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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전쟁, 시편> / 최종혁 지음 / 그의나라 펴냄 / 536쪽 / 1만 6000원
<마음의 전쟁, 시편> / 최종혁 지음 / 그의나라 펴냄 / 536쪽 / 1만 6000원

솔직히 강해서를 그렇게까지 즐겨 보지 않는 편이다. 말씀 연구나 설교 준비 과정에서 단어 뜻과 본문 의미를 자세히 알기 원하면 주석을 찾는다. 하나님·죄·구원·말씀·창조 등 성경 주제를 깊이 묵상하거나 통찰을 얻기 원할 때는 시편 51편으로 '회개'를 설명한 마틴 로이드 존스 책이나 시편 119편으로 '말씀의 기쁨'을 노래한 크리스토퍼 애쉬 책을 찾는다. 강해서는 어중간한 위치를 차지한다. 설교문이라는 특성상 주로 구어체로 쓰여 있는데, 설교 현장에서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기록된 책 형식으로 접하니 설명은 빈약하게 느껴지고 위로와 격려가 담긴 설교자의 열정이 전달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강해서라는 장르 자체의 한계는 아니다. 본문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고 성령의 능력과 설교자의 열정을 담아 전달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면, 강해서만큼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위로와 교훈을 전해 주는 책도 없을 것이다. 마틴 로이드 존스나 스펄전, 존 맥아더의 강해서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다. 최종혁 목사가 쓴 시편 강해서 <마음의 전쟁, 시편>(그의나라)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저자가 2013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연구하고 선포한 시편 제1권(1~41편)  설교 모음집이다.

시편은 거의 1000년 동안 기록된 시 모음집이다. 옛 언약 백성뿐만 아니라 새 언약 백성도 사용한 예배 찬송가다. 성령의 감동을 받아 기록된 찬송시이자, 그리스도께서도 자주 인용하고 자신을 나타내실 때 사용하셨다. 시편은 시대·장소·문화를 초월해 모든 하나님 백성이 사모하며 부를 노래다. 오늘날에는 멜로디·박자 등 음악적 요소를 거의 알 수 없어 똑같이 부르진 못하지만 이 시대 하나님 백성도 여전히 동일한 시편으로 노래하고 있다.

고대 히브리어로 기록된 시를 어떻게 지금도 새로운 마음으로 부를 수 있을까. 시편 기자인 다윗과 여러 예배자가 겪은 삶이 오늘날 성도가 겪는 삶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원수의 공격과 사방에 둘러싼 위험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어려움 속에서 하나님께 부르짖고 탄식하며 구원을 호소하는 마음 역시 오늘날 성도와 같다. 아브라함·이삭·야곱의 하나님, 이스라엘 백성을 마른땅으로 건너게 하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의 피로 새 언약을 맺으시고, 성도와 늘 함께하시며 두려움과 원망을 기쁨의 찬송으로 바꾸신다. 시편 저자이신 하나님께서 변치 않는 분이시고, 시편을 노래하는 성도가 동일한 하나님 언약 아래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시편은 여전히 아름답고 강력한 성도의 고백이자 노래가 된다.

그러나 노래 모음집인 시편을 연속으로 읽는 것은 쉽지 않다. 계속 불평을 늘어놓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같은 주제를 계속 다른 말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히브리 시의 독특한 표현도 오늘날 독자에게는 생소하다. 시편 기자의 생생한 표현이 교리·신학과 잘 맞지 않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이를테면 원수에게 쏟아지길 바라는 심판과 저주다.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지 않으셨나.

최종혁 목사의 강해서가 특별한 점은 시편 제1권에 등장하는 비슷한 유형의 시를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분명하게 해석해 준다는 데 있다. 히브리 시 원어와 시편 기자 상황 등을 고려해 본문을 생생하게 다루고, 죄·구원·심판·복·악·선의 의미를 정리해 주는 등 독자가 각각의 시를 확실히 음미하고 묵상하도록 돕는다. 특별히 긴 시도 몇 단락으로 나눠 대충 설명하고 넘어가지 않고 충실히 다룬다. 저자가 시편 한 편 한 편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연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책은 주석처럼 딱딱하지 않다. 본문 의미만 설명하지 않는다. 저자는 시편 기자가 처한 상황을 통해 독자가 처한 유사한 상황을 떠올리도록 돕는다. 억울한 일을 만났을 때,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죄를 범하고 낙심했을 때, 하나님 은혜와 축복을 경험했을 때 등 시편 기자 상황과 우리 현실을 비교하도록 권한다. 상황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마음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같기 때문에 독자는 충분히 공감하며 시편 기자처럼 하나님을 찾게 된다.

이 책은 시편이 의도하는 것처럼 마음의 전쟁 중 하나님을 바라보게 한다. 다윗이 탄식과 호소로 노래를 시작하다가도 마지막에는 하나님을 향한 신뢰·평안·기쁨을 노래하는 것처럼, 독자가 하나님을 바라보게 한다. 상황이 당장 변하지 않고 하나님의 구원의 때와 방법이 우리 생각과 다를지라도, 끝까지 주님을 신뢰하며 평안 가운데 기뻐하게 하는 힘이 있다. 시편에 담긴 성령의 의도와 능력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강해서의 장점을 제대로 살렸다. 저자의 힘 있는 호소와 위로가 잘 느껴진다.

이 책은 매일 시편을 1편씩 읽거나 개인적으로 공부하면서 함께 읽으면 좋다. 시편을 묵상하며 얻는 은혜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줄 것이다. 536쪽이나 되는 두꺼운 책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 출판사의 배려도 놀랍다. 치열한 마음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독자가 이 책을 통해 승리의 소망을 갖고 끝까지 싸울 것을 격려하는 마음이 담긴 것 같다.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든 요즘이야말로 과거 험악한 세월을 살았던 믿음의 선배들이 부른 시편을 더 큰 목소리로 노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시편을 노래하신 것처럼, 전쟁 같은 삶 속에서 우리는 시편을 더 힘차게 노래할 수 있다. 환난 중에 하나님을 향해 신뢰의 노래를 부르자. 더 크게 부르자. 하나님께서 우리 삶에 임재해 마음에 일어난 전쟁을 그치시고 마침내 온전한 승리를 거두게 하실 것이다. 환경이 어려워질수록 그리스도 안에 있는 우리 소망은 더욱 빛난다. 우리는 결코 하나님을 향한 시편의 노래를 멈출 수 없다.

이 책이 매일 삶 속에서 전쟁을 겪는 많은 그리스도인에게 하나님을 노래하는 좋은 도구로 사용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저자의 간절한 바람처럼 독자들이 하나님 말씀으로 승리해 참된 예배자로 삶을 노래하기를 기도한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조정의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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