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우려하던 일이 결국 벌어졌다. 몇 년 전부터 대형 교단들은 앞다투어 동성애자와 동성애 지지자를 교회에서 쫓아낼 수 있는 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한국교회 최초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경기연회가 동성애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를 교단 재판에 회부했다.

감리회 교리와장정은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그 행위자를 정직이나 면직, 출교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목사는 마약이나 도박한 적이 없다. 단지 성소수자들에게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신다"고 복을 빌어 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동성애 찬성·동조자'로 재판받고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이 사건은 <뉴스앤조이> 보도 후 교계뿐 아니라 일반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됐다. 갑자기 '투쟁의 화신'처럼 전면에 대두됐지만, 이동환 목사는 작은 교회를 섬기며 소외받은 이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목사다. 그는 2014년부터 평화교회연구소 사무국장을 맡아 파인텍 해고 노동자들이 굴뚝 위에 올라가 고공 농성할 때 곁을 지켰고, 한국교회 내 평화교육이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세미나를 여는 등 연구소 실무를 맡았다.

반동성애에 잠식돼 광기의 칼춤을 추는 교단 권력자들에 맞서 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6월 24일 감리회 본부 앞에는 감리회 목사·신학생·교인들뿐 아니라 타 교단 목회자와 신학생 등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해 기소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대응에 나섰다.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인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 평화교회연구소 사무실에서 이동환 목사를 만나 삶과 신앙, 이번 일을 겪으며 느낀 심정을 자세히 들어 봤다.

'왜 기독교 언론이 전병욱 욕하지?'
<뉴스앤조이> 신문 몰래 갖다 버리던 신학생
'희년' 개념 접하며 고난 현장에 관심
이동환 목사가 종교 재판에 회부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위에서 이 목사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 목사는 두렵고 힘든 가운데서도 이들의 응원과 지지 덕에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이동환 목사가 종교 재판에 회부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위에서 이 목사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 목사는 두렵고 힘든 가운데서도 이들의 응원과 지지 덕에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 교단 재판에 회부됐다는 보도가 나간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간 교단 안팎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지금 심정은 어떤가.

내가 한 일이 재판받을 만한 일인가 하는 황당함이 크다. 교단에 맞서야 한다는 두려움도, 도와주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도 있다. 이 감정이 하루에 수십 번씩 교차한다. 그래도 기소 사실이 알려진 후 많이 응원해 주셔서 힘내고 있다.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문자메시지나 페이스북 메시지로 힘내라고 연락해 온다. 오늘 아침에는 LA에서 전화가 왔다. 감리회 은퇴목사님이시라는데 "너무 귀하고 어려운 길을 가 줘서, 목소리 내 줘서 자랑스럽다"고 말씀하시더라. 눈물이 핑 돌았다. 언론에 실명으로 지지 인터뷰해 주시고, 오늘 같은 기자회견 열고 참석해 주시는 분들께도 정말 감사하다.

이동환 개인만을 위해서 이러시는 게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감리회가 이래서는 안 되고, 이 악법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계신 거다. 이분들의 응원과 지지 덕에 버티고 있다. 용기 내서 발걸음을 따라가려고 한다.

- 갑자기 이 문제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 원래 신앙 배경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초등학교 때는 명성교회를 다녔다. 이사하면서 교회를 한동안 다니지 않다가, 고3 때 감리회 교회를 다니게 됐다. 그때 소위 '은혜받았다'. 이런 얘기를 하면 웃을지 모르겠지만, 수련회에서 기도하다 예수님을 봤다. 하나님을 위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선교사가 되고 싶어 감리교신학대학교에 진학했고, 세계 선교 동아리 활동을 했다. 다니던 교회가 보수적 분위기로 성령 사역하는 교회였다. 신앙도 그런 전통에 서 있었던 것 같다.

대학 다닐 당시 <뉴스앤조이>가 종이 신문을 찍어 학교에 배부했다. 그때 내가 <뉴스앤조이> 신문을 몰래 갖다 버리고 그랬다.(웃음) 죄송하다. 그때 전병욱 목사를 좋아했는데, 신문에 전병욱 목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있었다. 무릇 기독교 언론이라면 은혜로운 내용이어야 하고 복음적이어야 하고 설교 같은 게 실려 있어야 하는데, 비판하는 내용만 있는 것 같았다. '뭐 이런 신문이 다 있지' 하면서 갖다 버렸다. 딱 한 번 그랬다. 계속 그런 건 아니다.(웃음)

2018년 1월 파인텍 투쟁 기도회에서 설교 중인 이동환 목사. 뉴스앤조이 이은혜
2018년 1월 파인텍 투쟁 기도회에서 설교 중인 이동환 목사. 뉴스앤조이 이은혜

- 대학 시절과 다르게 최근 몇 년간 파인텍 고공 농성 기도회 등 사회적으로 고난받는 이들의 현장에 함께해 왔다. 이런 마음을 먹은 계기가 있었나.

극적인 계기가 있지는 않았다. 전도사로 사역하던 교회에서 '희년'을 배웠다. 성경에 이런 내용이 있는지 몰랐다. 개인 구원이나 은혜받는 것만 알았는데, 가난한 자와 가지지 못한 이에 대한 내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개인 구원도 중요하지만, 희년에 대한 내용을 접하면서 시각이 트였다. 단지 나를 위해 기도하고 죽어서 가는 천국을 위한 복음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책임감을 느끼는 일도 굉장히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아는 선배를 통해 재능교육 노동자들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해 보게 됐다. 처음에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와드리려고 왔다"고 말했다. 그분들이 "우리 불쌍한 사람 아니에요"라고 답하시더라. 그 말을 들으면서 '내 안에 시혜적 태도가 있었나? 이런 곳에 올 때 어떤 마음으로 와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면서 해고 노동자 문제나 세월호 같은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불쌍한 사람을 돕는 게 아니라 우리 문제, 나의 문제였던 것이다. 이후 현장에 갈 때는 '나의 싸움, 우리 모두의 싸움'이라는 생각으로,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는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다.

'동성애는 죄'라고 생각했지만
커밍아웃한 교인 만나며 생각 바뀌어
"하나님 사랑에 차별 없다는 점 깨달아"
이동환 목사(사진 맨 오른쪽)는 2019년 8월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성소수자들을 축복했다. 그는 자신의 성적 지향을 커밍아웃한 교인 덕분에 이 문제에 관심 갖고, 하나님 사랑은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동환 목사(사진 맨 오른쪽)는 2019년 8월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성소수자들을 축복했다. 그는 자신의 성적 지향을 커밍아웃한 교인 덕분에 이 문제에 관심 갖고, 하나님 사랑은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현장 활동을 통해 성소수자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된 건가.

아니다. 나 역시 처음에는 소위 말하는 호모포비아였다. 처음에는 교육받은 게 그런 것밖에 없으니까 당연히 동성애는 죄라고 생각했다. 고난받는 현장을 다니면서, 희년에 대한 개념을 깨달으면서는 조금 달라지긴 했다. '동성애는 죄이지만 동성애자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정도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러다가 우리 교회 교인이 나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동성애자라고 하면 무섭고, 소름 끼치는 존재일 거라고 관념적으로만 생각했는데… 오랫동안 알고 지내 온, 나와 똑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내 눈앞에서 마주치는 사람을 접하면서 내 안에 있던 편견과 아집을 조금씩 깨 나갈 수 있었다.

- 그 교인은 목사님을 신뢰하고 자신의 존재를 공개했을 텐데, 목사님은 그간 '동성애는 죄'라고 생각했으니 마음이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물론 나에게 얘기해 줘서 정말 감사했다. 용기 많이 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맨 처음 듣는 입장에서 어찌해야 할 바 모르겠더라. 무엇보다 내가 뭐라고 말해야 이 사람이 상처받지 않을까 생각했다. 성경적으로는 어떻게 되는 것이며 앞으로 목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됐다.

성경과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하나님 사랑은 제약이 없고, 누구에게나 편만하며, 누구도 이를 끊을 수 없다'고 깨달았다. 내가 그렇게 함부로 판단하거나 정죄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 이후 목회하면서 설교나 언행을 더 조심하게 되었을 것 같다.

교인들이 무의식적으로 성소수자를 비하하고 놀리는 말을 꺼내면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바로잡곤 했다. 나도 일상에서 차별적 언어가 나오지는 않는지 신경 쓰게 되더라. 다들 '내 교회'에는 성소수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특히 대형 교회일수록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함부로 얘기 못 한다. 우리 교회 안에서도 '무조건 동의해야 한다'고 한 게 아니라, 환대와 관용,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여야 한다고 교육하면서 교인들과 대화했다.

- 목회하는 교회가 2018년 '무지개예수'가 공개한 '무지개 교회' 19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성소수자나 앨라이(성소수자 지지자)에게 안전한 교회로 이름을 올렸는데, 교회 이름을 공개하는 게 부담되지는 않았나.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성소수자가 갈 만한 교회가 얼마나 없으면 이런 걸 할까 싶었다. 우리 교회라고 성소수자들을 전문적으로 사역하는 교회처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을 환대할 수 있고, 판단·정죄하지 않으며, 긴장시키지 않는 교회가 무지개교회라면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늘 하던 것처럼 축복하는 마음으로
성소수자들 축복"
'각서' 쓰라는 요구에
"사상 검증에는 응하지 않는다"

- 인천 퀴어 문화 축제 얘기를 해 보자. 이전까지 내용은 성소수자를 환대하고 존중하는 차원이었지만, 퀴어 축제에 간 일은 바깥으로 활동을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사실 대타로 간 건데.(웃음) 이미 감리회가 2015년 그 법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축복기도하는 게 문제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매주 교회에서 우리 교인들에게 축도한다. 매주 교인에게 그리스도의 사랑, 하나님 사랑을 전하는데, 외부라고 하지 못할 이유가 있나 생각하게 됐다. 특별히 거기 가서 뭘 해야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특히 인천은 1회 퀴어 축제 때 혐오 폭격을 당한 곳이라고 알고 있다. 그 짓을 행한 자들 대다수가 기독교인이었다. 성소수자들이 상처받은 곳이다. 목사가 가서 '기독교에는 다른 목소리도 있다, 여러분도 축복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건 귀중한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누구는 축복받을 수 있고, 누구는 축복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 보수 교계 반응이 곧바로 올 거라고 생각했나.

벌써 그날 축복식 한 성직자들을 따라다니면서 카메라로 찍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런 자리에 처음 간 건데, 어떤 사람은 느닷없이 내 팬이라면서 무지개 깃발 앞에 가서 사진 찍자더라. 그런 걸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끝나고 돌아가서는 '정말 거기 간 것 맞냐'면서 확인 전화가 엄청 왔다.

- 논란이 커지면서 연회 자격심사위원회에 불려 갔다. 먼저는 경위서, 나중에는 각서를 요구받았다. 부당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나.

처음에 경위서 정도 내라고 할 때,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목회적·선교적 마음으로 갔지만 이런 행위가 교리와장정에 저촉된다면 법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겠다고 썼다. 그 정도면 충분히 소명했다고 생각했는데, 각서를 쓰라더라. 일종의 사상 검증 같았다. 마치 과거 '전향서' 쓰라는 느낌이어서 거부했다.

신학적 입장 리포트 요구해
'대화 물꼬' 기대하며 정리해 갔지만
"됐고 찬성이냐 반대냐"
논의조차 못 하는 경직된 분위기
'성소수자축복기도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가 6월 24일 감리회 본부 앞에서 교단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이동환 목사를 응원하고, 교단이 법을 고칠 때까지 계속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성소수자축복기도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가 6월 24일 감리회 본부 앞에서 교단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이동환 목사를 응원하고, 교단이 법을 고칠 때까지 계속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격심사위원회는 동성애에 대한 신학적 입장을 리포트로 작성해 오라고 했다.

사상 검증에 가까운 질문만 받다 보니 내 말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 와중에 위원 한 명이 "이동환 목사의 신학적 입장이 정립돼 있지 않은 것 같으니 리포트를 써 오라"고 하더라. 나는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말 걸기'를 하고 싶었다. 내 생각을 잘 정리해서 보여 주고, 피드백을 받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나도 이 문제를 깊이 공부하거나 뚜렷한 입장이 없었기 때문에 서로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하고 한 달간 50장 분량으로 꼼꼼히 써서 냈다.

나름 웨슬리안으로서, 웨슬리의 4중 표준 성서·전통·이성·경험 순서에 맞춰 작성했다. '성서'에서는 말 그대로 성서에서 동성애를 어떻게 말하는지 아주 보수적 입장에서부터 중립, 또 진보적 입장까지 다양하게 담았다. '전통'에서는 기독교가 동성애를 과거부터 어떻게 바라봐 왔는지를 썼고, '경험'은 내 목회 경험을 토대로 썼다. 사실 '이성'에 해당하는 과학적 부분은 이미 논쟁이 끝난 부분이다.

- 리포트를 제출했는데도 자격심사위원들은 "그래서 동성애 예스냐 노냐" 같은 질문만 했다. 리포트 안 읽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이 리포트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는 알 수 없다. 리포트로 면피할 생각은 없었고, 경직된 이해를 풀어 나가는 단초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얘기를 주고받을 줄 알았는데 "다 읽었는데, 찬성이냐 반대냐"만 묻더라. 내가 순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자격심사위원회로부터 기소 요청을 받은 심사위원회도 '개전의 정'이 없다며 이 목사를 기소했다. 그런 활동을 지속하더라도 교단에는 한번 머리 숙이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타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나.

그런 건 타협이라기보다 전략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것이 꼭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먼저 내 성정상 이 과정이 납득되지 않았다. 두 번째로는, 내가 넘어가도 누군가는 또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래도 7년째 감리회에서 목회하고 있고, 내 주변에는 내 생각에 동의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게 없는 사람들이 걸리면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 아닌가. 나는 숙이고 넘어갈 수 있지만 추후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면 부딪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목사는재판 결과에 따라 감리회 목사직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이 목사는 자신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사람이 처벌받을 수 있는 만큼, 악법이 개정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이 목사는재판 결과에 따라 감리회 목사직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이 목사는 자신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사람이 처벌받을 수 있는 만큼, 악법이 개정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 이번에 기소된 범과의 처벌 조항은 정직, 면직, 출교 셋 중 하나다. 감리회에서 더는 목회를 못 할 수도 있다.

나는 감리회를 사랑하고 이 교단 목사인 것이 자랑스럽다. 그렇지만 교단이 이런 상태여서는 안 된다. 교회는 누구든 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절대 혐오하면 안 된다. 자기 검열을 하고 자기 목소리 못 내는 곳은 교회가 이니다.

잘릴까 봐 무섭다. 목사가 잘리면 뭐하고 먹고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내가 목회하고 싶은 감리회는 이 상태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많이 두렵다. 첫 사례라고 하니 부담도 되지만, 계속 목소리를 내고 법을 고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대로 최선을 다해 대응할 생각이다.

- 교단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충분한 논의나 토론 없이 졸속으로 법을 만들었다. 사람을 쫓아내는 법을 만들면서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성소수자 목회에 대한 연구위원회를 만들어 달라. 신학적 논의, 감리회 입장, 성소수자 목회 지침 및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이런 건 하나도 안 하고 '법 어겼으니 너는 처벌한다'는 식이면 안 된다.

여태껏 이런 논의를 하지 못한 것을 보면 정말 신학적으로 경직돼 있는 것 같다. 앞서 종교 재판을 받은 변선환 학장(감신대)도 보수적 풍토에서 잘려 나갔다. '성경이 이렇게 말하는데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식의 태도는 경직된 것이다. 한쪽 목소리만 듣지 말고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토론하자는 것이다. 보수든 진보든 다양한 스펙트럼의 신학자·목회자가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입장을 세워 나가야 감리회가 정말 신뢰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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