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영 교수는 이제는 들어갈 수 없게 된 연구실 앞 복도에 머문다. 연구실 문에는 학생들이 붙인 손 교수 규탄 포스터가 붙어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손원영 교수는 이제는 들어갈 수 없게 된 연구실 앞 복도에 머문다. 연구실 문에는 학생들이 붙인 손 교수 규탄 포스터가 붙어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서울기독대학교(이강평 총장) 본관 4층 복도에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연구실에 들어가지 못한 교수가 문패 앞에 책상을 놓고 앉아 있다. 2017년 2월 파면된 손원영 교수다. 법원은 학교 처분이 부당하다며 1·2심 모두 '파면 무효'를 선고했다. 작년 10월 2심 선고 이후 학교가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그러나 손 교수는 여전히 자신의 연구실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소송 중 교수 임기가 끝난 손원영 교수는 작년 3월 재임용을 신청했다. 학교 인사위원회는 올해 3월, 만장일치로 손 교수 재임용을 불허했다. 하지만 교수 임용에 최종 권한을 갖고 있는 학교법인 환원학원(신조광 이사장)은 4월 1일, 인사위 보고를 수용하지 않고 손 교수 재임용 여부를 투표에 붙여 찬성 5, 반대 3으로 가결했다. 신조광 이사장은 10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회 법정에서 다 이기고 온 사람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운영 일선에 있는 이강평 총장과 교직원들은 손원영 교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강의 배정은 고사하고 연구실 열쇠도 주지 않았다. 법원의 파면 무효 판결과 이사회 재임용 결정에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기를 수개월, 손 교수는 9월 15일 이강평 총장과 기획관리처장·교목실장 등을 상대로 방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10월 13일 양측을 불러 의견을 들었고, 10월 내로 결과를 통보하기로 했다.

손원영 교수는 13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학교는 법원 판결이 나왔을 때부터 해야 할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 몇 번이나 복직 절차를 묻는 내용증명을 발송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학교 규정에 보면, 교수 임기가 끝나기 4개월 전에 알려 줘야 한다. 그런데 기다려도 아무 안내가 없어 내가 재임용 심사를 신청했다"며 "교수 임면권자인 이사회가 의결한 사항을 학교가 거부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이날 총장실에서 이강평 총장과 교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총장은 재임용 절차가 끝난 게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했다. 서울기독대 '교원 인사 규정'에는 "총장 이외의 교원은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총장의 제청으로 이사장이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임면하되"라고 나와 있다. 이 총장은 이 조항을 근거로 이사회가 인사위원회 결정을 뒤집을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인사위원회가 전원 반대해서 재임용에서 탈락시켰으면, 이사회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들어 보기라도 했어야 한다. 아니면 인사위원회에 재심의하라고 반려했어야 한다. 그런데 이사회가 월권을 행사해 재임용을 표결에 부쳤다"고 말했다. 학교는 신조광 이사장을 상대로 '재임용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학교 곳곳에는 손원영 교수 복직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학교 곳곳에는 손원영 교수 복직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반동성애 진영' 비롯한 외부 인사들
손 교수 '이단 만들기' 적극 개입
이강평 총장 "신학적 토양 달라,
그만하고 다른 곳 찾아가길"

학교 측이 문제 삼는 건 재임용 절차뿐만이 아니다. 개운사 불상 모금을 주도한 일이나 불교 선원에 가서 설교한 일 등 손원영 교수 사상이 학교와 맞지 않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인사위원회는 이단성을 이유로 손 교수 재임용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기독대가 속한 교단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도 올해 6월, 손 교수의 기독론은 이단이고 교단 신앙과 불일치한다며 학교법인에 손 교수 재임용 취소를 요구했다.

이강평 총장 역시 학교가 손원영 교수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신학적 문제라고 했다. 이 총장은 기자에게 "그 사람이 이단인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우리 교단도 한국에서는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항상 이단 시비에 휘말렸다. 나는 이단이라고 하면 치가 떨린다. 하지만 손 교수의 신학이 우리 교단의 보수 신학과 맞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손 교수가 파면되기 전 한 차례 징계를 받았을 때, '대학 내 정치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손 교수 사건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반동성애 진영'이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손 교수가 동성애를 직접 언급한 적도 없는데,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 온 여러 단체는 올해 1월 서울기독대 앞에서 손 교수 복직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9월 25일에는 서울기독대 신학대학원 총원우회가 GMW연합·처치타임즈·한국교회수호결사대 등과 함께 '손OO 씨 이단성에 대한 신학적 고찰'이라는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전 이단대책위원장 김성한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전 이단대책위원장 진용식 목사 등이 참석해 손원영 교수 사상에 이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손 교수가 2018년 12월, 열린선원 성탄절 축하 법회에 참석해 "예수는 육바라밀을 실천한 보살"이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 외에도 손 교수 저서 몇 권에서 일부만 발췌해 "명백한 이단설이며 이런 것을 서울기독대에서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교목실 앞에는 손원영 교수 복직을 반대하는 이들이 남긴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이강평 총장은 학내 구성원들이 손 교수가 학교로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교목실 앞에는 손원영 교수 복직을 반대하는 이들이 남긴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이강평 총장은 학내 구성원들이 손 교수가 학교로 돌아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외부 세력이 적극 개입해 손 교수를 이단으로 모는 행동에 대해, 이강평 총장은 "그건 총원우회가 진행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총장은 "그만큼 학교 구성원, 교단 사람들 모두가 손 교수 복직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우리 학교는 교단 학생이 아니면 신학과에 오지 않는다. 이들은 자유주의나 해방신학을 배우러 온 것이 아니다. 불교를 이웃 종교로 인정하고 교류하는 곳도 있겠지만, 우리 교단은 아니다. 다들 보수 신학을 배우러 온다. 손 교수와 우리 교단은 아예 신학적 토양이 다르다. 손 교수도 이제 그만하고 자기 뜻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단 시비에 대해 손원영 교수는 "타 교단 목사들까지 동원해 내가 한 설교의 진의를 왜곡해 나를 이단으로 만든다. 내가 이단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뿐더러, 서울기독대는 기독교 대학이기는 하지만 교회가 아니다. 교육부 관리·감독을 받는 종합대학이다. 그러면 그 기준에 맞게 연구 실적 등으로 교수를 평가해야지, 이단으로 몰아 내쫓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신조광 이사장도 "이단이라는 건 손 교수 설교의 진의를 왜곡한 것이다. 재임용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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