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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까지 - 코로나 시대 성경이 펼치는 예언자적 상상력> 월터 브루그만 지음 / 신지철 옮김 / IVP 펴냄 / 160쪽 / 8000원
<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까지 - 코로나 시대 성경이 펼치는 예언자적 상상력> 월터 브루그만 지음 / 신지철 옮김 / IVP 펴냄 / 160쪽 / 8000원

탁월한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 1933~)은 코로나19로 불안과 염려가 가득한 세상 한가운데서 예언자적 역할을 감당한다. 성경을 대하는 그의 겸손한 태도와 통찰력 있는 해석은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짧지만 묵직한 울림, 조심스럽지만 정곡을 찌르는 그의 메시지는 혼란 가운데 있는 우리에게 매우 적실하다.

저자는 구약성경 내러티브 중 전염병이 나타나는 성경 본문들을 토대로 재앙에 대한 세 가지 해석안을 도출한다. 첫 번째는 언약에 근거한 '동등 보응의 방식'이다. 선을 행한 자에게 복을, 악을 행한 자에게 벌을 내리는 방식이다. 이 질서는 성경 곳곳에서 명백해 보인다. 신명기 전승에 기초해 형성됐다고 하는 이러한 관점은 특히 예레미야와 에스겔에서 자주 나타난다. 

두 번째는 재앙이 하나님의 강한 능력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라는 해석이다. 하나님께서는 이를 통해 자신의 의도를 실행하신다. 가장 강력한 예는 출애굽 장면이다. 하나님께서는 애굽에 징벌을 내리신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며, 이스라엘 백성은 해방과 구원을 경험한다.

마지막 해석은 하나님이 예측 불가한 재앙을 통해 자신의 완전한 거룩하심을 드러내신다는 것이다. 이것은 설명을 거부하며 하나님 자유로운 주권을 드러낸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는 욥의 고난이다.

문제는 위 세 가지 해석이 현재 상황에 적실하고 유용한가 하는 데 있다. 브루그만은 과학의 영역을 인정하면서도 그 이면에 더 깊은 하나님의 숨기심을 인정하라고 촉구한다. 인간 한계를 인식하고 창조 세계의 신비를 끌어안으라는 것이다. 그는 당면한 상황을 뛰어넘어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놀라운 해석적 원천을 가지고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브루그만는 하나님의 긍휼·자비·신실하심에 기대어 하나님의 자유로운 행위를 의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의 여러 방법이나 대안들이 적합하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우리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교회에 놀라운 선물을 주셨다. 교회는 과거에 매이지 않고 하나님의 회복을 새롭게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소유했다. 노래·비유·기도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물론 하나님께 현재 상황을 아뢰고 회복을 간구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상황을 재해석할 수 있는 안목이다. ​많은 선지자들이 재앙 가운데서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초점을 맞추고 간구했다. 이스라엘의 합당한 반응은 언약에 기초한 삶을 회복하는 일이었다. 핵심은 재앙이라는 환경이 아니라 모든 환난을 궁극적으로 다스리시는 하나님께로 우리 주의를 되돌리는 것이다.

​이 책 각 챕터 마지막에는 저자가 직접 작성한 기도문이 실려 있다. 이 기도문을 통해 우리는 지적 만족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 상황과 갈망을 하나님께 아뢸 수 있다. 성경 내러티브에서 배우는 신학적 해석이 명확한 상황 인식과 어우러질 때, 우리는 하나님을 노래하며 진심으로 기도하게 된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선물은 목회자들에게 건네는 저자의 따뜻한 조언이다. 저자는 줄곧 목회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목회자들은 저자의 조언을 득고 목회의 큰 방향성을 조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사역 대안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설교자에게는 이러한 당혹스러움(wonderment)의 시기에도 활용할 수 있는 놀라운 해석적 원천들이 있다." (54쪽)

"목회 사역의 역할은 이 바이러스가 최종 권세가 아님을 보여 주는 것이며, 하나님의 선하심이 그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힘마저 꺾을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82쪽)

"목회자의 임무는 바로, 막대한 상상력을 요구하는 그와 같은 두려움의 순간에 함께 하는 것이다." (122쪽)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모중현 /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 열방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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