한 것은.2주 전쯤, 카페 외벽 틈새에서 울고 있는 아기 고양이가 발견되었다. 고양이를 발견한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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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아영
    2020-05-14
  • 코로나19 이후의 '우리'

    코로나19 이후의 '우리'

    한나 아렌트는 '정치에서의 거짓말'이라는 글에서 '기만, 고의적 거짓,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공연한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미 정부의 비밀문서였다. 1971년 6월 <뉴욕타임스>는 베트남전쟁과 관련한 일급비밀이 담겨 있는 문서를 폭로한다. 베트남전쟁이 거짓말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1964년 8월 2일, 미군 구축함 매덕스(Maddox)가 북베트남 연안을 순찰하던 중 북베트남 초계정과 교전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당시 미국 대통령 존슨에게 전달된다. 북베트남이 미 해군 구축함 매덕스호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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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아영
    2020-04-29
  • 생명이 숫자와 데이터로 다루어지는 사회

    생명이 숫자와 데이터로 다루어지는 사회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할 즈음, 나는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는 일상에 대해 생각했고 여전한 일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하지만 감기에 걸린 듯 열이 있기 시작하고 결국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되자 두려워졌다. 혹시 양성이면 어떡하지?콧구멍 속으로 들어온 기다란 면봉 같은 검사 도구는 멈추어야 할 것 같은 지점을 지나 더 깊이 들어왔다. 면봉의 끝이 뇌에 닿을 것만 같았다. 검사 이후 음성 판정을 받기까지의 하룻밤은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음성 판정 문자를 받은 아침, 걱정했던 가족과 동료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나 아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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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아영
    2020-04-16
  • n번방 사건, 한국 사회의 적나라한 자화상

    n번방 사건, 한국 사회의 적나라한 자화상

    #1모처럼 친구와 저녁을 먹던 중 텔레그램 알림이 울렸다. '탈퇴한 계정이 새로 가입했습니다.' 밥맛이 뚝 떨어졌다. 친구는 '박사'가 잡힌 이후 자신의 텔레그램에 표시된 탈퇴 계정이 17개이며 그녀의 한 친구는 70건의 탈퇴 계정 알림을 확인하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내 텔레그램에는 지금까지 다섯 개의 탈퇴 계정 알림이 떴다. 내가 알던 사람들 중 다섯 명. 그들은 대체 누구일까.#2친구는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부터 남성 동료들을 보는 것이 힘들어졌다고 했다. 결국 며칠 전에는 남성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솔직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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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아영
    2020-03-25
  • 지속 가능한 평화, 어떻게 만들 것인가…"평화를 정치권력 획득 도구로 이용하는 일 그쳐야"

    지속 가능한 평화, 어떻게 만들 것인가…"평화를 정치권력 획득 도구로 이용하는 일 그쳐야"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모두가 진정 평화롭기 위해 '잘 싸워야' 한다고 믿는 사람. 3월 중순부터 <뉴스앤조이>에서 '평화'를 주제로 글을 연재하기로 한 피스모모 문아영 대표에게서 받은 인상이다.'평화주의자'라고 하면 싸우지 않는 사람을 떠올리기 쉽다. 웃으면서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을 유연하게 피하는 사람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럴 경우 묻혀 버리는 목소리가 생기게 마련이다. 논쟁이나 갈등이 벌어지는 현장에서는 언제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이때 서로 의견을 조율해 합의를 만들어 가지 않으면, 수면 아래 묻히고 마는 목소리는 대체로

    연재
    강동석
    2020-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