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고는 <뉴스앤조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도가 가장 쉬웠어요', '전도,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등의 문구를 보며 상실감에 빠진 적 있는가. 전도가 어렵다고 느끼는 대다수 사람을 대변하여 <가족 전도 -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방법>(CH북스) 저자 랜디 뉴먼은 솔직하게 "그렇다"고 대답한다. 전도는 쉽지 않다. 두렵고 떨리고, 어색하고 불편하며, 거절당할 것에 대한 염려, 비방·조롱받을 것에 대한 걱정이 있다. 저자는 '가족 전도'를 주제로 책을 썼으면서도, 전도는 어렵고, 특히 가족 전도는 더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니 왜 쉬운 전도를 하지 않을까 자책하거나, 쉽다고 느껴질 때까지 전도하지 않고 기다리거나, 쉬운 척하며 전도를 잘하는 사람을 억지로 흉내 내지 말라고 조언한다.

랜디 뉴먼은 이스라엘 정통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 시절 예수님을 믿고 복음 전도를 인생의 사명으로 삼아 CCC(Campus Crusade for Christ)에서 캠퍼스 사역으로 25년 이상 일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방법'을 소개한다(부제). 하지만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어머니에게, 그리고 각자의 자매와 형제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상황 등 구체적인 가족 전도의 상황별 처세술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뉴먼은 "모두에게 적용되는 주제 곧 은혜·진리·사랑·겸손·시간·영원·소망과 같은 보편적인 요소를 고찰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한다. 사실 저자 말이 옳다. 가족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 배경과 관계를 고려하여 전도 방법을 코칭하려면 가족 수만큼이나 두꺼운 책을 써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원론적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경험담을 비롯하여 여러 사례를 제공해 복음의 은혜·진리·사랑·겸손·시간·영원·소망 등 성경의 진리를 풍성하게 이해하도록 돕고, 그것을 통해 어떻게 복음을 전달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본을 보여 준다. 성급하게 몇 가지 복음 전달 법칙과 기술만 배우고 복음의 풍성한 진리에 젖은 삶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전술로는 전도, 그중 가족 전도에 성공할 수 없다. 가족이 우리의 약점과 불완전함, 어두운 과거와 부끄러운 면모를 모두 알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가족 전도 -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방법> / 랜디 뉴먼 지음 / 정충하 옮김 / CH북스 펴냄 / 324쪽 / 1만 5000원
<가족 전도 -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방법> / 랜디 뉴먼 지음 / 정충하 옮김 / CH북스 펴냄 / 324쪽 / 1만 5000원

이 책은 가장 먼저 가족의 가치를 성경을 통해 재확인한다. 성경은 하나님을 아버지로 소개하고, 예수님은 자기를 믿는 자들에게 아버지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신다. 그리스도와 함께 성부 하나님, 성령 하나님의 친밀한 타자 지향적 교제 가운데 들어온 교회는 그 지체를 이루는 성도끼리 형제·자매라 부르며 하나님 가족에 소속되어 있음을 확인한다. 그러므로 저자가 말한 것처럼 가정 이미지는 "신성의 계시와 연결되어 있다. (중략)그러므로 우리는 가정을 두려움과 경외심으로 다루어야 한다"(34쪽). 가정을 멀리하며 독립을 우상화하거나, 반대로 가정을 우상화해서는 안 된다.

경주로 치면 가족 전도는 단거리경주보다 장거리경주에 가깝다. 우리는 쉽게 복음의 사실을 가족에게 여러 차례 강요하여, 지옥에 가지 않고 천국에 가도록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장거리경주인 가족 전도에서 더 효과적인 것은. 저자 말대로, 복음의 사실뿐만 아니라 복음의 선함에 대해 말하는 일이다. 가족은 그리스도인이 보여 주는 은혜로운 복음의 선함을 맛볼 때, 그리스도인이 복음을 자기 자랑이나 꾸짖음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놀라운 은혜로 기뻐하며 제시할 때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복음을 전하는 우리에게도 메시지를 거절할 가족에 대한 두려움이나 그들을 구원하지 못했다는 죄의식에서 자유를 누리도록 도와주는 복음의 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은혜에서 자유를 얻어 기쁨으로 전달하는 복음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자칫하면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절대 진리를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지나쳐, 타당한 면이 있더라도 가족의 주장을 완전히 무시하기 쉽다. 그런 태도는 가족의 마음 문을 쉽게 닫게 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믿지 않는 가족이 가진 생각을 존중하면서도, 그들에게 꼭 필요한 진리를 정확하게 말로 설명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복음의 진리에 담긴 능력을 신뢰하고, 가족의 삶을 변화시키고 영혼을 거듭나게 하는 힘이 우리가 전달하는 복음에 들어 있다고 확신해야 한다. 가족에게 잘 먹히는 방법보다는 성경적으로 정확한 진리를 전달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가족에게는 당장 효과 있는 약보다 참된 치유를 가져오는 약이 필요하다.

특별히 가족만큼 사랑이 넘치는 관계도 없고,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상처가 많은 관계도 없다. 복음을 전달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사랑을 동반해야 한다. 대가나 보답을 기대하지 말고 하나님께 받은 사랑, 복음에서 발견한 큰 사랑을 가족을 향한 오랜 인내와 함께 나눠야 한다. 때로는 상처가 깊은 가족 관계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하나님 사랑으로 베푸는 큰 용서와 관용, 이해와 공감이 믿지 않는 가족을 겸손하게 만들고, 하나님의 사랑을 함께 맛보기 원하는 강렬한 소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통해 베푸신 사랑의 크기를 헤아릴 때 죄인의 교만이 무너지고 그 사랑에 스스로 종이 되는 것처럼, 가족 전도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사랑이다.

사랑하는 내 가족이 영생을 얻지 못하고 죽어서 영원한 멸망에 떨어진다는 것은 정말이지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족 반응이 두려워서, 혹은 전도가 불편한 일이라서 가족에게 복음 전하는 일을 미루고 있기에는 이 땅에서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고 영원의 실재는 분명하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TLC를 활용하라고 권면한다. T(Time), L(Love), C(Comprehensiveness)는 영원의 실재 앞에 가족에게 더 많은 시간, 더 많은 사랑, 더 많은 이해를 쏟을 것을 촉구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가족 전도의 성공 사례들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모든 사연은 저자 말대로 많은 시간의 투자가 있었고, 풍성한 사랑이 부어졌으며, 믿지 않는 가족에게 접근하려는 다양한 방법과 시도가 있었다. 헌신과 노력, 눈물과 낙심을 반복해야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영원한 하나님의 가족이 되는 것만큼 행복하고 가치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교회 성도의 기도 제목에는 아직까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랑하는 가족들 이름이 적혀 있다. 너무 오래 기도해 왔기 때문에, 여러 번 전도했는데도 변화가 없기 때문에, 아주 극단적으로 교회나 복음을 싫어하기 때문에, 가족과의 관계가 매우 좋지 않아서 등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가족 전도는 정말 어렵고 열매 맺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초대교회 예루살렘을 시작으로 땅끝까지 복음이 전파된 것처럼, 우리 전도는 가장 가까운 가족 관계 안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는 가장 가까이 있기에 더욱 시간과 사랑과 이해를 쏟아붓기보다 간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그리스도인의 부르심,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라는 그 부르심에 충성하여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그리고 가장 많이 사랑하는, 앞으로 가장 많이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할 가족에게 복음을 전하자. 주님께서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고 약속하셨다.

*이 글은 <크리스찬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조정의 /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